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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광화문 광장의 어울림, 2018년엔 전국으로 이어지길
2017년 12월 29일 (금) 13:54:38 임동현 기자 press@sctoday.co.kr

'문화흉성'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 2016년 주요 이슈를 정리한 게 엊그제같은데 벌써 2017년 10대 이슈를 정리하고 있다. 촛불로 겨울을 보내고 대통령 탄핵 소식과 함께 봄을 맞고 조기 대선 열풍을 따라가다보니 어느덧 초여름이 되고 새 정부의 문화 정책을 따라가다보니 한여름이 되고 잠시 쉬니 가을이 오고 가을 행사에 다니다보니 초겨울이 오고 그리고 역시 마감에 바쁜 연말이 오고 말았다. 정신없이 간 한 해다.

정말 바뀌었다. 1년 전과는 분명히 달라진 분위기다. 지난해에는 그렇게 썩 유쾌한 소식이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정말 빨리(?) 변화가 일어났다. 그리고 이제 새로운 문화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문화융성'이라는 허울뿐인 구호는 '생활문화시대'로 바뀌고 있다. 문화를 자연스럽게 즐기는 시대, 그 시대를 향해 달려가겠다는 것이다.

   
▲ 블랙텐트 외부에 모습을 드러낸 김기춘과 조윤선이 포승줄로 묶인 모형

2017년을 돌아보면서 기자가 가장 크게 느낀 것은 ‘문화의 힘’과 ‘대중의 힘’이었고 그 두 힘이 시너지를 이룬다면 엄청난 물결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 생각을 확신으로 만든 것은 바로 촛불집회였다. 국민의 힘으로, 가장 평화로운 방법으로 권력자를 물러나게 한 촛불의 힘을 북돋은 것이 문화의 힘이었다.

촛불집회는 집회라기보다는 하나의 문화 행사였다. 가수들이 자신의 히트곡을 부르고, 뮤지컬 배우들이 마이크를 잡고 노래했다.  ‘광화문미술행동’의 화가들은 시민들과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다. 광장에 설치된 ‘블랙텐트’는 연극과 춤 등 각종 공연이 무료로 펼쳐지면서 광화문을 지나는 시민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구호를 외치지 않아도, 정치적인 발언을 하지 않아도 광장에 모였기에 그들은 하나가 되었고 마음 속으로 하나의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기에 시민들 역시 세상을 바꾸겠다는 비장한 각오도 있었겠지만 하나의 문화 행사에 참여한다는 마음으로 광장을 찾고 또 찾았을지도 모른다. 아마도 이런 문화인들의 행동이 아니었다면 ‘100만 촛불’은 상상의 이야기가 됐을 지도 모른다.

그들은 가장 평화로운 방법으로, 그리고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방법으로 대중과 소통했고 대중은 이에 화답하고 마음을 열었다. 문화가 대중을 감싸안고 대중이 문화와 사랑에 빠졌다. 그러면서 하나의 같은 꿈을 향해 움직였고 그 움직임이 파도가 됐다. 그리고 3월, 대통령은 파면됐고 블랙텐트는 철거됐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 지난 겨울 광화문 광장의 상황은 우리 문화계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 지를 보여준 하나의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문화도 대중과 함께 호흡해야만 발전할 수 있고 대중이 문화를 거부감없이 받아들일 때 문화의 힘이 한 나라를 지배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우리는 이렇게 희망의 시작을 봤다.

   
▲ '광화문미술행동'팀이 시민들에게 자유롭게 글과 그림을 그리도록 대형 현수막을 펼쳐놓았다.

‘생활문화시대’를 선언하면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내 삶에 문화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고 싶다고 밝혔다. ‘생활문화’는 ‘생활체육’과 같은 개념이라는 말도 전했다. 삶 속에 문화가 있고 생활 속에서 문화를 실천한다는 문체부의 생각은 충분히 환영할 만 하다.

그러나 거기에는 반드시 거쳐야할 것이 있다. ‘내 삶에 문화가 있다’ 이전에 ‘내 곁에 문화가 있다’가 있어야한다. 지금 우리의 문화는 여전히 대중과 유린되어 있다. ‘대중의 무관심’, '경제적인 문제‘를 이유로 들지만 엄밀히 말하면 대중 속에 파고들지 않은 채 자신들만을 생각한 문화인들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모두가 블랙리스트를 이야기하고 문화농단을 이야기하고 정부의 지원 배제, 무관심을 이야기한다. 서로가 자신들이 피해자라고 말한다. 물론 그간의 고초를 이해한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문화인 스스로 잘못된 점이 없었는지를 돌아보고 새롭게 출발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것이 필요하다.

   
▲ 공연자들과 시민들이 어우러진 블랙텐트 공연

대중과 유린됐던 문화, '순수‘라는 명목으로 자기들만의 길을 갔던 문화가 이제 대중으로 들어갈 때가 왔다. 대중은 지쳐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모른다. 그들을 달랠 수 있는 것이 문화다. 광화문미술행동의 화가들처럼, 블랙텐트의 연극인들처럼 대중에게 다가서며 자신들이 하고픈 이야기를 전하는 노력이 이제 전 문화인들에게 필요해진 것이다. 

2018년, 이제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다. 문화를 통해 사람들이 즐거위하는 모습을 전하고 싶다. 문화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알리고 싶다. 올해 초, 광화문 광장의 어울림이 2018년에는 전국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이제 대중과 문화의 시너지를 펼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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