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에 명시된 ‘전통문화 계승 발전 노력’, 꼭 실천해달라”
“헌법에 명시된 ‘전통문화 계승 발전 노력’, 꼭 실천해달라”
  • 이가온 기자
  • 승인 2017.12.29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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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악포럼' 창립기념 학술대회 '국악의 진흥과 창의적 성장을 위한 방안'

'한국국악포럼' 창립기념 학술대회 '국악의 진흥과 창의적 성장을 위한 방안'이 지난 20일 국회 제2간담회의장에서 열렸다.

한국국악포럼은 지난 7월 11일 국악정책개발, 국악청년일자리 창출, 국악의 국민행복기여 등을 목표로 하여 함께 뜻을 모아 만든 것이다.

김승국 노원문화예술회관 관장이 상임대표를 맡았으며 김용우 소리꾼, 김호규 국악신문사 사장, 임웅수 경기무형문화재 광명농악보유자, 이병옥 용인대 명예교수, 양종승 한예종 객원교수, 장선애 예원예술대 교수, 최상화 중앙대 교수, 하응백 (사)한국 지역인문자원연구소 소장, 한상일 동국대 교수 등이 공동대표로 함께하고 있다.

▲ '한국국악포럼' 창립기념 학술대회

대회를 주최한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환영사를 통해 "헌법 제9조는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 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해야한다'고 명시해 국가에게 계승과 발전의 의무를 부여하고 있고 정부도 여러 노력을 기울였지만 여전히 우리 국악은 대중과 다소 멀리 있다"면서 "머리를 맞대고 '국악의 발전과 진흥'을 논의해야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악 발전을 위한 많은 제언들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발제는 한국국악포럼 상임대표인 김승국 노원문화예술회관 관장이 맡았다. 김 관장은 "우리 국민의 절반 정도가 전통공연예술에 대해 알고 있지 못하고 있으며 지난 1년간 전통공연예술을 직접 관람한 비율은 15%에 불과했고 이나마도 무료 관람이 75%였다"면서 "전통공연예술이 대중성과 자생력이 약하다보니 공공지원 정책에 의존하는 경향이 클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의 '문화가 숨쉬는 대한민국'은 모두 지당한 공약이지만 전통예술 진흥을 위한 구체적 약속들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 무척 아쉽다"면서 "이번 정부가 꼭 반영해주기를 희망하는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며 발제를 했다.

이날 발제를 통해 나온 제언은 전통공연예술진흥법 제정, 문화체육관광부 전통공연예술과 복원, 문화재청의 무형문화재 지원 홀대 시정, 이북5도 무형문화재 문화재청 직접 관리, 전통예술관련 국립기관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대대적인 재정비, 아동국악교육 대폭적 지원, 국립국악원을 '국민의 국립기관'으로 만들기, 국립 중등 국악교육기관의 개혁이다. 

다음은 이날 포럼에서 나온 제언의 상세한 내용이다.

1. 전통공연예술진흥법의 제정은 헌법 정신을 구현하는 길이다

헌법 제9조는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 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해야한다'고 했고 대통령 취임 선서에도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라는 말이 있다. 헌법이 이를 국가적 책무로 강조한 것은 전통예술이 국가와 국민의 자존 혹은 우리 민족의 문화적 정체성과 연결되며 전통예술영역이 상업적 이윤추구 원리를 적용할 수 없는 시장 경쟁력의 한계를 가지고 있기에 국가가 직접 관여해 전통문화 진흥을 뒷받침해야하는 등의 의무가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문화진흥을 위한 법들은 많아도 전통문화 계승과 민족문화 창달을 구현할 법률은 없다. 전통에 관한 법률이 상정됐다 무산되기를 반복했다. 이는 헌법 정신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거나 구현하려는 의지의 부족이라고 본다. ‘전통공연예술진흥법’ 제정을 다시 논의해야한다.

2. 문화체육관광부 전통공연예술과 복원은 우리나라의 자존심이다

전통예술과는 노무현 정부 출범 당시 문체부 안에 신설되어 전통예술 진흥 정책의 사령탑 역할을 맡았지만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정부조직 개편을 이유로 전통예술과를 없애고 기존의 공연예술과와 통합해 공연전통예술과로 운영하면서 전통문화 진흥은 뒷전으로 밀렸다.

정부가 바꾸었지만 푸대접은 여전하다. 공연전통예술과에서 전통예술 담당 직원은 단 두 명이다. 이것으로는 역할을 할 수 없다. 전담과가 생겨 전통예술정책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한다.

3. 문화재청의 무형문화재 지원 홀대는 시정되어야한다

문화재청의 조직구성과 예산집행의 대부분이 유형문화재에 집중되어 있다. 무형문화재에 투입되는 예산은 문화재청 총예산의 10%에 미치지 못하며 135종목의 국가무형문화재를 관리하고 있는 무형문화재과에는 국악 전공 학예사가 1명도 없다. 

문화재청 산하 국립무형유산원도 국악 전문 학예사가 단 1명이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국립국악원에서 파견된 연구관도 단 1명이다. 무형문화재 진흥과 보존에 힘써야할 무형문화재위원회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무형문화재 지정을 놓고 여러 좋지 않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이를 근본적으로 막을 대안이 필요하다.

4. 이북5도 무형문화재는 문화재청이 직접 관리해야한다

이북5도 문화재는 함경남도의 ‘돈돌날이’, 평안남도의 ‘평양검무’ 등 총 14개 종목을 무형문화재로 지정하고 예능보유자를 인정해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14종목의 연간 지원예산이 4천 2백만원, 한 종목 당 3백만원에 불과하다. 중요무형문화재나 타시도 문화재의 10분의 1 정도밖에 안 된다. 이 돈으로 교육과 공연, 실향민을 위한 행사나 축제를 해야한다.

이를 해결하려면 국가 차원에서 문화재청이 관리를 해 안정적으로 전승기반을 마련하거나 행정자치부에서 상응되는 예산을 확보하거나 해야한다. 이북5도 무형문화재는 대한민국 무형문화재의 고아가 아니라 통일조국을 대비해 반드시 돌봐줘야하는 피붙이다.

5. 전통예술관련 국립기관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대대적 재정비가 필요하다

문체부 및 문화재청 소속 기관, 산하 기관, 산하 학교들에 대한 기능 및 역할 분담의 재정비를 바란다. 이 기관과 학교들이 설립 목적에 충실하게 운영되어 왔는지, 책임을 정말 다하고 있는지, 기관 간 기능과 역할이 중복되어 방만하게 운영된 것은 없는지, 협업 체제가 잘 이루어져 있는지, 인재 양성 방향과 학교 간 차별화, 특성화가 이루어졌는지 철저하게 검토 및 평가해야한다.

6. 전통예술진흥을 위해서는 아동국악교육에 대폭적인 지원이 선행되어야한다

초중고 국악교육보다 더 중요한 것은 유아 국악교육이다.  인간의 인성, 상상력, 창의력이 형성되는 시기다. 하지만 유치원 과정에서 국악교육은 거의 기반이 없거나 매우 취약한 상태다.

초중고 음악교사 재연수를 확대 실시하고, 국악강사 지원을 유치원까지 확대하며 초중고 음악교원 양성과정에서 국악교육 비중을 확대하고, 유치원과 초중고 국악교육 자료개발 및 연구 지원을 강화해야한다.

7. 국립국악원이 국민의 국립기관이 되어야한다

국립국악원에 몇 가지 제안을 드린다. 정책 수립과 시행에 있어 국악예술가 및 전문가, 즉 국악 생산자 우선 정책에서 수요자 측 국민 중심 우선 정책으로 전환하고, 국악연구실의 기능을 더욱 활성화해주기를 요청한다. 수요기반이 탄탄하지 않은 국악진흥은 가능하지도 않고 의미도 없다.

또한 '국악의 일상화‘를 위해 방송과 영화, 만화 등 문화콘텐츠와 연계를 위한 소재 발굴과 스마트 미디어 등을 통해 국악을 알리고 향유할 수 있는 기반 마련을 바라며, 내부고객 및 정책고객과의 소통의 채널을 더욱 확장해주었으면 한다.

국립국악원만의 차별화된 품격있고 선도적인 공연 기획, 민간 차원의 국악 활동 발전을 돕고 지원하는 허브의 역할 등도 부탁한다. 그렇게 해야 국립기관이자 국악의 본원으로 우뚝 설 것이다.

8. 역량있는 인재 육성을 위해서는 국립 중등 국악교육기관의 개혁이 필요하다

국립 중등 국악교육기관은 입시 제도에 종속되지 말고, 어려움이 있더리도 본연의 국악교육에 충실해야한다. 사립학교와는 분명한 차별성과 특성이 있어야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학교장의 전통예술교육에 대한 확고한 교육철학과 실천의지가 있어야한다.

단일 전공에 대한 심층 학습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악,가,무,극의 유기적 소통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시도해야만 지속적인 창작의 기획이 가능하다는 인식을 보편화시켜야하며, 그를 위한 융합교육과정이 마련되어야한다. 영재 발굴 육성부터 가,무,악에 두루 능한 전문예능인으로 완성시켜가는 유기적 교육과정이 정착되어야한다.

“어릴 때부터 우리 음악에 ‘밥처럼’ 익숙하게 만들자”

발제 후에는 각 전문가들의 자유토론이 이어졌다. 임웅수 (사)경기무형문화재총연합회 이사장은 “정책의 홀대에는 국악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자세도 문제지만, 이런 것들에 대해 문제 제기조차 하지 못한 우리 스스로에 대한 뼈아픈 성찰이 전제되어야한다”고 밝혔다.

임 이사장은 “공연전통예술과를 원래대로 전통공연예술과로 환원하는 것은 우리 국악의 중요성과 국악인들의 자부심과 자존을 위해서라도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환원을 통해 국악 발전과 진흥에 매진하는 전담과가 있는 문체부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앙종승 이북5도위원회 문화재위원은 “이북5도위원회에는 향토문화 보호 및 계승 업무를 담당할 수 있는 전문 학예직이 전무한 상태”라면서 “올바른 이북5도 무형문화재의 계승 발전을 위해서는 적절한 전문 인력 충족은 물론, 전승에 대한 재정적, 행정적 지원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밝혔다.

양 위원은 “무형문화재의 올바른 전승을 위한 공간 확보가 시급하다. 예능 전승자 및 단체들의 공간으로 상설공연장, 연희전수실, 학술세미나실, 자료실 등을 갖춰 전승자들이 원활한 활동을 하게 하고 일반인들도 체험교육장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면서 ‘이북5도무형문화재 전수회관’ 건립을 제안했다.

이병옥 용인대 명예교수는 “무형문화재 보유자에게 이수자 양성, 전수교육조교 추천권 등의 권한과 혜택이 집중됐고 전승자 고령화로 인한 사기 저하, 전승자간 경쟁 심화가 일어나고 있다”면서 전수교육조교 제도를 ‘전수교육지도자’ 제도로 전환 운영하고 보존회장 및 전수교육지도자 중심의 보유단체 운영 등의 개선사항을 밝혔다.

이와 함께 고령의 보유자의 경우 명예보유자로 인정하는 부분과 무형문화재의 날 지정, 의료비 지원 등의 제안도 내놓았다.

한상일 동국대학교 한국음악학과 교수는 “국립 전통예술 중고등학교는 주로 민간층의 전통예술을 중심으로 지도하고, 국립중고등학교는 궁중예술 중심으로 지도하는 것에 설립목적이 있는데 입시제도에 종속돼 그 기능이 모호해진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국 국악과 교수들과 학교들과의 심도있는 논의가 있어야하고 본래 설립 취지에 맞게 차별화된 교육이 이뤄져야한다”고 밝혔다.

장선애 예원예술대학교 교수는 “전통문화예술이 정형화된 콘텐츠에 국한된 경향이 있고 현실적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차별화 콘텐츠 개발이 미흡하다”면서 국립기관을 향해 “세계화를 위한 차별화 콘텐츠 개발을 전담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며 대중화, 생활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야한다”고 밝혔다.

김승국 대표는 “밥이 지금도 맛있는 이유는 어릴 때부터 밥을 먹으면서 자랐기 때문”이라면서 “어릴 때부터 우리 음악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밥처럼 계속 맛있는 음악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역시 무형문화재 보유자 지정 문제가 주요 화두로 부각됐고 이에 대한 논의가 뜨거웠다.

이은영 본지 서울문화투데이 대표는 “현재 무형문화재 몇 몇 종목의 보유자 지정 시험까지 다 치룬 마당에 2년 넘게 지정을 미루고 있으면서 보유자후보의 고령을 이유로 규정을 바꾸려하는 ‘오락가락’ 문화재청이 문제다”라고 지적하고 “이는 이미 발표된 요강으로 입시를 다 치뤘는데 입시요강을 변경하려는 경우로 특정인을 위한 맞춤형 규정이 아닌가 의혹이 이는 상황”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계속적으로 해결이 되지 않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고령이신 선생님들을 3~5년 정도 보유자로 활동하게 하고 이후에 명예보유자로 지정하는 방안을 도입하는 것도 문제해결의 한 방법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현재 문화재청이 75세 이상의 고령인 보유자 후보들을 명예보유자로 지정하려고 하는 정책은 무형문화재법에도 어긋난다. 무형문화재법에 의하면 명예보유자는 보유자를 거친 자만이 받을 수 있는 칭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