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무형문화재 제도개선'에서 '한국무용 미래'가 보이지 않는 이유
[기자의 눈] '무형문화재 제도개선'에서 '한국무용 미래'가 보이지 않는 이유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7.11.24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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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안일한 행정과 불신 조장 가장 큰 문제, 한국무용계 자기 반성도 함께 있어야

지난 15일 국립고궁박물관 강당에서는 문화재청 주최로 '무형문화재 제도개선 무용분야 공청회'가 진행됐다.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및 보유자 인정, 전수조교 인정 등을 놓고 각 단체마다 갈등이 빚어졌고 종내는 문화재청의 이른바 '콩쿨식 선정'이 논란이 되면서 태평무 보유자 인정이 보류되는 상황까지 맞게 된 상황에서 이날 공청회는 문화재청이 개선안을 발표하고 이에 대한 무용계의 의견을 듣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 지난 15일 열린 '무형문화재 제도개선 무용분야 공청회'

'태평무 보유자 지정 보류' 결정이 난 지 1년이 넘은 상황에서도 여전히 결론은 나지 않고 있고 문화재청의 심사 기준과 방식에 대한 지적이 계속 이어졌고 이에 문화재청은 지난 9월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조사를 3단계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한 개정안을 내놓았다.

이와 더불어 전수교육조교제도를 전수교육지도자 제도로 전환 운영, 명예보유자 예우강화 및 인정 대상 확대 등의 내용도 개정안에 포함됐다.

이날 참석한 무용계 대표들은 각각의 의견을 제시했다. "새 문화재법 시행에 앞서 책임있는 모습으로 신뢰감을 주는 것이 먼저"(이화숙 태평무보존회 대표), "살풀이춤의 문화재 지정 누락은 역사성을 부정하는 것이다. 유파 선정 보유 문제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것이 문제"(정승희 한영숙춤보존회 대표), "체계적인 종목관리가 우선 필요하다"(류영수 한국국악협회 대표), "무형문화재과 2,3명의 직원으로 커버가 되지 않고 이들조차 3,4년 뒤엔 다른 부서로 간다. 무형문화재국을 신설하라"(최창덕 우리춤협회 이사장) 등의 의견이 제시됐다.

태평무, 살풀이춤 보유자가 1년이 넘도록 지정되지 않고 무형문화재 선정을 둘러싸고 끊임없이 잡음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문화재청의 안일한 운영 방식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 

투명하지 못한 평가 방식으로 인해 국악 전공이 아닌 인사가 보유자로 결정되는 상황이 펼쳐지고 고령의 예술인을 배척하면서 이른바 '나가수식 경연'을 보유자를 결정하게 한 공모 제도로 인해 많은 예술인들이 불이익을 겪었고 이로 인해 문화재청의 공신력은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안일한 운영으로 국악계를 '아전투구장'으로 인식시키게 만든 문화재청의 책임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이며 이 점을 본지는 몇 차례 기획기사를 통해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공청회를 본 필자의 느낌은 '이 논의가 과연 한국무용의 장래를 위해 정말로 필요한 것인가'라는 일종의 회의감이었다. 한국무용계 각계 인사들, 그리고 이날 플로어에서 공청회를 지켜본 이들이 다양한 의견들을 내놓았지만 지금도 한국무용의 맥을 이으려는 젊은 예술가들, 학생들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물론 '무형문화재 제도개선'을 이야기하는데 학생들, 젊은 예술가들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다소 주제와 어긋난 부분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 제도개선이 진실로 한국무용의 미래를 위한 방안이라면 젊은 예술가들의 목소리, 학생들을 걱정하는 중견 및 원로 무용인들의 우려가 있어야하는데 그 이야기가 없이 그저 '보유자 선정'에만 매달리는 모습이었다. 어느 분의 말대로 한국무용계를 '아전투구판'으로 만들어놓은 듯한 모습에 썩 기분이 좋지 않았다.

'보유자'는 엄밀히 말하면 국가가 예술인에게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다. 한 종목의 보유자가 되면 이 사람은 그 종목을 전승하는 것은 물론 끊임없이 그 종목을 일반 대중들에게 선보이고 학생들에게 가르쳐야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보유자는 해야 할 의무는 사라지고 '특혜'를 얻을 수 있는 '감투'로 전락해가고 있었다. 보유자 선정을 놓고 각종 논란이 불거지고 심지어 '특정인을 보유자로 만들기 위해 선정 방식을 바꿨다'는 의혹까지 나왔다. 보유자가 선정되도 전공 등의 문제를 거론하며 결과에 불복하는 일이 빚어졌다.

무엇보다 일부 무형문화재 보유자들의 부정과 이로 인한 자격 박탈은 한국무용, 국악을 잘 알지 못하는 일반인들에게도 큰 실망을 주기에 충분했고  무형문화재 보유자 제도에 대한 회의감을 가져오기에도 충분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보유자 제도를 없애자'라는 주장이 나왔고 실제로 이날 공청회에서도 이 주장이 제기됐다. 여기에 대해 반발이 있을 수 있지만 무조건적인 반발이나 탓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왜 '보유자 폐지론'이 나오고 있는가다. 문화재청의 안일함만을 탓할 수 없는 문제다.

보유자를 선정하고 그간의 노력을 인정하는 것은 물론 대단히 중요하다. 하지만 앞서 말한대로 보유자는 명예나 감투가 아니라 국가로부터 '의무'를 부여받는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 많은 보유자들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고 한국무용을 발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해온 것도 사실이지만 여전히 한국무용이 일반 대중들의 사랑을 받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요구되고 있다. K-POP만으로 우리 음악을 알고 있는 외국인들에게도 한국의 아름다운 음악과 무용이 있다는 것을 알려야하는 의무 또한 가지고 있다. 진실로 그 의무를 다하고 있는가? 이것을 생각해봐야한다. 한국무용의 미래는 바로 그 부분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보유자 선정문제, 물론 해결해야한다. 무형문화재 정책에 대한 문화재청의 인식 변화도 당연히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처럼 이전투구의 모습만 보여준다면 한국무용에 대한 일반 대중의 인식이 떨어질 것이 불보듯 뻔하다.

무조건 문화재청의 변화, 좋은 대우만을 외치고 기대할 것이 아니라 한국무용계 스스로 자생력을 갖출 수 있는 부분을 생각해보고 자기 반성과 함께 대중에게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줘야한다. 한국무용이 당당하게 대중의 사랑을 받게 된다면 문화재청도 더 이상 한국무용 종사자들을 힘겹게 하는 일들을 못하게 될 것이다.

끝으로 이날 참여한 성기숙 서울무용협회 대표의 말을 인용해본다.

"무형문화재가 나온 취지를 생각해보자. '원형이 곧 전형'이다. 전형을 지키기 위해 무형문화재가 있고 명예보유자는 법적으로 아무 것도 없는 것이다. 전승자만의 소유가 아니다.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기에 국민의 공동 자산이다. 동의할 수 없는 실력을 가진 보유자는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