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Coulmn] 작곡, 창의 그리고 전통
[Music Coulmn] 작곡, 창의 그리고 전통
  • 정현구 가디언심포니오케스트라 음악감독, 드림가디언
  • 승인 2017.11.1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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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현구 가디언심포니오케스트라 음악감독, 드림가디언즈 대표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현대음악은 새로운 이념과 새로운 과학기술의 발전을 근간으로 하여 오늘 날에 이른다. 이념에는 12음기법, 점묘주의, 총렬주의(total serialism), 우연성과 불확실성의 음악, 복합미디어(mixed media), 인터미디어(intermedia), 음뭉치(tone cluster)의 사용, 미니멀리즘, 그리고 더 최근에는 신낭만주의(neo romanticism)라고 부르는 모두를 포함한다. 또한 전자기술은 전자음악과 구체음악을 포함하여 점차적으로 컴퓨터 음악의 영역으로 흡수되었다.

1980년대에 이르러 이런 유형의 음악은 점점 널리 확산이 되어 지금도 신낭만주의 음악이 작곡되고 있지만, 더 이상 어떤 주류를 찾기는 힘든 상황이다. 사실 신낭만주의는 총렬주의 이후로 지나치게 나타난 지성주의에 대한 반작용으로 볼 수 있다.

총렬주의는 음악의 구조적 측면에 크게 공헌한 바는 있지만, 한편으로는 작곡가가 책상에 앉아 계산하게끔 종용함으로써 지각하는 방식과 관련된 인간의 자발성의 영역을 무시하였다.

그렇다고 신낭만주의가 진정한 창의성으로 가는 방향이라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신낭만주의가 19세기 낭만주의를 단순히 모방한다면 그것은 단지 과거의 관습으로의 후퇴를 뜻한다.

음악에서 진정한 창의성은 ‘음악’이라는 단어에 대해 새롭게 정의를 내리는 것과 깊은 연관을 갖는다. ‘빛’과 ‘물’ 등 특정한 의미를 갖는 단어와 달리 ‘음악’이라는 단어는 어떤 고정된 의미를 갖고 있지 않다.

사람과 사회가 바뀌면 음악도 바뀌어 진다. 그렇기 때문에 음악을 작곡하는 행위가 바로 음악의 본질에 도전하는 것이고, 이런 도전은 우리로 하여금 우리 자신을 인간으로서 새롭게 규정 하도록 한다.

왜냐하면 궁극적으로 예술을 지각할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이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별을 짓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일반적으로 예술이 인간에게 얼마만큼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이와 관련하여 음악 작곡의 중요한 의미를 밝히기 위해 인간의 본질적 특성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다. 이런 연구를 바탕으로 볼 때 인간의 보편성의 두 국면을 대할 수 있다. 하나는 예술, 문화, 언어, 그리고 인류의 발생에서 유래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방성(locality), 즉 인간문화의 전통중심적인 측면에서 유래된 것이다.

전자는 음악, 극, 제식, 의례 등등의 행위를 포함하는데, 이는 인종과 지역 간의 차이를 초월한 것이다.반면 후자는 대조적으로 그 나라의 언어와 떼어내어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어떤 언어를 사용하든 간에 그 사람의 사과와 지각, 그리고 어느 정도 그 사람의 감수성까지 그 언어에 의해 본질적으로 규정된다. 은유적으로 표현하자면, 감각이 멀리 미치는 범위도 언어행위로 한정된다.

언어란 사물을 거르는 체와 같은 것으로 그 자체의 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거르는 과정은 모국어의 상이한 특성에 따라 문화마다 서로 다르다. 그래서 모국어는 그만의 고유한 문화를 형성한다. 그러므로 언어행위는 문화적 정체성의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된다.

그러므로 이 땅의 작곡가는 한국인으로서 전통을 무의적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그 전통을 의식적으로 계승하고 연장하며,또한 그와 동시에 모든 인간의 보편적 언어를 탐구해야 한다. 전통의 계승이란 5음음계와 같은 표면적인 현상을 가져다 쓰고 가야금, 대금, 거문고, 피리 같은 전통 악기를 단순히 사용하는 것을 의미하기보다는 사고와 지각에 관한 특정 방식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전통 안에 머무르는 것은 그 전통의 사고 체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전통’을 폭넓게 정의함으로써 다양하고 구체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