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는 문화재] 위기의 문화재청 … 근본적 쇄신 필요
[다시 보는 문화재] 위기의 문화재청 … 근본적 쇄신 필요
  • 박희진 객원기자 /한서대 전통문화연구소 선임 연구원
  • 승인 2017.12.07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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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진 객원기자 / 한서대 전통문화연구소 선임 연구원

지난 10월 국정감사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도 문화재청(청장 김종진)에 대한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이 계속 되고 있다.

본 지 <서울문화투데이>에서도 문화재청의 거듭되는 실수와 문화재 훼손을 부르는 관리소홀 등을 지속적으로 기고하며 문화재청의 행보를 관심 있게 지켜봐왔다. 충남 아산 현충사의 고 박정희 대통령 현판과 금송에 대한 적폐 논란에 이어,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추진의 조건부 허가에 따른 시민들의 거센 반발과 문화재위원들이 사표를 던지기까지 문화재청의 후유증이 대단하다.

문화재청에 대한 국민들의 비난은 지난 8월,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재된 조선왕조실록과 훈민정음 해례본 등재 인증서를 문화재청이 분실해 재발급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국민들의 실망스런 목소리는 더욱 커졌고 신뢰도는 바닥을 치기 시작했다.
 
지난달 16일 국정감사에서 여・야 국회의원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날카롭게 추궁했다. 국가지정문화재에 대한 관리부실이 문제시 되었고, 도난문화재 2만 여점 가운데 인터폴에 등재된 90여건의 문화재에 대하여 파악조차 되고 있지 않다는 질책과 문화재 수리과정에서의 문화재 훼손 사건 뒤에 업자들 간의 부패 사슬에 대한 문제 제기까지 문화재청의 비판은 다양했다. 총체적인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한 언론사에서는 ‘헬조선급 조직문화 문화재청’이라는 기사(2017. 10. 16 노컷뉴스)로, 문화재청의 청렴도를 도마 위에 올렸다. 이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국민권익위원회의 청렴도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문화재청의 내부 청렴도와 종합 청렴도가 5등급 최하위 결과로 평가된 근거로 보도한 내용이었다.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에 의해 매년 권익위가 공공기관 청렴도를 조사한다. 외부 청렴도, 내부 청렴도, 관련 학계와 시민단체, 지역주민 등 정책고객평가를 포함하여 각 대상별로 설문조사를 통해 10점 만점 기준 1등급에서 5등급까지 분류하여 평가하도록 되어 있다. 여기서도 문화재청은 최하위 점수를 받은 것이다.

이 조사결과에 주목하는 이유는, 문화재청의 내부 청렴도가 23곳 중앙행정기관 가운데 가장 낮게 나타나 4년 연속 최하위 등급인 5등급 꼴찌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무엇보다 내부 청렴도에 대한 등급이 낮게 평가된 점에 대하여 문화재청 조직 내에서까지 직원 간 조직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이라는 사실에 대하여 그 문제점과 심각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2012년 문화재청은 반부패 척결 강화를 위해 청렴 신고 매뉴얼을 제작해 맞춤형 반부패, 청렴활동을 추진한 바 있다. 반부패 청렴 신고 매뉴얼 제작과 더불어 청렴 마일리지 운영지침도 마련하였고, 부패 취약분야의 민원 감시 및 문화재 옴부즈만 운영 등 투명행정에 애쓰는 모습이었다. 비리공직자의 온정적 처분 방지를 위해서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까지 도입해 공직기강을 확립한다는 의지가 강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문화재청은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국감을 통해 문화재청은 청의 가장 기본 업무인 문화재 관리와 보존 업무에 대하여 소홀함을 지적받고 총체적인 관리 부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국감에서 문화재청은 “예산이 많지 않고 문화재 특성상 한 번 훼손되면 되돌리기 쉽지 않아 신중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화재청은 국가지정문화재의 관리업무를 지자체에 떠넘기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며 재해에 대비한 문화재 점검은 수시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국외로 우리의 문화재가 반출되는 일도 없어야 할 것이며 그동안 국외에 소재한 우리문화재들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는 노력도 이어가야 할 것이다. 무형문화재 보유자 지정에 있어서도 투명한 심사와 평가 제도를 통해 공정하게 다양한 종목의 다양한 특성을 반영한 보유자의 인정이어야 하고 문화재 수리복원에 있어서도 ‘날림수리’의 의혹과 업자 간 문화재청 관계로 인한 불미스런 문제제기 등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국감의 거센 바람이 문화재청을 뒤흔들고 지나갈 무렵 국가무형문화재 제42호 ‘악기장’ 이영수 명예보유자가 세상을 떠났다. 사흘 뒤 12일 국가무형문화재 제11-3호 ‘이리농악’의 김형순 보유자도 노환으로 별세하였다. 이 시대 명장이라 불리는 큰 별이 하나 둘 지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문화재청의 긴급업무도 더욱 늘었다. 지난해 9월 12일 경주지역의 5.8 지진에 이어 지난 15일 경북 포항에서 5.4 규모의 지진과 40여 차례의 여진이 있었다. 포항에서의 이번 피해는 또다시 문화재청의 문화재 관리에 관심이 쏠렸다. 영남권 소재 국보・보물 691건과 국가민속문화재・등록문화재 145건 등에 대한 안전점검이 다급해졌고 조사결과에 따라 신속한 응급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까지 경주 양동마을과 경주 정혜사지 십삼층석탑(국보 제40호), 포항 보경사 승탑(보물 제430호) 등 국가지정문화재 10건과 시도지정문화재 및 문화재자료 13건 등 총 23건의 문화재 피해가 파악되었고 그 수는 지금도 늘어나고 있다. 

문화재청의 역할과 책임은 막중하다.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구현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문화재청의 변화가 중요시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외청인 문화재청은 그 업무의 특수성을 인정하여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에 문화재청을 따로 존재케 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문화 정책에 있어 그 특수성과 전문성을 갖춘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낡은 제도를 스스로 개편하며 켜켜이 쌓여진 부정한 문화재청 이미지를 빠른 시일 벗어날 수 있도록 변화를 피할 수 없게 됐다. 국민들이 신뢰하고 시대 변화에 맞춰가는 정책과 법, 제도로 투명하게 행정이 이뤄지는 조직문화로 문화재청 전면을 쇄신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