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 2017.12.15 금 11:46
   
> 뉴스 > 칼럼 > 윤중강의 뮤지컬레터
     
[윤중강의 뮤지컬레터] 뮤지컬‘빌리 엘리어트’의‘미세스 월킨슨’에게
2017년 12월 07일 (목) 16:31:27 윤중강 / 평론가, 연출가 sctoday@hanmail.net
   
▲ 윤중강 / 평론가, 연출가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참 좋은 뮤지컬입니다. ‘이 시대 최고의 뮤지컬’이란 카피에 수긍이 갑니다. 대본도 좋고, 음악도 좋습니다. ‘빌리 엘리어트’가 새롭게 상연을 하기 시작해서, 그 첫 번째 공연을 보았습니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를, 한마디로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상충(相衝)에서 상생(相生)을 지향하는 뮤지컬’이라고요. 이 뮤지컬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대립적으로 생각하는 모든 것이 있습니다. 신구의 갈등과 빈부의 갈등은 기본이지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모든 사람에겐 누구나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방황합니다. 

영국 북부의 탄광촌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에서, 그들은 일자리를 잃어가는 것이 확실치 되지만, 그들은 다시금 일하게 될 날을 기대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집단과 개인’이 맞부딪힙니다. 졸지에 실업자가 된 사람들은 똘똘 뭉치게 되고, 여기서 이탈해서 살 길을 찾은 사람은 배신자로 낙인찍히죠. 

‘남성성과 여성성’도 아주 재밌게 대비됩니다. 발레를 하는 주인공 빌리에겐 마이클이란 단짝이 있죠. 소년은 여성의 옷을 입는 것을 좋아하고, 내심 친구 빌리를 좋아하는 소년이랍니다. 어느 날 불현 듯 빌리의 볼에 키스를 해서 빌리는 당황하죠.

빌리의 발레 유학의 꿈이 실현되고 탄광촌을 떠나는 날, 빌리는 마이클의 볼에 우정과 답례의 뜻으로 키스를 합니다. 빌리는 ‘소년을 좋아하는 소년’이 아니지만, 자신에게 끌리는 마이클에게 그리 하고 떠납니다. 

이 작품은 이 세상에 공존하는 많은 것을 대립과 차이를 다 드러내지만, 그런 갈등을 화합으로 봉합하고자 하는 의도가 깔려 있습니다. 그게 가능할지 모르나, 적어도 이 작품을 보는 순간에는 상대를 안아주고 상처를 보듬는 마음이 생깁니다.

그래요, 이 작품을 보면 의미있는 ‘허그’가 참 많이 있죠. ‘빌리 엘리어트’를 우리는 또 이렇게 부를 수 있을 거에요. ‘이 시대 최고의 뮤지컬’이 분명하고, 덧붙여서 이 시대 최고의 ‘착한’ 뮤지컬이라고요. 

이 작품엔 단 한 사람의 나쁜 사람이 없습니다. 단지 그들에게 주어진 상황이, 서로 간에 갈등을 유발하게 되죠. 그렇게 갈등하면서도, 모두들 서로에 대한 애틋함은 존재합니다. 빌리가 발레를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상대 진영의 어른의 모습이 바로 그런 것이죠. 빌리는 ‘상대’의 아이가 아니라, ‘영국’의 아이고, ‘우리’의 아이란 생각을 하고 있는 거죠. 

이런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에서 제가 가장 좋은 하는 캐릭터가 누군지 아시나요? 이번 공연에선 최정원 배우와 김영주 배우가 바로 그 역할을 맡아서 더욱 좋더군요. 바로 '미세스 월킨슨'입니다.

당신은 분명 과거에는 한 때 아주 잘 나가는 발레리나 였을 겁니다. 그러나 지금은 탄광촌 변두리 문화센터에서 아이들에게 발레를 가르치면서, 동전 몇 닢을 챙겨야 하는 신세죠.

당신의 손에는 늘 담배가 물려 있죠. 발레 수업이 끝나고 외투를 입을 때는, 결코  남성이 도와줘야 입는 ‘공주’의 마인드를 갖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겐 우습기도 하고, 누군가에겐 애처롭게도 보일 수 있는 당신! 미세스 월킨슨은 빌리의 재능을 발견하게 되죠.

내가 당신에게 마음 끌리는 건, 빌리에게 무조건 잘한다고 부추기는 태도를 취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어요. 그래서 아이에게도 ‘밀당’을 해서, 아이가 ‘발레’에 끌리게 한다거나, 최종적으로 아이가 진정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며, 발레를 통해서 어떤 것을 추구해야 할지를, 아이 스스로가 ‘판단’할 수 있는 ‘판‘을 깔아주는 게 참 좋았습니다.

당신은 내가 참 좋아하고 존경할 수 있는 스승의 모습이다. 전성기가 지난 예술가가 의기소침해 줄 수 있죠.  예술가에서 교육자로 변했을 때, 때론 스승의 심성과 태도가 아이들에게 자칫 큰 상처를 줄 수 있는데, 오히려 당신은 이 작품을 통해서 ‘바람직한 선생님’을 보여주었어요. 엄마가 세상을 떠나고 적적하게 지내는 빌리와 같은 소년에게 모성(母性)적 이미지로 다가간 거죠. ‘격려’도 하고, ‘잔소리’도 하고, ‘엄포’도 놓으면서, ‘또 다른 엄마’가 되어준 거죠.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를 볼 때면 늘 소년의 간직한 편지를 익는 당신의 모습과 ‘데드 맘’의 목소리와 뮤지컬 넘버가 겹쳐질 때, 늘 그 장면에서 눈가에 물기가 맺히더군요. 이번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에서의 첫공에서도 그랬습니다. 
 
첫공에선 해프닝이 있었죠. 당신(김영주)이 등장을 했는데, 두 개의 의자가 있어야 하는데, 무대엔 없었던 겁니다. 누구보다 당신이 당황했겠지만, 재치를 발휘해서 무대에 의자가 등장을 했고, 관객들은 그걸 첫공을 보는 재미의 하나로 생각하면서 웃음과 박수로 보냈습니다. 

대한민국에 최정원과 김영주와 같은 배우가 있다는 게 자랑스럽습니다. 이런 두 사람이 미세스 월킨슨’를 맡아서 참 좋습니다. 제가 두 배우에 대해 자세히 아는 건 아니지만, 여러 작품을 통해서 두 사람이 바로 ‘미세스 월킨슨’ 같다는 생각을 해봤죠. 무대의 주역으로서 아름답게 작품을 만들어갔고, 나이 들면서 캐릭터가 살아있는 역할로 작품의 활력소가 되어주는 배우지요.

광화문연가(2012)의 김영주 배우, 고스트(2013)의 최정원 배우는, 실상 작품의 주인공보다도 관객들이 더욱더 좋아한 캐릭터였죠. 당신들은 참으로 관객을 웃길 줄 알고, 관객을 울질 줄 아는 배우입니다. 당신들이 그럴 수 있는 건, 당신들의 인성 혹은 심성, 그것이 작품과 배역 속에서 잘 녹아있어서 그렇겠죠. 

이번 시즌에서도 당신들은 빌리의 발레 스승이자, 현실속의 엄마와 같은 존재로서, 아역배우로 활약하는 많은 ‘빌리’에게 큰 힘을 불어넣어줄 겁니다. 그리고 작품의 대사처럼 그들에게 마음속으로 이렇게 말하겠죠. “지금 나에게 배우 것은 모두 잊어도 좋다. 앞으로 더 큰 곳에 가서, 또 다른 많은 것을 배워라!”

빌리 역할의 소년들도, 이 작품을 보는 관객들도, 때론 아주 다 잊어버리겠지만, 어느 날 불현듯 생각이 날 겁니다. ‘미세스 월킨슨’이 생각나고, 최정원배우와 김영주배우가 생각날 겁니다. 이 시대의 모든 ‘미세스 월킨슨’과 같은 역할을 하는 분들에게 감사하게 됩니다. 당신들이 있어서, ‘빌리’가 탄생될 수 있으니까요. 

*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2017. 11. 28 ~. 디큐브 아트센터 

     칼럼 주요기사
[시인이 읽어주는 아름다운 우리시] 첫눈, 내리고/김경숙
[천호선의 포토 에세이 29] 50년만에 오른 인수봉
[이수경의 일본 속으로]서예가 다나카 유운(田中佑雲)이 갈망(渇望)하는 한일 평화공생
[대중문화 낯설게 하기]쏟아지는 외국인 예능, 하지만 늘 새롭다
[다시 보는 문화재] 위기의 문화재청 … 근본적 쇄신 필요
ⓒ 서울문화투데이(http://www.sctoday.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이 기사를 추천하시면 "오늘의 좋은 기사" 랭킹에 반영됩니다   추천수 : 0
전체기사의견(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특별기획] 사람과 시스템 개선없이
뉴코리아 필하모닉오케스트라 '새해 인
[시인이 읽어주는 아름다운 우리시]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기증특별전 '김형
국립중앙박물관 서화실 전면 개편 "일
"한국 리얼리즘 미술의 역사, 지금도
산울림 '편지 콘서트' '브람스, 앱
극단 맨씨어터 10주년 기념 공연 '
[천호선의 포토 에세이 29] 50년
'산조 춤의 명인' 故 김진걸 10주
독자가 추천한 한주의 좋은기사
신문사소개기사제보구독신청하기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03150 서울시 종로구 삼봉로 81 두산위브파빌리온 742호 | Tel:070)8244-5114 | Fax:02)392-6644
구독료 및 광고/후원 계좌 : 우리은행 1005-401-380923 사과나무미디어그룹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은영
Copyright 2008 서울문화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