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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일랑 이종상 화백과 ‘랑우회((浪友會)’ 제자들②“모든 인연 다 소중하다고 생각, 제자들과 벗이 되니 지금도 건강해”
2017년 10월 31일 (화) 13:16:33 이은영 편집국장/임동현 기자 press@sctoday.co.kr

<1편에 이어서> http://www.sc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5236

 

제자들은 일랑 선생을 ‘열정적인 스승’으로 기억한다. 항상 철두철미하게 이론과 실재를 가르치고, 밤늦은 시간까지 열정어린 강의로 제자들을 사로잡았다. 학교에서는 도저히 공부를 하기가 어려운 상황,  아니 정확히 말하면 학교에서조차 알려주지 않았던 세세한 미술의 세계를 알려줬기 때문에 배움에 목말라하던 미술학도들은 그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강하게 심어줬던 선생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이들의 자양분이 됐다.

   
▲ 손연칠 일랑 선생님 117x110cm 비단바탕 채색 2010

하지만 그는 미술 이전에, 기술 이전에 먼저 ‘인간이 되라’고 가르친 이였다. 그림을 잘못 그리면 하나하나 그려주면서 설명하고 이해를 못하는 부분이 있다면 여러 가지 예를 들어가며 이해할 때까지 알려주는 자상한 선생이었지만 인간적인 부분에서 잘못된 부분이 보이면 야단을 친 이가 일랑 선생이었다. 

특히 랑우회의 맏형 격이었던 손연칠 작가는 대표로 야단을 맞은 적이 많았다고 한다. 맏형이 잘못되면 다른 사람도 다 잘못된다는 것이 선생의 생각이었다.

"선생님께서는 어떤 문제가 생기면 그 문제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나, 삶에 있어서나 주의해야 할 점, 또는 남을 먼저 배려해야할 점 등을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도 지적하셨죠. 특히 저는 맏형이었기에 맏형으로서 다시는 그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가르쳐 주시느라 애쓰셨죠. 정말 섬세하셨습니다".(손연칠 작가)

“굉장히 고리타분한 분이라고 생각하실 것 같은데 상당히 마음이 열리신 분이세요. 한국화를 꼭 지켜야한다고 하실 것 같지만 시대에 맞춰 변해가야 한다고 하신 분이셨죠. ‘자생 회화’, 우리의 미감으로 그려야한다는 것인데 한국화지만 현대적으로 변해야한다는, 전통과 현대를 같이 생각하시는 분이세요. 저희보다도 컴퓨터 같은 것도 더 잘하시고요”.(김선두 작가)

“항상 가족이 함께 모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저희만 챙기는 것이 아니라 가족, 그리고 아이들까지 챙기는 모습 보이시고 사모님과 항상 같이 다니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저희도 그러면서 가족을 생각하게 되고”.(이정연 작가)

   
▲ 손연칠 작가 (사진=정영신 사진가)

“폐 끼칠까봐 기념 전시하는 것 싫어했는데...”

사실 이번 전시는 일랑 선생 ‘몰래’ 이루어진 것이었다. 일랑 선생의 팔순을 기념해 제자들이 몇 년 전부터 준비에 들어갔고 그렇게 전시 계획이 착착 진행됐다. 전시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이었는가라는 질문에 나온 답은 “선생님 허락받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였다. 그리고 그들은 말했다. ‘아름다운 거사’였다고.

“전 원래 이런 것 싫어했어요. 120세까지 살건데(웃음) 팔순이 뭐 대수라고 기념 전시라는 것을 하는지... 이런 일 하면 제자들에게 폐 끼치는 것 같아서 안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이미 제가 모르는 사이에 전시가 준비되고 장소까지 다 계약을 한 상황이더라고요. 전화로 ‘작품 좀 부탁드립니다’라는 말을 듣고서야 알았어요. 황당했죠(웃음). 그런데 흰물결갤러리가 저와 친숙한 곳이에요. 여기에서 제자들이 제 팔순을 빌미로 폐 끼칠까봐 걱정됐어요. 3대까지 전시를 한다는데 좁은 자리에서 편하게 제자들 그림을 거는 걸 바래서 그냥 조그만 작품 하나를 전했는데 또 와요. 작품 달라고(웃음)”.

“오해의 소지도 있을 수 있죠. 마치 스승 밑에서 파벌 만드는 것처럼. 한창 활동하던 때도 그런 오해가 있을까봐 조심스러웠죠. 제가 정말 싫어하는 것이 제자들 이용해서 미협 회장하고 자리 차지하는 ‘화단 정치’에요. 스승 밑에 모여 표몰이하는 모습이 참 안타깝고 싫어요”.

“한국문화의 정통성, 미래로 가는 가교 역할 해야”

제자들은 그에게서 ‘한국문화의 정통성’을 느끼게 된다고 말한다. 어쩌면 ‘정통성’이라는 것은 일랑 선생이 찾고자 하는 가장 큰 자존심인지도 모른다. 

그가 미술을 배우던 시절은 일제의 잔재가 뿌리깊게 남은 상황이었다. 일제의 교육으로 수업이 이뤄지고 이 때문에 한국문화의 정통성을 다시 찾아낼 수 있을지 조차도 막막한 상황이었다. 그것이 그로 하여금 고구려벽화와 독도에 뛰어들며 민족혼을 되찾으려는 노력을 하게 했던 건지도 모른다.

   
▲ 이정연 작가 (사진=정영신 사진가)

“선생님께서 옛날부터 하신 말씀들을 이제 저도 나이를 먹으면서 생각해보니까 현실에 얼마만큼 영향을 주는가, 우리들의 존재를 느끼게 하는 것 같아요. 그분이 항상 하신 말씀이 ‘기운생동’이었는데 한국문화의 정통성에 기인하신 말씀이신 것 같아요. 중국미술을 이야기해도 항상 핵심은 한국문화의 정통성이었어요. 그분의 호인 ‘일랑’도 하나의 물결이란 뜻이잖아요. 이것도 기운생동과 맥을 같이 한다고 봐요. 하도 기운생동, 기운생동하셔서 어느 날은 제가 조용히 ‘기운 생동이 뭐냐’고 여쭤봤는데 딱 한 마디 하시더군요. ‘몰라’”(웃음).

“결국은 그분이 하시려던 말씀은 한국문화의 정통성이 과연 미래와 연결되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것이다라고 생각해요. 과거에 어떻게 흘러갔다는 것으로는 의미가 없는거에요. 어떻게 미래로 나아가느냐가 중요한 것이었죠. 지금은 정통성이 은밀히 흘러가서 미래에 전달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어요.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그 은밀함을 발견할 수 없죠. ‘일랑’ 하나의 물결, 그리고 고구려벽화 연구, 여기에 한국문화의 시작을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보는거죠”.(김선두 작가)

“아름다운 전통 이어받는다는 그 자체가 정말 소중합니다”

선생의 제자들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선생의 뜻을 비로소 깨닫게 됐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면서 제자를 기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때로는 참고 지나가야하는 과정도 거쳐야한다는 것 등을 알게 됐다고 한다. 

그렇게 제자들이 제자를 키우고 또 그 제자들이 제자를 키우면서 일랑 이종상 선생의 화풍은 계속 세대에서 세대로 전달되고 있었다. 그것은 곧 그가 생각하던 ‘한국미술의 정통성’이 미래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마도 미래에도 일랑 선생의 작품은 계속 미래로 가는 다리 역할을 하며 한국문화의 정통성을 살리게 될 것이다.

   
▲ 김선두 작가 (사진=정영신 사진가)

  
“할아버지 얼굴도 모르는 손주도 있을텐데 작품의 영감이 통하는 걸 보면서 ‘이게 예술인가보다’라는 생각을 안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감추려해도 결국 드러나는구나, 누구누구의 제자구나라는 것이 보여지는 거죠. 우리 제자들이 정말 어렵게 배웠습니다. 좀 더 편하게 가르칠수도 있었는데(웃음) 그 때는 왜 그렇게 엄격하게 했는지...

순수한 사랑, 미 의식, 전통을 전해주려 한 것이 3대로 이어졌습니다. 여러 가지가 인연으로 연계됐습니다. 모든 인연을 다 소중히 여겨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 제자들과 그 밑의 제자들이 아름다운 인연으로 만난, 단순한 전람회가 아니라 아름다운 전통을 이어받겠다고 하는 그 자체가 정말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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