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주의 쓴소리]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적폐의 진원지에서 벗어나려면
[최창주의 쓴소리]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적폐의 진원지에서 벗어나려면
  • 최창주 전 한예종 교수/ 비평가협회 평론가
  • 승인 2017.12.04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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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방식 탈바꿈하여, 根本(근본) 지키며 예술 경쟁력 키워나가야
▲ 최창주 전 한예종 교수/ 비평가협회 평론가

조상 대대로 물려 받은 문화유산(끈), 이 훌륭한 문화유산을 잘 이어가기 위해 현장을 지켜온 지 어느덧 50년이 되었다. 그 때문일까? 이번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이 되고 보니 그 막중한 책임에 어깨가 무겁다. 현장을 떠나 이론적으로 자화자찬하다가는 우리 위원회가 자칫 적폐 진원지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전통문화예술하는 사람들은 자존심 하나 가지고 살아 왔다. 문화는 권력이 필요 없다. 현장예술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전통문화예술이 단순히 끼니를 때우는 라면이나, 손쉽게 데워 먹는 햇반이 아니다. 힘들어도 밥을 지어서 먹고, 좋은 식당을 찾는 이유처럼 예술의 목적도 이와 같아야 한다.

따라서 참가자 모두가 '전통'이라는 심리적 동질성에 의해 통일된 영속성이 있는 어울림의 공동체 문화이다. 전통예술은 언젠가 다시 활기를 띠게 될 때까지 유지 관리만 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그 어떤 예술보다 돈을 필요로 한다. 전통예술에 대한 투자는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것이 제대로 안될 때, 가장 우려되는 것이 전통예술이 단절되어 감상할 수 있는 관객들까지 함께 잃어버리는 것이다.

절차상의 하자 없다는 공무원식 문법에서 탈피해야

일반행정은 '절차상의 하자'가 없으면 감사에 걸리지 않는다. 일반행정은 1+1= 2이다. 그러나 예술행정은 1+1 = 5 또는 7도 될 수 있다. 그래서 예술에 대한 감수성과 관심을 갖는 예술행정가가 필요한 것이다.

예술행정이란 예술활동을 통한 행정적인 접근을 통해 예술이 지향하는 바 가장 고귀한 목표를 합리적이고도 능률적으로 성취시키는 과정이다. 예술행정가는 예술가와 대중과 정부를 연결하는 삼각관계의 구심점에서 상호간의 동반관계를 구축하는 역할이어야 한다,

따라서 이를 위해 현행의 평가 방식을 과감함게 바꾸어야 한다. 요건만 충족시키는 형식주의, 관행 절차만 지키는 것에서 탈피해야 할 것이다. 예술가들은 감정적이고 이기적이며 변덕스럽고 자존심이 강한 사람들이다. 때문에 치열한 작업을 하는 예술가일수록 자존심이 강하다. 이런 예술가들이 적은 예산 타먹자고 줄을 서지 않는다.

금년도 공연예술전문인력 지원사업 추진계획(2017년도)을 보면 정부의 지속적인 인프라 정책으로 공연시설과 종사자는 증가했으나 2009년부터 2015년까지 공연시설 1개처 당사자 증가율은 0.04%로 공연시장 성장에 비해 고용촉진 유발이 저조하고 공연단체는 양적성장에 비해 공연콘톈츠 생산주체인 예술단체와 종사자 모두의 증가율이 하락되었다.

어째든 지원사업에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받을까 해서 신청하려고 해도 몰라서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저급한 정책으로 예술 인력들이 死藏(사장)되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도대체 현재 실시되고 있는 제도가 누구를 위한 제도인지 모르겠다. 한국 사람이 한국 것을 모르고 있어도 부끄럽지 않은 것을 어찌하랴! 참으로 오랜 인내(忍耐)에 한계와 분노를 느낀다.

설상가상, 문화예술위원회 프로젝트를 따기 위해 거간(居間,흥정)꾼들이 등장해 예산을 따먹으려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한다. ‘e 나라도움’ 등 서류 절차가 복잡해지면서 예술가들이 도저히 하기 힘든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래도 ‘절차상의 하자가 없다’고 할 것인가.

사실상 예술가들이 보기엔 불량품을 선정 해놓고 마치 조달청 가격으로 낙찰따는 관급 공사처럼 하면 신임 문화예술위원장이 말씀하시는 자긍심 갖기가 불가능해지지 않겠는가. 지원 형식화가 예술은 아닌 것이다. 애써 돈 들여 예술을 망치는 것이나 다름없다. 망가뜨리고 소란하면서 만드는 예술 작업이어야 한다.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이 '예술은 하극상'이라고 一喝(일갈)하지 않았던가!

지킬 것은 지키고 재해석한 우수 문화를 수출해야

 '독박'을 쓰겠다는 주인정신이 필요하다. 여러 명이 함께 심의하고, 적당히 꿰어 맞추는 과정에는 꼭 이상한 친구들이 장난을 치는 경우가 있다. ‘위원회'란 보직의 책임과 주인정신이어야 한다. 잘못 선정 위탁지원 하다가는 자칫 위원회의 적폐가 씻어지지 않는다. 새로운 철학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좀 더 확대하면 큰 기업의 문화 기획단체와 국, 공립단체 역시 잘못 지원해서 이무기같은 놈을 배출하고 있다면 어찌할 것인가. 형평성만 쫒다보니 전국이 편의점화해 지역 문화의 개성과 정체성이 상실되어 가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체성을 상실하면 결국 고유성까지 상실되어 전통이 살아 질수 밖에 없다.

더욱 지킬 전통은 확실하게 지키고, 전통을 기반으로 새 작품도 만들어 우리의 우수한 문화를 수출(라이선스)해야 한다. 외국의 문화(작품)를 기획 제작해서 외국에다 판다면 웃을 일이 아닌가. 우리가 국민세금으로 잘못 선정해서 지원하면 위원회가' 불량문화제작소'가 되어 국민에게 욕을 얻어 먹게 된다.

이제 제네럴리스트(Generalist)와 스페셜리스트(Specialist)들이 서로가 전문가가 되어 하모니(harmony:일정한 법칙에 따른 연결)를 이루어 조화롭게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알면 큰일이고 모르면 그냥 지내왔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대통령이 되겠다. 먼저 일자리를 챙기겠다.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 라고 거듭 강조 하셨다. 위원회의 근본(根本)이 흔들리지 않고자 하는 마음에서 무거운 마음으로 이 글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