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되는 종로 의료관광 인프라
주목되는 종로 의료관광 인프라
  • 권대섭 대기자
  • 승인 2008.12.11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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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섭 대기자

주목되는 종로 의료관광 인프라


지방에서 서울에 온 지 별로 되지 않았을 때 한 가지 느낀 점이 있었다. 종로 3가에서 5가까지 도보로 오르내리며 의료기기를 파는 상점들이 유난히 많다는 것이다. 이는 종로 5가에서 만나는 대형 약국들과 어울려 종로변의 독특한 풍경으로 인식되었다.

지금 이 약국들과 의료기 상점들을 한데 묶어 관광상품으로 랜드마크화하자는 자각이 일고 있다. 물론 이런 자각이 새삼스러운 건 아니다. 종로 대로변의 약국과 의료기기 상점들의 형성과정은 이미 오래전부터의 일이다.

이는 그 옛날 종로 대로가 이나라 상권의 중심지이던 시절부터 유래됐다고 볼 수 있으며, 최근엔 아마도 인근 멀지 않는 곳에 위치한 서울대 병원의 존재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한 나라에서 최고가는 병원과 약국, 그리고 의료기 상점들이 한 지역관할내 하나의 인프라로 묶여 존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종로의 원로들에 따르면 현대식 개념의 의료기기 상점들이 종로변에 자리잡기 시작한 것은 광복이후부터라고 한다. 이들은 6. 25전쟁을 겪으면서도 흩어지지 않고 부산 피난지까지 내려가 상가를 이루었다가 수복 후 다시 서울 종로에 모여 오늘날 ‘의료기기 상가’의 전통과 기본 틀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최근까지도 이 업종분야에 아흔이 다 된 분들이 활동하며 상점을 유지했던 것도 이런 연유에서 라고 한다. 생각해보면 이만한 전통과 유래를 가진 상가들이 흔치 않다. 지금까지 응집력을 유지하며 맥락을 이어 온 것도 대단한 일이다.

다만 그런 가운데서도 지금까지 뚜렷한 인프라로 인식되어 민과 관이 이를 랜드마크화하려는 계획적인 움직임이 없었다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따라서 이런 배경과 인식을 바탕으로 최근에 와서 새삼스런 자각으로 ‘종로 의료기 관광산업화’에 눈을 떴다는 것은 만시지탄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나마 미국발 금융위기로 불황속에서 일본인 손님들이 늘어나면서 깨닫게 되는 현상이니 아이러니라고도 할 수 있다. 관계자에 의하면 현재 종로 3가에서 5가까지 대로변엔 약 80여개의 의료기 상가들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부황, 쑥뜸기기, 혈압 혈당 계측기, 체중계, 찜질기 등을 다루는 업소들이다. 이들은 서울시 전체 의료기 상가들의 50%를 차지하며, 서울시 의료기 매출의 50~60%를 상회한다고 한다.

능히 종로 대로변이 의료기 상가의 중심지역이라 할 만한 수치들이다. 더군다나 이같이 의료기 상가들이 밀집된 지역은 이웃 다른 나라에도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본인 관광객이나 중국, 캐나다 등의 손님들까지 찾아오는 이유라고 한다.

각 지자체마다 문화상품이니 관광상품을 개발해 손님들을 끌려 안간힘을 쓰는 요즘이다. 종로구도 방문객이 많은데 비해 살거리가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나온 지 오래됐다. 차제에 의료기 관광상품을 중심으로 한 ‘의료 관광’쪽으로 눈을 돌려 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불황이 심각해 질수록 획일적 뉴타운 개발이나 거창한 건설경기부양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 보다 소프트한 상품개발과 문화관광화로 내수를 진작시키며 서민 일자리를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나은 정책일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