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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강의 뮤지컬레터] 음악극 ‘적로’의 정영두 연출에게
2017년 11월 13일 (월) 11:02:29 윤중강 / 평론가, 연출가 sctoday@hanmail.net
   
▲ 윤중강 / 평론가, 연출가

세인의 큰 관심 속에, 돈화문국악당 브랜드공연 ‘적로’이 시작됐습니다. 첫공을 보았고, 많이들 흡족했습니다. 작품에 관계한 모든 분께, 큰 박수를 보냅니다. 이 작품에 계속 공연되길 바라면서, 한 사람의 관객이자 평자(評者)의 입장에서 그 얘길 하렵니다. 

처음 대본을 보고서 이랬죠. “의미는 있는데, 재미가 아쉽구나!.” 실제 공연을 보고선 정반대가 됐습니다. “재미는 있는데, 의미가 부족하다!” 일제강점기의 활약한 두 분의 대금명인에서 출발한 이 작품을 전반부에 무척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게 한 것은, 전적으로 연출의 힙입니다.

앞부분은 흥미진진하고, 쾌속질주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각각 박종기와 김계선이 된 소리꾼 인이호와 정윤형이 무대에서 매력적으로 보였습니다. 요즘 잘 쓰는 말로 두 사람의 ‘케미’가 아주 보기 좋았죠. 여기서 음악의 큰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구요. 음악극 넘버 첫번째 ‘ 경성의 밤, 1941’부터 출발해서 ‘산월(山月)’까지는 참 좋았습니다. 

그 이후 다소 주춤한 인상을 받기도 했지만, 열한번째의 노래 ‘시절은 좋구나’까지도 그래도 이 작품의 갖고 있는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충족할 순 있었습니다. 그러나 작품이 중반부에 이르러서는 점차 힘을 잃어가는 느낌입니다. 

전반부가 ‘신선한’ 뮤지컬 같은 ‘국악’이었다면, 후반부는 ‘익숙한’ 국악 비슷한 ‘뮤지컬’이라고 해도 좋을까요? 작품의 성격상 후반부에서는 더욱더 ‘국악’ 혹은 ‘대금’이 제 의미를 살려야 함에도, 실제 작품에선 그렇지 못했습니다. 전반부는 연출이 대본을 잘 살려줬지만, 후반부는 대본을 연출이 살려내지 못한 인상입니다. 왜 그럴까요?

대본을 읽었을 때, 가장 절절하게 오는 대목은 여기였습니다. “어허~ 어허~ 지나가는 바람이여. 허로구나. 이내 한 몸, 텅 텅 비어서 소리가 난다.” 작가 배삼식의 허허로운 마음이 대금과 대금의 명인에 투영되어서, 가슴이란 내장은 어디론가 달아나고, 거기가 텅 비어 있는 허허로움이 그대로 전달되었습니다.

그러나 실제 무대에서의 이 장면은 매우 아쉽게도 허허(虛虛)롭지 않았습니다. 후반부의 핵심이라 할 ‘적로’(배삼식 작사, 최우정 작곡)라는 노래도 이런 극적 흐름 속에서 그냥 스쳐지나간 느낌입니다. 

이건, 아쉽게도 연출과 음악이 풀어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왜 이 작품에선 ‘사라지는 것’과 ‘비어지는 것’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을까요? 이건 나와 같은 평자(評者)의 추측이자 단정일 수 있겠지만, 연출과 음악이 전반부에서의 ‘작품적 미덕’이 되었던 것을, 후반부에 들어서 하나씩 제대로 못 버리기 때문에 그랬다고 생각합니다.

무대도 공허롭지 않았고, 배우가 애틋하게 보이지 않았고, 음악은 오히려 뭔가를 더 채우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음악적인 발언이 ‘중언부언(重言復言)’한다고 할까요?

   
▲ 음악극 <적로> (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이 작품이 젓대(대금)의 명인에 관한 얘기이니, 저렇게 소극장 안에  다섯 악기(대금, 클라리넷, 아쟁, 타악, 신디사이저)가 채우다가, 점차 음악적으로 ‘빈 공간’을 만들면서 관객에게 ‘음악적 허허로움’을 경험하게 해주리라 생각했습니다.

돈화문국악당이란 작은 공간에서 이 악기의 소리를 많이 엉키는 것들이 부담이 될뿐더러, 더욱이 결국 ‘노래’로서 관객의 마음을 건들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궁극적으로 이 작품의 주제와 연관해서 ‘음악적인 적요(寂寥)’를 느끼게 해주리라 생각했습니다.

이 작품의 작곡이자 음악감독인 최우정은 ‘음악극’과 ‘극음악’의 베태랑이기에 그리 해주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연출과 음악이 그렇게 풀어내리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내 귀에는 신디사이저를 기본으로 해서 더욱더 많은 것들이 들려왔습니다. 이런 음악이 계속 들으면서, 나는 내심 내 나름대로의 감상법을 찾게 되더군요. 내 귀에 들려오는 ‘물리적 소리’의 많음을 지우면서, 내 마음에 남길 수 ‘심리적 소리’를 찾게 되더군요. 

정영두 연출님, 좋은 작품임에 틀림없는데, 내가 너무 주관적인 입장에서 부정적인 얘기만 한 것일까요? 이 작품을 보면서, 아주 확실해진 건 있습니다. 정영두라는 연출의 장점은, 역시 ‘움직임’이런 것이죠. 작은 ‘돈화문국악당’에서, 공간 분할을 하면서, 공간과 움직임을 잘 활용해 냈습니다.

가장 돋보이고 재미있던 장면은 ‘용호상박’ 장면입니다. 정악명인 김계선과 민속악명인 박종기가 대금으로 대결을 하는 장면을 ‘씨름’으로 표현해낸 장면은, ‘적로’의 최고의 명장면 중의 하납니다. 

이 작품이 앞으로 계속 공연되길 바랍니다. 그 만큼 좋은 작품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이번 첫 시즌 공연을 끝내고, 여러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서 개작(改作)의 필요성을 느낍니다.

사실 이번 ‘적로’에선 박종기는 제대로 그렸을지 몰라도, ‘김계선’은 그가 남긴 음악과 삶의 궤적과 관련해서 썩 부합된다곤 하기 어렵습니다. 처음엔 그렇게 호형호제 하면서 두 사람이 산월을 사이에 두고 옥신각신하면서 서로의 우정을 돈독히 하는 건 좋지만, 한 여인의 죽음 앞에서 ‘김계선’이 그렇게 진도씻김굿의 한 대목을 부르면서 저승으로 보내주었을 것 같진 않습니다. 

정영두 연출님! 이 작품이 대금의 명인을 얘기한 작품이니, 이런 ‘치장’이나. 저런 ‘장치’ 없이, ‘담백하게’ 곧 ‘적적하게’ 대금소리를 그냥 들려주십시오. 정말 두 사람을 통해서 느껴질 수 있는 ‘적적(寂寂)한 적적(笛笛)’을 두 배우를 통해서 그려내십시오. 돈화문국악당에 오는 관객들의 입장에서도 그렇고, 돈화문국악당이 지향해야 할 방향에서도 그렇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작품의 가치가 궁극적으로 두 분에 대한 ‘오마주’라면, 더욱더 그런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젓대 들고 혼자 앉어”. 이것은 깊이 있는 무대적 구현이, 궁극적으로 ‘적로’라는 작품의 연출가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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