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목공예의 맥을 잇는다는 자부심 하나면 족하죠!”
“우리 목공예의 맥을 잇는다는 자부심 하나면 족하죠!”
  • 양문석 기자
  • 승인 2009.09.09 1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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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년간 불교 목공예 전문가로 활동한 김승열 작가


우리 사회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꿈을 키워 가는 예술인들은 의외로 많다. 그들은 흔히 지나치기 쉬운 이웃집 아저씨나 혹은 직장 동료일 수도 있고, 심지어 우리 가족일지도 모른다. 본지 기자 역시 같은 건물에서 수개월 동안 인사를 하며 지냈지만, 그가 불교 목공예 전문가였다는 사실은 이번 인터뷰를 통해 처음 알게 됐다. 버시바우 전 주한미국대사 부인이 그의 작품을 소장할 정도로 실력 있는 장인. 40여년 간 불교 목공예가로서 묵묵히 자신만의 인생을 개척하고 있는 우리 시대의 숨은 장인 김승열 선생을 만나 그의 인생 역정에 대해 들어봤다.

현재 선생님께서는 여러 가지 일을 하고 계신 줄 알고 있습니다. 일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먼저 서울문화투데이의 발전을 축하드리고 인터뷰를 하게 된 점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아울러 서울문화투데이 독자분들도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일을 제 소개로 대신 하겠습니다.

1970년대 초, 해림(주)에서 독일식 장식용 벽시계를 디자인하고 만들면서 생활 공예를 시작했습니다. 파인아트와는 다소 차이가 있었지만, 생활 공예 속에서도 판 조각(목판에 새기는 조각), 입체조각, 불상 조각 등 다양한 장르의 작업을 했습니다. 당시 디자인, 조각(입체, 릴리프) 렌더링 등을 혼자 다 해내기 위해 밤낮 없이 일하며 공부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론적인 측면은 독일공예학박사가 쓴 일본어 번역본 원서를 구입해 독학으로 습득했습니다. 내용은 기하학에 바탕을 둔 디자인 기법이었습니다. 또한 현대 디자인의 기본 베이스는 실용성에 바탕을 둔 테크닉의 집중과 심화 속에 심플함과 섹슈얼함이 내제 돼 있다는 판단 하에 동물, 식물, 기물, 누드크로키 등 데생 연습을 꾸준히 해왔습니다.

목아박물관에서도 근무한 것으로 들었습니다. 
1978년 군 재대 후 일본 수출용 불상을 목아(주)에서 사내 하청으로 약 8년간 수 만점을 조성했습니다. 1983년부터 불단 디자인을 했고, 1997년부터 2004년까지 일본으로부터 불단 디자인을 수주받아 작업했습니다.

한편 목아 불교 박물관에서는 한국 사찰 내부 장엄을 설계하고, 도안도 했지요. 불단, 탱화, 부처 등의 설계와 디자인 등 생활 공예가로서 40여년의 세월을 걸어 왔네요. 한편으로 6.25 이후에 파생됐던 근대 한국 목공예의 맥을 잇는다는 정신으로 애를 써왔다는 점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답니다.

개인적으로 1:1 도면(프리핸드)이 가장 자신있는 분야입니다. 이런 도면들은 일본에서도 인정 할 정도니, 옛 장인의 혼을 이어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죠?(웃음). 실제로 1:1 도안을 사용하게 되면 완성작품의 실패율이 크게 줄어 듭니다. 또한 백제의 전통을 이어받은 일본 장인들은 실측 비율의 디자인을 현촌(現寸)이라 일컬으며, 1:1 비율의 그림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죠.

그동안 작품 활동뿐만 아니라 책도 발간하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책이라기보다는 전통예술콘텐츠출원서(실용공예품으로서의 특허출원중인 아이디어, 도안 설계도, 사찰의 불단 작업도면 등)를 만들었습니다. 50페이지 분량의 일반적으로 쉽게 접할 수 없는  디자인으로, 편집 등 모든 작업을 스스로 했습니다, 컴퓨터 및 일부 작업은 아들인 김대원 군의 도움을 살짝 받았습니다(웃음). 더불어 제가 일본 불단의 원본 도안을 다수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일본에서 책을 낼 준비도 하고 있습니다.

▲ 태안사 '적안선사 부도'의 설계투시도

주변에서 말하기를 외국어에도 상당히 능통하시다는데요?
학력 콤플렉스 때문에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습니다. 일본어와 인도네시아어는 모국어처럼 구사할 수 있을 정도지만, 우리 사회에서 학력의 벽을 넘기가 좀처럼 쉽지 않더군요. 그래서 일찌기 외국에서 활동을 했습니다. 84년부터 일본 시고쿠와 인도네시아 발리, 중국 상하이 등에서 활동을 했습니다. 일본에서는 제가 디자인을 해주었던 중소기업이 상장회사로 성장한 경우도 있었죠.

일본이나 상하이에 있는 명장들은 학력으로 명장이 된 것이 아니라 실력을 인정받아 명장이 된 것입니다.

지금도 많은 기능인들이 실력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실력으로 평가 받을 수 있는 사회가 돼야만 우리 전통 문화도 더욱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요?

상당한 경력의 소유자이신데 현재는 다른 일도 병행 하고 계시는데, 이유가 있을까요?
월급쟁이 하다가 갑자기 나오게되니 누가 도와주는 것도 아니고 불교목공예 쪽은 수요가 거의 제한돼 있다 보니 수주에 한계가 있습니다. 1년정도 주문 받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 다녔지만 수주가 될 듯 될 듯하면서 경제사정이 어려워지면서 무산돼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지요. 그러던 중 동국대 협력업체와 인연이돼 산학협력센터에 근무하게 됐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동안 수주를 위해 뛰었던 노력이 빛을 보는 것같습니다.

향후 계획을 포함해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현재 ‘목운 한옥’의 불교 사업 팀장으로 사당이나 제각(사우)을 복원하고, 화재로 소실된 낙산사 원통보전의 복원 조각 도안 작업을 했습니다. 전통 사찰의 주문도 예약 돼 있어 내년쯤에는 큰 법당 내부 장엄을 할 꿈에 부풀어 있답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생활 공예를 가르치는 봉사활동도 꼭 하고 싶습니다.

김승열 작가 경력
1987-1984 목아 박물관 불상 조각사 및 도안사
1984-1990 일본 재가용 불단 설계 및 도안사
1990-1994 목아박물관 법당 내부설계 및 도안사
1994-1997 인도네시아 발리 일본회사 발리메쇼 불단설계, 도안사
1997-2004 일본 모리쇼 그룹 불단디자인 및 도안사
2004-2005 재 샹하이 가나쿠라 불단 디자인 및 도안사
2006 한불수교 100주년기념 전시회 도안 작업
2007-2008 낙산사 원통보전 내부 복원(닷집, 낙양, 수미단) 도안
2008년 대한민국 불교미술대전, 불교목공예 작품-원패세트(소원을 비는 패)로 2등(우수상) 수상
2009년 현 '목운한옥' 불교사업팀장

 

 인터뷰 / 사진 양문석 기자 msy@sctoday.co.kr
인터뷰 정리 박솔빈 기자 press@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