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으로 본 인문학 '소크라테스 씨, 멋지게 차려입고 어딜 가시나요?'
패션으로 본 인문학 '소크라테스 씨, 멋지게 차려입고 어딜 가시나요?'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7.12.15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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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남성' 조각상이 나체인 이유 등 통해 인간의 '구별짓기' 욕망 민낯 보여줘
 

연희원의 '패션으로 본 인문학 이야기' <소크라테스 씨, 멋지게 차려입고 어딜 가시나요?>가 문예출판사에서 출간됐다.

저자는 이 책에서 고대 그리스 시민의 패션을 통해 인간의 '구별짓기' 욕망의 민낯을 보여준다. 고대 그리스 '남성' 조각상이 나체인 이유, 아리스토텔레스가 헤타이라(고대 그리스의 고급 매춘부)인 필리스를 등에 태우고 말 흉내를 낸 그림 속에 '구별짓기' 욕망이 숨어있다는 것을 이 책은 전제로 한다.

고대 그리스의 남성 나체 조각상은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전해지지만 저자는 이런 그림들이 ‘구별짓기’가 작동하고 있음을 설명한다. 

그 예로 그리스의 올림픽 경기에 참여한 시민 남성의 나체는 다부진 근육질로 표현되지만 남성 노예의 나체를 표현할 때는 남성성을 대표하는 성기를 그리지 않는 식이다. 즉 고대 그리스에서 시민 남성의 나체는 육체를 단련할 여유를 가진 시민 남성 계급들이 자신들을 표현하기 위한 패션이라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이야기 또한 흥미롭다. 고대 그리스에서 시민 남성의 아내에게는 화장이 허용되지 않았으며 아리스토텔레스 또한 여성들의 화장과 화려한 패션이 사치에 불과하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그 자신의 말과 달리 화장이 허용된 계층인 매춘부와 사랑에 빠져 여자를 등에 태우고 말 흉내를 내기까지 했다. 

이 이야기는 지성인의 이중성을 설명하는데 많이 인용되기도 하지만 저자는 계급의 논리를 발견한다. 즉 당시 지배 권력이었던 시민 남성들은 아내의 사치는 허용하지 않으면서 예쁘고 아름다운 것에 대한 남성들의 욕망은 해소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 서양 철학을 대표하는 철학자들의 흥미로운 일상이 담긴 책 <소크라테스 씨, 멋지게 차려입고 어딜 가시나요?>는 파격적이면서도 놀라운 패션 이야기로 오늘날 독자에게‘명품’과 같은 ‘구별짓기’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는 눈을 키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