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독간호여성들의 성장기 '병동소녀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재독간호여성들의 성장기 '병동소녀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7.11.06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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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은 자유' 김재엽 연출가 신작, '희생의 여성상' 아닌 세계시민으로 나아가는 여성 그려

연극 <병동소녀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가 7일부터 12월 3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된다. 

이 연극은 예술의전당이 연극 <환도열차>, <수상한 수업> 이후 3년만에 내놓는 초연 창작연극으로 40년 전 자신의 꿈을 찾아 독일로 건너간 간호여성들이 세계시민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 연극 <병동소녀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배우들 (사진제공=예술의전당)

특히 이 작품은 <여기, 사람이 있다>, <검열언어의 정치학:두 개의 국민>, <생각은 자유> 등으로 각종 희곡상을 수상하며 차세대 연출가로 부상한 김재엽 연출가의 '세계시민 이주민 그리고 난민-베를린 코멘터리' 시리즈의 두번째 작품으로 지난 5월 두산아트센터에서 인기리에 공연된 <생각은 자유>의 연장선상이기도 하다.

한국 사회에서 '파독간호사'들은 개인으로 존재하기 보다는 역사책 속 한복을 곱게 입은 이들로 존재하고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독일에 가야했던, 수동적으로 살아온 '희생의 여성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독일에서 재독간호여성들을 탐구해온 김재엽 연출가는 독일행을 선택한 간호사들의 동기가 경제적인 이유 외에도 학업과 해외여행, 동경심 등으로 다양하다는 점과 1973년 국제 석유파동으로 독일 정부가 외국인 노동자의 계약 연장 중단을 결정하자 서명운동을 펼치며 아시아 간호여성의 체류권을 획득한 역사적인 사실에 주목하며 재독간호여성들의 지성과 공감능력에 기반한 행동력을 모티브로 이번 작품을 만들었다.

전국향, 이영숙, 홍성경 3인의 배우가 각각 재독한인여성 '명자', '순옥', '국희'로 출연해 국경과 인종을 넘어 타인의 경험에 공감하고, 연대하고 행동하며 세계시민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표현할 예정이며 배우 정원조가 연기하는 '재엽'은 전작처럼 연출자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전하는 역할이 아닌, 이주여성 1세대와 2세대의 중간자이자, 이주여성들과 관객과의 중간자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또한 김원정 배우가 재엽의 여정에 시작과 끝을 같이 하는 지식인 '정민'으로 출연하며 이소영 배우가 다양한 이주민 2세의 역할을 연기한다. <생각은 자유>에 출연했던 독일인 배우 윤안나와 필립 빈디쉬만은 독일어 대사로 극의 현실감을 주는 동시에 뛰어난 한국어 능력으로 관객에게 친근감을 줄 예정이다.

이와 함께 김재엽 연출가와 합을 맞춰온 서지영 무대디자이너가 선보이는 무대와 정미조의 '불꽃', 박인희의 '사랑의 추억' 등 향수를 자극하는 음악을 극의 적재적소에 채우는 한재권 음악감독의 선곡, 임선아 영상촬영 감독이 독일에서 직접 촬영한 영상 등이 극의 재미를 한층 더 돋우게 된다.

한편 개막과 함께 실제 재독간호여성 3명이 예술의전당을 찾는다. 이들은 12일 오후 3시 공연 종료 후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는 '언니들에게 물어봐'와 15일 오후 7시 재독한인여성의 삶을 기록한 에세이를 낭독하는 '언니들의 낭독회' 등 행사를 통해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