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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방랑하는 이정환 사진전 ‘우연한 의도’
'사진 하나하나가 에세이' 31일까지 ‘갤러리’브레송‘
2017년 12월 25일 (월) 01:46:57 정영신 기자 press@sctoday.co.kr

우리는 서로 다른 삶속에서 많은 우연을 경험한다. 의도하지 않은 우연한 만남을 통해 삶의 방향이 바뀌기도 하고, 우연한 발견이 위대한 문명의 발달을 가져오기도 한다. 상반된 개념인 ‘우연한 의도’라는 제목이 말해주듯 우연히 만났지만, 의도적으로 찾아다녔다는 것이다.

   
▲ 고담시티 (사진제공 : 갤러리브레송)

그는 미리 계획하고 찾아간 장소도 있지만 우연히 발견한 장소를 의도적으로 찍는다고 한다. 후미진 골목이나 상업적 개발로 변형된 도시의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는 도시의 방랑자인 셈이다.

그는 ‘사진 하나하나가 에세이다’며 개인적으로 뻔(fun,재미)한 사진을 좋아한다고 했다. 특히 동대문 DDP사진은 아이러니한 경계로 권력과 장소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우리 삶을 떠받치는 토대가 장소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DDP사진은 우리시대를 바라보는 정직한 목격자인 셈이다.

   
▲ ‘우연한 의도’의 사진가 이정환씨 Ⓒ정영신

장소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곳으로 누구나 자신만의 장소를 가지고 있다. 우리 집이나, 내가 살던 고향이나, 어릴 적 놀던 골목은 한사람의 총체적인 삶이 녹아있다.

작가가 54년 동안 살아온 미아리의 도심풍경이나, 서울을 상징하는 고담시티 같은 남산은 시대적 현실이 오롯이 담겨있지만 왠지 낯설어 보인다.

   
▲ Memories (사진제공:갤러리브레송)

작가는 그의 작업노트에서 "후미진 골목길이나 망가진 도시의 모습을 찍는 걸 보면 나는 삐딱이 기질이 다분하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그는 삐딱이 기질이 다분한 작가임에 틀림없다. 영화제작자나 칼럼리스트로 살아 온 그의 이력이 삐딱한 기질을 대변해 주지만, 걸린 사진들에도 도시를 비판하는 그의 삐딱한 면모가 잘 드러나고 있다.

   
▲ Memories2 (사진제공:갤러리브레송)

빠르게 변해가는 도시 공간을 방황하며 찍은 그의 예측을 벗어난 사진들은 얼핏 낯설어 보이기도 한다. 차창 밖으로 흐르는 풍경을 붙잡기도 하고,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기도 했다. 또한 제주에서 길을 잃고 우연하게 마주친 사진도 있다.

그렇지만 그가 담은 차창 밖 사진이나 부감사진에 도시의 아픔이 출몰하고, 우연히 마주친 제주 사진에서는 아름다움 뒤에 숨어있는 4.3의 깊은 슬픔이 진하게 묻어난다.

   
▲ 아일랜드1 (사진제공:갤러리브레송)

이정환씨는 여지 것 다양한 직업으로 자유로운 삶을 살아왔지만, 지금은 카메라를 들고 서울을 방랑하고 있다. 재개발로 사라진 옛 흔적들을 기억하기 위해 표석을 찾아다니는 작가는 우리문화의 아이콘을 지우고 마음대로 개발하는 개념 없는 개발에 분노를 느낀다고도 말했다.

그의 작업노트를 보면 “일반적인 풍경사진이 아니고 그렇다고 어느 사진가가 이미 선보인 반 풍경적인 사진도 아니다. 미리 계획하고 찾아간 공간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이 우연히 발견한 공간이고 그런 우연을 바탕으로 의도적인 사진들을 찍었다. The place series는 내가 사진을 찍는 동안 멈추지 않을 사진 주제다.”고 말한다.

   
▲ 고담시티 (사진제공:갤러리브레송)

‘우연한 의도’라는 제목처럼 그가 추구하는 사진세계는 아이러니한 경계에 의미를 두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진하나하나가 서사라는 것이다. 현대 산업사회 속에 살아가는 작가 또한 한 장소에 머물고 살지만, 장소에 대한 경험으로 장소의 정체성을 찾아내려 한다.

훼손되고 변형된 장소를 재해석한 사진들은 역사성의 빈곤, 중심을 벗어난 분산, 우리 정서의 고갈, 시대의 아이콘을 상실한 채, 자본주의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며 낯설게 보여주고 있다.

이정환사진가의 ‘우연한 의도’는 충무로 갤러리 브레송에서 오는 31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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