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리얼리즘 미술의 역사, 지금도 계속된다"
"한국 리얼리즘 미술의 역사, 지금도 계속된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7.12.12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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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곡미술관 'KOREA TOMORROW 2017:해석된 풍경', 작가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새로운 풍경'

한국의 리얼리즘 미술이 부각되는 시점에서 지난달 24일부터 성곡미술관에서 열린 'KOREA TOMORROW 2017:해석된 풍경'(이하 '해석된 풍경')이 주목되고 있다. 80년대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리얼리즘, 민중미술의 역사가 담긴 이 전시는 윤범모 미술평론가의 기획 아래 27명의 작가가 참여한 전시다.

윤범모 평론가가 오프닝에서 "80년대 역전의 용사들이 모였다"고 말했지만 이 전시에는 8,90년대 민중미술을 이끈 작가들은 물론 젊은 작가들의 작품도 있다. 그렇다. 이 전시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바로 한국 리얼리즘 미술의 역사는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다.

▲ 김정헌_금강산도 식후경이지_acrylic on canvas_130.5x161 cm_2016

서양에서 한국의 현대미술을 이야기할 때 가장 관심을 갖는 것이 민중미술이라고 한다. 국내에서는 이른바 '단색화 열풍'이라고 하지만 외국에서는 단색화보다 민중미술을 일단 '신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한국의 민중미술을 이해하려면 한국의 현대사를 알아야한다는 어려움(그들의 입장에서는)이 있지만 이들이 선보이는 붓놀림과 소재를 향한 탐구, 그리고 그들이 그림 속에 투영하는 꿈 등은 세대와 국가를 초월하고 있다는 느낌을 가지게 한다.

▲ 신학철_유체이탈_oil on canvas_91x116.5 cm_2016

이 전시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들을 볼 수 있다는 점도 있지만 한국 리얼리즘 미술의 대가들이 자신의 과거 작품이 아닌 최근작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80년대 민중미술을 대표하는 작가인 김정헌은 2016년작 <금강산도 식후경이지>를 내놓았고 민중의 수난사를 날카로운 비판의식으로 형상화한 신학철은 그로테스크한 스타일의 <유체이탈>을 선보이며 새로운 형식의 현실 풍자와 비판을 선보이고 있다. 과거에 머물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방식을 사용하며 거듭나는 대가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 안성석_역사적 현재_c-print_127x160 cm_2010 (자유센터)
▲ 임옥상_여기, 흰꽃 II (부분)_mixed media on canvas_112x420 cm_2017

카메라로 세상을 담고 그 이미지를 재조합해 우리가 보아온 세계에 균열을 일으키는 안성석의 감각적인 작품들, 대자연의 역동적인 관점으로 사회 문제를 다루는 임옥상의 그림, 농민의 모습을 원형 그대로 그림으로 표현하는 이종구가 보여주는 농민의 뒷모습과 표정, 자연을 직접 거니는 느낌을 표현하는 이제훈의 세밀한 묘사, 단도직입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화폭에 담아내는 박불똥의 열정 등을 눈으로, 마음으로, 머릿속으로 접하게 되면 우리는 이제 이 전시의 제목이기도 한 '해석된 풍경'을 생각하게 된다.

이 작품들은 어떻게 보면 '풍경'을 보여준다. 그 풍경을 작가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담아 보여준다. 눈으로 보이는 풍경에 이들의 생각을 더해 새롭게 해석된 풍경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 풍경 속을 우리는 거닌 적이 있고 본 적이 있다. 혹은 생각한 적이 있다. 그렇게 '해석된 풍경'을 생각하며 작품을 본다면 이 전시의 의미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해석된 풍경'은 오는 17일까지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