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장∙예술의전당, 제대로 한 번 파헤쳐봅시다!” ①
“국립극장∙예술의전당, 제대로 한 번 파헤쳐봅시다!” ①
  • 남정숙 문화기획자
  • 승인 2017.11.10 11: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 교문위원들이 파악하지 못한 ‘진짜 핵심’을 이야기한다
▲ 남정숙 문화기획자

문화계 블랙리스트로 촉발된 문재인 정부의 첫 국정감사라서 그런지 올해는 특히 국정원 블랙리스트, 방송계, 출판계 블랙리스트와 관련된 정부 부처에 대한 책임을 묻고 차후 적폐 근절방안에 대한 대책마련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가 많았다.

언론노조는 국정감사 전에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 정상화를 위한 11개 의제를 직접 제시하면서 문체부 국정감사를 준비하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들의 분발을 축구하는 등 국민들이 뽑은 문재인 정부의 첫 국정감사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정권이 바뀔 정도로 먹이거리가 가득하고 문제가 산적했던 문화계 국감인지라 마치 골키퍼 없는 골대 앞에서 그대로 슛만 날리면 시원한 골맛을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추운 겨울 고생한 국민들에 대한 보상차원으로라도 ‘정의의 이름으로’ 부패유착에 대한 책임에 대해 꾸짖고 호통치며 근절방안을 다그치는 교문위원들을 보고 대리만족을 느끼고 싶었다. 그런데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 

첫 국감이라 관람객들이 많았고 비록 월드컵 4강 때만큼은 아니더라도 교문위원들이 시원한 골을 몇 개 터뜨릴 줄 알았건만 마지막까지 시원한 한방은 터지지 않았고, 골키퍼를 치워주고 빈 골대를 만들어줬던 국민들은 끝내 “아~ 우리가 일꾼 하나는 제대로 뽑았어!”라는 만족감을 느끼기 어려운 국감이었다. 

그러나 앞으로도 우리를 대신해서 싸워 줄 선수들을 응원하는 의미에서 교문위 위원들에게 싸움의 기술을 알려주고 싶다. 

풍경 1.  국립극장 국정감사

지난 10월 13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국민의당 장정숙 의원은 안호상 전 국립중앙극장장이 “해오름극장 공사과정에서 무대안전제어시스템으로 국제안전규격에 미달하는 특정 제품을 6억 원이나 비싼 가격에 사용하도록 지시했다.”며 국립중앙극장 해오름극장의 리노베이션 공사에 안 전 극장장이 부당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일을 두고 안호상 전 국립중앙극장장은 자신은 결백하므로 엄중 대처하겠다고 했으나 오늘까지 별다른 액션을 취하지는 않고 있다. 

풍경 2. 예술의전당 국정감사 
지난 10월 19일 오영훈 의원은 전문가가 아닌 고학찬씨가 대한민국의 국립아트센터인 예술의전당 사장이 될 수 있었던 근거가 “2013년 1월 윤당아트홀 관장을 하면서 고 육영수 여사에 대한 헌정 뮤지컬인 ‘퍼스트레이디’를 공연했기 때문”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물론 고학찬 사장은 “그 뮤지컬은 제가 기획한 것이 아니라 대관한 것이므로 사장 임명과 무관하다”라고 대답했다. 

국립극장과 예술의전당에 대한 국정감사는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국립극장과 예술의전당은 대한민국 국가문화예술센터(National Theatre)이기 때문이다. 국가문화예술센터라는 곳은 국가가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한 곳이 아니라 비영리적이지만 예술성이 풍부한 문화예술가와 예술작품들이 상업성에 휘둘리거나 도태되지 않고 창작∙보급∙보호∙발전을 지속할 수 있도록 국비로 지원하는 기관이다. 

국가문화예술센터는 단지 국가의 문화예술을 보호하고 성장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예술을 소수가 아닌 국민 다수가 향유할 수 있도록 문화예술 강좌와 경험을 지원하고 자라나는 어린국민들의 창의력을 돕고 교육시키는 역할도 한다. 

따라서 미국의 링컨센터, 프랑스의 퐁피두센터, 캐나다의 오타와 국립예술센터 등 세계 각국의 국가문화예술센터는 그 나라 문화수준과 국력의 바로미터가 되기도 한다. 

여기에 더해서 대한민국의 국가문화예술센터인 국립극장과 예술의전당은 대표 복합문화예술센터로서 지방의 수많은 복합문화예술센터들과 문화재단들의 문화행정에 표본이 되고 있으며, 이에 예술의전당에서 행한 지원정책, 대관정책, 사업 등이 그대로 지방문화 정책 및 나아가 지방문화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한국적인 상황 때문에 중요하다. 

따라서 국립극장과 예술의전당의 국정감사 역시 대한민국 국가문화예술센터로서 그 기능과 역할을 하고 있는지 감시하는 것이 교문위 국회의원들이 할 일 이다. 

▲ 국립극장

제대로 된 질문 1.  국립극장은 제대로 기능하는가?

국립중앙극장 건설비리 개입 여부는 핵심이 아니다. 진짜 핵심은 안호상 극장장이 대한민국 국립극장의 설립 목적에 맞게 극장을 경영했는지 여부다. 장 의원은 이 부분에 집중했어야했다. 

국립중앙극장의 설립 목적은 ‘순수 무대 예술만을 사업대상으로 삼고, 자체 공연, 대관사업, 시상제도의 실시, 연극연기자와 전통예술 계승자 양성, 무대예술에 관한 조사와 연구, 무대예수의 보급∙선전∙국제문화교류사업(문화체육관광부 기록정보콘텐츠)’라고 분명히 적시되어 있다. 

즉 국립중앙극장은 순수예술, 특히 대한민국 전통예술의 보존과 대중화를 위해서 설립되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대한민국 전통예술은 현재 지원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운 지경에 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호상 극장장 당시 운영 상황을 살펴보자. 

1.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국악보다 뮤지컬 공연이 10배 이상 많았다. 

문체부에서 관리하는 KOPIS 공연예술통합전산망 통계를 보자. 국립극장에서 가장 큰 공연장인 해오름극장의 2014년 ~ 2016년 3년 간 통계를 보면 2014년에는 총 37편이 공연되었는데 국악이 10편, 비국악이 27편 공연되었다. 

2015년과 2016년에도 국악이 20편, 16편 공연되는 동안 비국악은 32편, 35편으로 국악에 비해 비국악을 두 배 이상 대관해 주었다. 비국악이 해오름극장을 대관공연하고 있는 동안 원래 설립목적인 국악은 공연할 수 없게 된다. (표1 참조)

 

그렇다면 이런 질문이 가능하다.  ‘국립극장에서 2차례 연임하고 6년 8개월 근무했던 안호상 전 극장장은 국립극장의 설립목적을 알고 있는가?’ 혹은 ‘국립문화예술센터이자 전통예술 전문공연장의 수장으로서 자신의 임무를 다하였는가?’ 

2.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은 뮤지컬 전용공연장인가?

3년 동안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의 대관상황을 보면 더 처참하다. 2014년 국악의 공연일수는 75일이었고 뮤지컬의 공연일수는 141일이었다. 2015년에는 국악이 20일 공연했고 뮤지컬은 191일 공연했다. 2016년에는 국악이 16일로 더 줄어 들었고 뮤지컬은 141일 공연했다. 뮤지컬 전용공연장인지 국립극장인지 알 수가 없다. 

그렇다면 이런 질의가 나와야한다. ‘안 극장장 재임 시절 국악보다 뮤지컬을 더 많이 대관한 사실이 있는가?  왜 그렇게 운영했는가?’ 

3. 국립극장이 상업공연에 투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국립극장이 공동주최하는 프로그램들이 있다. 

물론 마당놀이나 국민들의 문화향유 프로그램들에 대한 공동주최라면 권장해야 할 일이지만 ‘양방언 20주년 특별공연’ ‘완승’ ‘블루 사이공’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잭더리퍼’ ‘천국의 눈물’ 등의 상업공연과 상업적인 뮤지컬 공연에 공동주최, 공동기획이라는 명목으로 투자해 왔다. 공동주최, 공동기획 등은 작품마다 혹은 기획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국립극장이 직접 작품제작비를 지원하거나 대관료를 무료로 하거나 후불로 처리하기도 한다. 

국립극장을 건립한 이유는 상업 뮤지컬을 도우라는 의도가 아니라 어렵고 힘든 전통예술을 이어나가는 국악인과 전통예술인들을 도우라는 의도였다. 

물론 국립극장 측에서는 재정자립을 이유로 들겠지만 국가의 지원을 받는 공공 공연장이자 전통예술 전문공연장으로서의 고유한 기능과 특성을 벗어나 노골적으로 상업공연 기획사에 투자하고 수입 뮤지컬에 장기대관 기회를 제공하면서 국악인, 전통예술을 국립극장으로부터 소외시키고 있다. 국가문화예술센터로서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다. 

‘국악이나 전통예술에 대한 공동주최 혹은 대관료 무료나 후불처리 등에 대한 지원을 한 적이 있는가?’ 이런 질문이 나올 수 있다. 

▲ 안호상 전 국립중앙극장장 (사진제공=국립극장)

4.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의 리노베이션 사업비의 문제 

국립극장은 해오름극장의 리노베이션 공사를 위해서 443억원을 투입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국립극장의 해오름극장은 1,563석이다.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은 2,283석이다. 2008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리노베이션 공사비는 250억원이 들었다. 

교문위원이라면 ‘객석공사도 하지 않는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을 예술의전당에 비해 200억을 더 들여서 공사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를 질문할 수 있다.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은 1,004석인데 80억원이 들었고, 당시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과 토월극장 리노베이션 비용은 문체부가 지원하지 않았다.

아무리 세월이 흘렀다고 하더라도  2,283석에 250억원이 들었는데 국립극장은 1,563석에 443억원이 든다고 하니 이상하지 않은가? 

통영국제음악당 전체를 건립하는데 총 450억이 들었는데 국립극장 홀 하나를 공사하는 비용만 443억원이다. 대형 공연장 하나 지을 금액이다. 

교문위원들은 문체부에 안 전 극장장의 경영역량에 대해 질문하고 국립극장 리노베이션 예산 검토 여부를 물어봤어야했다. 

또 문체부 담당자에게 ‘예술의전당 리노베이션 때는 예산을 주지 않더니 국립극장에는 왜 예술의전당보다 2배나 되는 예산을 지원했는가?’라는 질문을 해야했다. 

5.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리노베이션, 누구를 위한 것인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은 당연히 순수예술과 전통예술을 위한 공연장으로 설립됐다. 국립극장의 무대와 객석 구조 역시 생생한 라이브를 듣기 위해서 설계됐다. 

순수예술인 오페라와 전통예술은 알다시피 마이크와 스피커를 사용하지 않는 예술로 음향시설이 최소화되어 있다. 그러므로 자연적인 목소리를 잘 전달하는 잔향시간을 과학적으로 계산하고 벽 마감재로 반사지를 쓰는 등 최대한 적합한 건축자재를 사용한다. 또한 뮤지컬과 달리 대규모의 무대시설이 필요치 않으므로 백스테이지와 후무대의 규모가 클 필요가 없었다. 

반면 뮤지컬은 대형 음향시설과 쾅쾅 울리는 확성기가 필요하다. 잔향시간이 생음악보다 짧아야 하며 벽자재는 소리가 뭉개지지 않기 위해서 흡음제를 써야한다. 

애초에 국립극장 해오름극장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은 마이크와 스피커를 사용하지 않는 오페라와 전통예술을 공연하기 위해서 건립된 전문공연장인 것이다. 특히 예술의전당은 해외 공연장 전문가들도 극찬하는 오페라에 최적화된 음향시설을 갖추고 있다. 

1870년에 건립된 ‘빈 뮤직페라인 홀’은 여전히 현대 음향기술이 전혀 도입되지 않은 채 사용하고 있으며, 1900년에 개관한 ‘보스턴 심포니 홀’ 역시 공간의 잔향시간까지 계산된 음향기술을 도입한 후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안호상 전 극장장과 10명의 심사위원들은 해오름극장을 리노베이션하면서 뮤지컬 등 상업공연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무대를 넓히고, 음향시설을 개선할 계획이며, 백스테이지와 후무대를 구성하여 뮤지컬, 대중가수 공연 등 상업공연과 비영리공연들이 다 사용할 수 있도록 리모델링할 계획이라고 한다. 

‘누구를 위한 국립극장 리노베이션인가?’ 당연히 나와야 할 질문이다. 대한민국에 단 하나밖에 없는 대형 국립국악전문공연장을 전국에 넘쳐나는 다목적 홀로 개조하는 이유를 국민들은 듣고 싶다. 

 

<2편에 계속> http://www.sc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52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