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평창 동계올림픽 예술포스터, 꼭 미술관에 '가둬야' 했을까?
[기자의 눈] 평창 동계올림픽 예술포스터, 꼭 미술관에 '가둬야' 했을까?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7.11.07 1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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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이 딱 100일 앞으로 다가왔던 지난 1일,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예술포스터가 공개됐다. 이 포스터들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8전시실에 전시가 됐고 전시회 하루 전날인 이날 언론에 공개됐다. 

선정위원회는 "공개 공모를 통해 기성 스타일에 얽매이지 않는 다채로운 예술적 실험과 가능성을 조명했다는 점에서 이번 공모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 "평창 동계올림픽의 상징성을 한국적인 의식과 표현으로 제시한 작품을 높이 평가했다"고 밝히고 있다.

▲ 김종욱 <평창의 열정>

먹의 농담과 일획으로 우리 민족의 거친 산하와 벌판, 스포츠의 열정과 기상을 표현한 김종욱의 <평창의 열정>, 운동과 드로잉의 일치를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의 가치인 '새로운 지평'과 '하나의 열정'을 담아낸 김예슬의 <극기산수화>, 한국 백자 특유의 고유한 빛깔로 담아낸 전창현의 <안녕, 달!>, 올림픽 정신을 표현한 한글 타이포그래피인 박성희의 <조각한글이음보>, '평창'과 '강원', '정선'이라는 한글 글꼴을 기하학적인 최소의 도형으로 구성해 올림픽 개최지의 분위기로 담아낸 김주성의 <평창, 강릉, 정선, 그리고 겨울>, 태백산맥의 겹겹이 쌓인 모습을 표현하며 세계를 하나로 '연결'하는 올림픽 정신을 담아낸 김재영의 <태백>, 한국 전통 규방 공예품인 강릉색실누비의 문양과 바느질 패턴을 그래픽으로 활용해 평창 동계올림픽의 이미지를 표현한 황수홍, 홍현정의 <겨울 스티치:사랑과 기원>, 눈꽃을 모티브로 올림픽을 형상화한 하동수, 기은의 <눈꽃으로 피어나라> 등 다양한 방법으로 올림픽의 이상을 표현한 예술포스터들이 국립현대미술관에 전시가 됐다. 

작가들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작품이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실에 자리잡았다는 점에서 뿌듯함을 느꼈을 것이다. 그간의 노력이 보상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이 포스터들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통해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문화유산으로 기록되고 평창조직위는 이 예술포스터를 한정판으로 제작해 공식 판매할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과연 이 포스터들을 미술관에 전시하는 것이 합당한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예술포스터'이기에 '예술작품'으로 생각한 것일수도 있지만 포스터가 원래 해야할 일은 바로 평창동계올림픽을 알리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미술관의 전시는 어딘가 이 포스터들을 선보이는 것이기보다는 오히려 가두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 홍현정 황수홍 <겨울 스티치:사랑과 기원>

올림픽을 불과 90여일 앞둔 상황이지만 올림픽에 대한 열기가 이전만 못한 게 사실이다. 성화 봉송이 시작됐지만 여전히 올림픽이 열린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예술포스터'가 해야할 일은 '예술품'이라는 것을 벗어나 시민들에게, 국민들에게 '올림픽이 열린다'라는 것을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미술관 전시도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다. 그러나 그것은 시민이 미술관으로 와야하는 '수고'를 필요로 한다. 그 수고를 하면서 포스터를 보려는 이들이 과연 많을 지 의문이다.

이런 포스터들이 지하철 역사나 건물, 공공장소 등에 널리널리 전시가 된다면 사람들에게 더 많이 올림픽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고 아울러 사람들이 가까이에서 예술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까지 마련하는 것인데 이것을 사전에 차단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예술품'이기에 감히 일반 국민들에게 함부로 보여줄 수 없다는 '건방'이 느껴지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미술관 관계자는 "12월에 전시가 끝나면 1월에 강릉아트센터에서 전시하고 이후 문화역서울284에서 올림픽 기간 동안 전시를 할 예정"이라고 알려줬지만 이미 올림픽이 치러진 상황에서 일반 전시는 큰 의미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올림픽을 홍보한다면서 정작 국민들의 곁이 아닌 미술관 전시를 선택한 것은 결국 '전시행정'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포스터는 알리는 것이다. 올림픽을 널리 알리는 것이 지금 가장 중대한 일이다. 이런 예술포스터가 전국 방방곡곡에 붙여져서 올림픽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를 환기시켜야하는 시점에서 이번 전시는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그 기회를 빼앗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라도 그들을 미술관이 아닌 시민들이 가까이 있는 곳으로 옮기기를 희망한다. 예술을 정말 시민들이 접하게 하려면, 올림픽을 정말 시민들이 느끼게 하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