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주민 위안잔치 동자동 새꿈공원서 열려
늦가을 주민 위안잔치 동자동 새꿈공원서 열려
  • 조문호 기자/사진가
  • 승인 2017.11.21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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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자동 쪽방촌 주민 등 300여 명 참가,신명과 봉사 한마당 펼쳐

가난한 서민들을 위한 위안잔치인 ‘주민들과 함께하는 축제 한마당’이 지난 8일 오후1시부터 4시까지 동자동 ‘새꿈공원’에서 열렸다.

남영동과 ‘남영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서 마련한 이날 축제는 만추의 낙엽이 흩날리는 동자동 ‘새꿈공원’에서 열려 한층 가을의 정취를 더 했다. 주민 300여명이 나와 함께 어울린 흥겨운 잔치였다.

▲구인선씨를 비롯한 7인의 난타그룹이 첫 무대를 장식했다

맨 먼저 구인선씨를 비롯한 7인조 난타그룹의 춤추는 난타가 공원을 들썩이며 축제의 포문을 열었다. 사회자 이상훈씨의 내빈소개로 단상에 오른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어르신들의 외로움을 위로하며, 도덕과 예의가 땅에 떨어진 오늘의 현실을 걱정했다. 한편으론 버르장머리 없는 젊은이들의 망동을 꾸짖기도 했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행사장에는 동자동 쪽방촌 주민들만이 아니라 남영동 주민들도 더러 참석했다. 이 날은 신명나는 공연만이 아니라 다양한 봉사도 이어졌다. ‘용산보건소’에서는 어르신들의 혈압, 당뇨체크 및 건강 상담을 하며 응급체험관을 운영했고, ‘쎄아떼미용전문학원’ 봉사단들은 주민들의 머리손질하기 바빴다.

▲씨아떼 미용전문학원 봉사단에서 주민들의 머리 손질을 하고 있다

한쪽에선 스리랑카 음식 체험도 하고, ‘남영동새마을부녀회’에서는 우동과 녹두전의 음식 나눔도 있었다. 그 뿐 아니라 ‘서울역쪽방상담소’에서는 인형, 매듭, 향초, 차 등 공예품을, ‘소망을 찾는이 교회’는 한지공예품과 무공해농작물을 판매하는 등 프리마켓을 열어 온 공원이 시끌벅적했다.

▲동자동 정용성씨의 행복한 표정

무대에서는 은지노래와 백댄서 춤이 어우러지는 색스폰 연주로 어르신들을 흥겹게 만들었고, 김기환씨는 최백호의 ‘가을엔 떠나지 말아요’를 트럼펫으로 구성지게 불어 쓸쓸한 가을을 더욱 을씨년스럽게 만들었다.

▲가수 한경아씨가 주민들에게 농담을 건낸다

최현선씨를 비롯한 4인조의 오카리나연주에 이어 가수 한경아, 김영남, 김시연씨가 나와 다들 좋아하는 트로트 곡으로 분위기를 잔뜩 띄웠는데, 언제나 빠지지 않는 인기곡이 ‘내 나이가 어때서’였다. 포크가수 주석렬씨의 정겨운 노래에 이어 마지막으로 등장한 노숙인밴드 ‘민들레’는 최헌의 ‘오동잎’으로 쓸쓸함을 달래며 행사를 마무리했다.

▲노숙인밴드 '민들레'가 '오동잎'을 연주하고 있다

이 날 주민들에게 신바람을 일으켜 어께를 들썩이게 한 것은 단연 음악이지만, 한데 어우러지며 즐겁게 한 것은 가위바위보 등 다양한 게임을 벌여 주민들을 무대로 끌어들인 레크레이션이었다. 많은 경품을 준비한 효과도 있었지만, ‘신바람 나는 복지 공동체 만들기 사업’이라는 취지와 같이 주민들이 함께 어우러져 정 나누고 협동하는 데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을 것이다.

▲신발 차 넣는 레크레이션에 참여하고 있다

기자가 제안하고 싶은 것은 정해진 공연 중간 중간에 주민들의 장기자랑을 넣어 주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무대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잘 모르는 가수들의 틀에 박힌 노래를 들으며 구경하는데 시간을 할애하는 것보다 다소 세련되지 못하더라도 친근한 주민들의 노래와 장기자랑도 함께 어우러진다면 금상첨화겠다.

▲주민들이 '가위 바위 보'레크레이션에 참여하고 있다

모처럼 ‘서울역쪽방상담소’와 ‘동자동사랑방’ 등 민관이 협력하여 만든 멋진 동네잔치였다. 쪽방에 갇혀 의지할 곳 없는 외로운 이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선물이 있겠는가? 하루 종일 싱글벙글 웃는 동네 분들의 모습에서 진득한 사람 냄새를 맡을 수 있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