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사람과 시스템 개선없이 적폐청산은 없다(1)
[특별기획] 사람과 시스템 개선없이 적폐청산은 없다(1)
  • 남정숙 문화기획자
  • 승인 2017.12.11 11:56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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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정숙 문화기획자

윤석열 검사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라고 했고, 이국종 교수는 ‘사람만 보고 간다’라고 했다. 

올곧게 살고 싶었지만 힘에 겨웠을 두 분의 고난에 찬 삶이 그대로 우리사회의 치부를 드러낸다. 

결국 사람과 시스템의 문제이다. 

선의와 자비로 느리게 가고 있는 문재인 정부는 6개월이 다된 이제서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을 교체하고 지원시스템을 해결하겠다고 한다. 타이밍을 다 놓치고 언제 문화계 적폐가 다 청산될지 요원하기만 하다. 

지난 칼럼에서 대한민국 대표 국가문화예술센터인 예술의전당과 국립극장이 설립목적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더니 관계된 분에게서 항의가 들어왔다고 한다. 

지난 칼럼 역시 일개 개인과 기업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문화예술계 곳곳에 존재하는 적폐청산에 대한 얘기였으며 근본적으로는 문화정책에 대한 얘기였다. 그걸 다 아시는 분들이 그러시면 안되는 거다. 

불편하시겠지만 국가문화예술센터에 쌓인 적폐에 대한 문제제기는 문화경영 전문가이자 문화평론가인 제가 당연히 해야 할 일 중의 하나이며, 메이저언론사에서조차 하지 못했던 일을 한 작은 언론사의 패기에 박수를 쳐주고 용기를 주셔야 한다. 

오늘은 불편해하시는 분들에게 내가 왜 대한민국 대표 국가문화예술센터의 사람과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지 그 이유를 더 디테일하게 말씀드려야 할 것 같다. 

1. 예술의전당은 독립 경영체이다

아래 표 1.은 오늘 이야기할 주제들로 2013년~2016년 국가문화예술센터인 예술의전당, 국립극장, 국립현대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의 식음료시설 운영을 위해 공고된 자료들을 수집해서 정리해 놓은 것이다. 

그렇다. 오늘은 대한민국 대표 국가문화예술센터들의 문화경영 문제들, 특히 국민들이 자신들의 공유재산인 국가문화예술센터를 사용할 때 서비스를 받는 편의시설인 식음료사업의 경영과 계약에 대한 불평등한 문제들을 제기하면서 더 나은 대안들을 제시하고자 한다. 

표 1. 은 독립법인인 예술의전당과 독립법인이 아닌 3개의 기관으로 구분해 놓았다. 

▲ [표1] 4대 국가문화예술센터 식음료 운영실태 비교

4기관의 차이를 알기 위해서는 계약의 주최가 누가 되는지를 아셔야 한다. 

1) 예술의전당은 독립법인으로 운영이나 경영을 위해 문체부의 허가를 득할 필요 없이 내부 이사진들의 결정에 따라 완전 독립적이고 독자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다. 

2) 이에 반해 3개의 기관들은 문체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3) 따라서 독립법인인 예술의전당은 영업주최가 예술의전당이 되고 문체부가 주최가 될 수 없으므로 타 기관들은 별도의 재단법인을 설립하여 수익사업을 운영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예술의전당이 독립법인이자 독립 경영체로 독자적인 운영과 경영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청와대, 기재부, 문체부 등 중앙정부의 외풍에 시달렸다는 것이다. 예술의전당 사장은 내부 이사진들의 의결이 아닌 청와대의 낙하산인사나 퇴직 문체부차관들의 재취업 자리가 되곤 했다.

더 심한 것은 인사침해뿐만 아니라 경영침해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식음료매장들을 지정한 날짜까지 직영에서 임대로 모두 전환시키라고 꼼꼼하게 하달한 부처가 있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그러려면 애초에 독립법인을 왜 만들어줬나? 

대한민국 대표 국가문화예술센터인 예술의전당이 지금의 상태까지 이르게 한 것은 예술의전당의 독립성을 보장해 주지 않고 끊임없이 문화예술을 정권유지의 수단으로 이용하고자 했던 위정자들의 무식함 때문이다. 

언젠가 문재인정부가 국가문화예술센터에 대한 적폐를 청산하기 위한 시기가 온다면 다음과 같은 조건들이 전제되어야 한다. 

1) 국민의 세금으로 건립되고 운영되는 예술의전당과 국가문화예술센터들을 독립법인화하고 독립성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2) 독립법인은 독립 경영체로서 운영과 경영은 내부 이사진들에 의해서 결정하도록 하여 국가문화예술센터의 정책과 결정들이 바텀업으로 중앙정부에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3) 국가문화예술센터들이 독립성을 갖고 운영과 경영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독립법인 대표는 물론 결정권한이 있는 이사진들은 모두 공공성과 수익성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문화경영 전문가들로 구성되어야 한다. 

2. 비전문적이거나 혹은 무책임한 문화경영∙문화마케팅관점의 실책

다시 오늘의 주제인 표 1. 예술의전당의 경영현황으로 눈을 돌려보자. 
적폐청산은 일정 개인과 기관을 배제시키자는 뜻이 아니라 잘못되었거나 잘못된 줄 모르고 운영되던 시스템을 바로 잡아나가자는 의미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예술의전당이 과연 설립목적대로 공공성과 수익성의 균형을 맞추면서 성장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예술의전당은 홍보와는 달리 고도의 문화경영 기술이 필요한 국가문화예술센터 치고는 설립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단순하고 왜곡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1) 예술의전당은 공공기관이며 국가문화예술센터로서 공공성과 수익성을 병행해야 하는 책임과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경영형태를 보면 공공성보다는 수익성이 강조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림 1.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예술의전당의 예술사업과 비예술사업들의 수익을 비교한 그래프이다. 초록색 그래프는 예술사업의 수익률이고, 나머지는 비예술사업들의 수익률이다.

예술사업 대 비예술사업 수익률이 2012년에는 13.2% : 36.2% - 2013년에는 15.7% : 47.5% - 2014년에는 19.6% : 51.8% - 2015년에는 18.6% : 49.9% - 2016년에는 20.7% : 50% 로 예술사업에 비해 비예술사업의 수익률에 대한 균형이 점차 벌어지는 추세를 볼 수 있다. 

▲ [그림1] 2012~2016년 예술사업과 비예술사업의 수익률 비교

1) 경영성과를 위해서 국가대표 문화예술센터가 공공성과의 균형을 무시하고 수익성에 매진하는 것은 국가문화예술센터 수장으로서 임무에 어긋나는 것이며 문화경영 전문가로서도 너무 편하고 안이한 방법을 택한 것이 아닌가 우려되는 부분이다. 

2) 그림 1.에서 수익성이 가장 좋은 분야는 대관료수익이다. 대관료는 당연히 예술의전당의 주요사업이다. 그러나 지난 칼럼에서 다룬바와 같이 오페라극장의 경우 설립목적에 부합하는 클래식, 발레, 오페라 등의 순수예술을 대상으로 하는 대관이기 보다는 주로 뮤지컬기업 등 사기업이나 심지어 아마추어 군악대에게 대관해준 것을 사례로 보면 예술의전당 대관수익사업은  질적으로 좋은 성과를 이루었다고 말하기 어렵다. 

3) 가장 큰 문제점은 2012년 현 사장 취임이후로 꾸준하게 수익금이 줄고 있다는 점이다(그림 2.)

▲ (왼쪽)[그림2] 2012~2016년 전체수익금 추이(오른쪽) [그림3] 2012~2016년 임대수익금 추이

4) 그러나 전체 수익금이 전반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반면에 임대수익금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이를 보이고 있다(그림 3). 직영에서 임대로 바꾼 예술의전당 편의시설들에 대한 임대수익금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는 것은 예술의전당이 임대수익을 높이 받으면 받을수록 임대업체들은 수익을 위해서 방문자들에게 식음료 가격을 높게 받을 확률이 높다.

즉, 예술의전당 경영진은 경영악화를 타개하기 위해서 방문자인 국민들에게 제공해야 할 편의시설의 서비스 질에 대한 고민보다는 손쉽게 임대료를 상승시키기고 있지 않은가 돌아봐야 한다. 또한 공공기관에서 사업수익 개선이나 구조조정 등의 자구적 노력 없이 임대료 수익을 증가시키는 것은 문화경영자∙문화마케터로서 비전문적이거나 무책임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3. 예술의전당은 국공립기관이므로 임대료가 아니라 사용료를 내야 한다

보통 국공립 기관들의 편의시설 운영구조는 1. 직영 2. 공공위탁 3. 민간위탁이 있다. 

1. ‘직영’은 편의시설 일체를 해당 국가문화예술센터에서 자체 조직과 인력을 채용하여 운영하는 방식이다. 

2. ‘공공위탁’은 국립극장이 (재)국립극장진흥재단을 설립하여 재단에 위탁하는 형태이다. 

3. ‘민간위탁’은 민간에게 위탁하는 것으로 다양한 임대방식이 있다. 

표 2.를 보시면 4개의 국가문화예술센터들 중에서 수익사업 업체들과 계약할 때 유일하게 예술의전당만 ‘임대’로 하고 타 센터들은 ‘사용’이라고 계약하는 것을 보실 수 있다. 

▲ [표2] 국가문화예술센터들의 편의시설 운영형태 비교

이 구분은 매우 중요하다. 

1)  원칙적으로 ‘임대’는 ‘임대인이 자기가 소유한 물건을 임차인에게 돈을 받고 빌려주는 계약’이며, 그 대가로 임대료를 받는 것이다. 

2) ‘사용’이라는 개념은 ‘일정한 목적이나 기능에 맞게 쓰는 계약’으로, 그 사용한 요금을 내는 것으로 바로 사용료이다. 

즉 ‘임대’는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계약이고, ‘사용’은 목적과 기능에 부합하게 사용하기 위한 계약이라고 할 수 있다. 

공공기관이자 국가문화예술센터는 개인의 사적재산이 아닌 국민 혹은 국가와 지자체의 공유재산이다. 그러므로 경영정상화를 위하여 민간위탁을 하더라도 ‘임대’가 아닌 ‘사용’만 가능하며, 임대료가 아닌 사용료를 받는 것이 적합한 개념이다.

따라서 예술의전당은 편의시설들의 민간위탁 시 보증금을 많이 내는 업체나 유명브랜드를 선정하기 보다는 예술의전당의 기능과 목적에 적합한 업체를 선정∙심사한 후 적합한 민간업체에 한해서 ‘사용’할 수 있는 권한만 주어야 한다.  

향후 예술의전당의 경영개선을 위한 대안은 

1) 예술의전당의 민간위탁 경영시스템은 국공립기관이자 공유재산이므로 일반 사유건물처럼 수익극대화를 추구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일정기간 사용하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2) 예술의전당 식음료사업은 국가문화예술센터의 국민 편의를 위한 시설이므로 예술의전당을 사용하는 국민과 예술가들이 사용하기 위한 목적과 기능에 맞게 사용되어져야 한다. 

3) 그러므로 예술의전당 민간위탁 식음료 업체들은 임대료가 아닌 사용한 만큼의 돈만 지불하면 되도록 해야 한다. 

4) 따라서 업체는 현재와 같은 20억 ~ 30억 원이나 되는 어마무시한 보증금은 낼 필요가 없이 월 사용료만 내면 된다. 

5) 그 대신 예술의전당은 주 사용자인 국민과 예술인들이 편의시설을 부담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민간위탁업체들의 가격인상, 식음료의 질과 수준 등을 관리감독하여야 하며, 사전에 가격 상한제, 임대료 동결 등의 조건을 제시하면 될 것이다. 

그런데 왜 순수하고 원칙적으로 운영되던 예술의전당의 ‘직영’사업이 언제부터 민간에게 ‘임대’하게 되었을까? 그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현재는 두 가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의혹 1. 청와대에서 기재부에 압력을 넣고, 기재부에서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문체부와 예술의전당의 직영사업을 ‘임대사업’으로 전환하도록 강제하였다는 설이 있다. 

의혹 2. 2012년 취임하신 사장님께서 경영활성화를 위하여 ‘직영사업’들을 ‘임대사업’으로 전환하자고 기재부와 문체부에 서류를 제출했다는 설이 있다. 

두 가지 의혹 중 어느 것이 맞는 지 알 수 없으나 ‘직영’사업을 하던 예술의전당이 ‘임대’사업으로 돌아서면서 벌어진 결과들은 다음 표 3.과 같다. 

▲ [표3] 국가문화예술센터들의 식음료 업체 임대 보증금 비교

1) 국립극장은 보증금이 약 5천만 원이고 / 식음료 가격을 7,000원 ~ 15,000원 정도로 상한선을 제시하고 면적에 따라 사용료를 받는다. 따라서 식음료업체는 수익을 위해 자기 마음대로 식음료 가격을 올려 받을 수 없도록 하였다. 그레잇!

2) 국립현대미술관의 보증금은 그 기능과 목적, 면적 등에 따라 차등해서 받고 있지만 약 43,000,000원 ~ 약 140,000,000원 정도이고 / 역시 식음료 가격의 상한선을 제시하여 적정선에서 사용료를 받고 있다. 그레잇!

3) 국립중앙박물관은 약 3억 원의 보증금을 받고 있으며 연간사용료는 식당 3개소, 카페 9개소 모두 포함해서 약 820,000,000원 이하이다. 월평균 약 570만 원 정도로 추산할 수 있겠다. 그레잇!

4) 예술의전당은 현재 식음료사업자들과 ‘임대계약’을 맺고 있다. 그리고 보증금은 공공서비스의 목적과 기능이 아니라 장소와 업체, 종목에 따라 보증금과 임대료가 각각 다르다.

예를 들어서 테라로사는 약 23억 원 정도, 모차르트는 약 25억 원 정도, 벨리니는 약 30억 원 정도, 바우하우스는 약 23억 원 정도, 푸치니는 약 8억 원의 보증금을 받고 있다고 한다. / 그리고 3개 국가문화예술센터가 방문객들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사전에 식음료 상한가를 미리 정해 놓는데 비해서 예술의전당은 식음료 상한가를 별도로 정해주지는 않고 각 업체들이 자율적으로 받고 있다.

그 결과 식음료 가격은 글로벌 브랜드 뺨치게 오르고 내가 낸 세금으로 설립되고 운영되는 국가문화예술센터의 편의시설을 국민들은 사용하기 부담스럽게 되었다. 스튜핏!

그에 대한 대안은, 예술의전당은 사유재산이 아니라 공유재산이므로 임대료가 아니라 사용료를 받아야 한다. 식음료업체들이 내는 높은 보증금과 임대료는 식음료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으며 그 피해는 예술의전당이 아니라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전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