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투데이 2017 10대 이슈] '촛불과 광장'에서 시작, '생활문화시대'를 향해
[서울문화투데이 2017 10대 이슈] '촛불과 광장'에서 시작, '생활문화시대'를 향해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7.12.29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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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과 대통령 탄핵, 조기 대선과 문재인 정부 출범, 지진과 북핵 문제 등을 거치다보니 어느덧 2017년의 끝이 오고 있다.

돌이켜보면 2017년은 '대중의 힘'과 '문화의 힘'을 보여준 해라는 생각을 해 본다. 대중의 간절한 부르짖음은 정권 교체로 이어졌고 '광화문문화행동' 등을 통해 보여준 문화인들의 힘은 세파에 지친 마음을 달램과 동시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는 계기가 됐다.

2017년 본지 서울문화투데이는 문화계의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려했고 여러 문제들에 대해 독자들과 함께 고민하려고 애썼다. 한편으로는 대중들의 힘이 필요한 부분이 있었고 이로 인해 대중과 좀 더 소통해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이런 점에서 이제 창간 10주년을 맞이하는 본지 서울문화투데이도 거듭나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일일신 우일신의 자세로 말이다.

2017년 본지가 주목하고, 본지가 전했던 '10대 이슈'를 정리한다. 지난해 기사에도 밝혔지만 이 기사는 타 매체들이 전하는 '10대 뉴스'가 아니라 본지가 올해 주목했고, 앞으로도 계속 주목할 '10대 이슈'를 정리한 것이다.

1. '블랙텐트', '광화문미술행동'... 광장의 예술인들

▲ '광장극장 깃발'을 해체한 이해성씨와 나무닭움직임연구소의 장소익소장

2017년은 '박근혜 하야'라는 국민들의 구호와 함께 시작됐고 광화문 광장은 2017년에도 매주 토요일 촛불의 물결이 일었다. 추운 바람이 부는 광장이었지만 그곳에는 시민과 함께하는 예술인들의 열기가 함께했다.

'광화문미술행동'은 시민들이 직접 글과 그림을 기록하는 자리를 만들었고 촛불 시민들이 함께하는 '궁핍현대미술광장'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곳에 '블랙텐트'가 있었다. 블랙텐트에서 열린 다양한 공연들은 광화문을 지나던 시민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만들었고 추위와 열악한 무대에도 불구하고 시민과 함께하는 공연으로 박수를 받았다. 

'시민과 함께하는 문화'를 보여준 광장의 예술인들은 광화문 촛불집회의 숨은 주역이었고 이들이 있었기에 시민들은 즐겁게 촛불을 들었다. 그로 인해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됐다. '대중의 힘'과 '문화의 힘'을 보여준 하나의 상징이었다.

매주 토요일, 생생한 글과 사진으로 광화문예술행동을 소개한 정영신 사진가의 기사는 하나의 역사 기록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었다. 탄핵이 결정된 후, 블랙텐트를 철거하는 순간에 만난 이해성 극장장의 희망적인 메시지도 들었다. 2017년 문화계에 반드시 기록되어야할 이들이다.

2. 문재인 정부 수립,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취임

▲ 공무원들과 인사를 나누는 도종환 문체부 장관 (사진제공=문화체육관광부)

촛불의 외침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 그리고 문재인 정부 수립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새 정부의 문화수장으로 임명됐다. 시인이자 그 자신도 '블랙리스트'에 올랐으며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블랙리스트' 문제를 수면으로 끌어올렸던 것을 기억하는 문화인들은 도종환 장관에게 큰 기대를 걸었다.

본지는 대선 당시 각 후보들의 문화부문 공약을 살펴보며 검증을 했고 문재인 정부 출범 후 '100대 국정과제'를 분석하면서 문화에 대한 지원도 중요하지만 '내 옆에 문화공간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하는 것이 먼저임을 이야기했다. '국민이 문화를 즐기는 세상, 그곳이 '문화강국입니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 직후 본지가 전한 메시지였다.

이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가 결성이 됐고 12월에는 도 장관이 '문화비전 2030' 수립의 시작을 알리면서 '생활문화시대'를 만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문체부의 과제는 여전히 산적하고 특히 본지가 지난 10월 보도한 '국립민속박물관 세종시 이전 계획'은 장관 취임 이후 갑작스럽게 바뀐 정책이라는 점이 지적됐다. 문체부가 약속대로 '생활문화시대'를 만들어낼 지 본지는 앞으로도 주목할 예정이다.

3. 문화예술위의 '댄스포럼-크리틱스 초이스' 부당 기금지원 문제

 

지난 3월 한국 무용계를 대표하는 20개 무용단체 대표들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17 정시공모 문예진흥기금 심사에 문제를 제기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당시 대한민국전통무용제전이 탈락하고 무용잡지사 '댄스포럼'이 주최하는 '크리틱스 초이스'가 신규 선정된 것이 이들은 반발했고 본지는 성명서 전문을 담은 기사를 실었다.

그러나 이 기사에 대해 댄스포럼은 '편파 보도'라 반발하며 6천만원의 손해 배상과 함께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를 했고 중재위는 반론보도를 하는 것으로 중재를 하면서 본지는 반론 보도를 내보냈다. 

이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언론사와 관련 단체를 지원대상에서 배제하는 원칙을 깨고 2년간 댄스포럼 주최주관 공연에 기금을 지원하고 올해 또한 지원을 결정했다는 지난 4월 본지 단독 보도가 나왔고 예술위는 '기타 해당 사업별 특성에 적합한 단체 및 예술인'이라며 댄스포럼 지원이 정당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언론사를 원칙적으로 배제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면서도 특정 언론사 주최 행사 지원을 맡아온 예술위의 행동은 의구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4. 최현수 교수는 왜 한예종을 떠나야했나?

▲ 최현수 교수

'블랙리스트 피해자' 문제가 수면에 오르던 지난 9월, 본지는 최현수 한예종 교수가 교수직에서 물러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면서 배후에 '김종덕 문체부'가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똑같이 입시요강 유출 문제를 일으켰음에도 다른 교수는 '봐주기'로 끝낸 반면 최 교수는 이를 이유로 해임됐고 언론은 '비리 교수'로 몰았다. 그 이면에는 2015년 국립오페라단 단장의 '낙하산 인사' 문제가 불거질 당시 비대위 기자회견에 참여한 최 교수를 문체부와 한예종이 '타켓'으로 삼은 것이 있었다.

직접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았음에도 단지 정부와 학교의 의견에 반대했다는 이유만으로 엄청난 불명예를 안긴 최 교수의 현실은 전 정권의 문화압박을 제대로 드러낸 점에서 쓴맛을 남기고 있다.

5. 영국 한국문화원 '특정작가 띄우기'에 상처받은 '아방가르드 선구자' 김구림

▲ 김구림 작가

지난 6월, 영국 런던한국문화원은 한국 행위미술의 역사를 조명한다는 취지의 전시회를 열었다. 하지만 한국의 아방가르드 미술의 역사를 소개한다고 하면서 정작 '아방가르드의 선구자'로 불리는 김구림 작가의 작품은 구석으로 밀렸고 전시는 특정 작가의 작품 위주로 이루어졌다. 뿐만 아니라 이 전시는 작가와의 협의 없이 열렸던 것이었다.

김구림 작가는 크게 분노했고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영국 한국문화원은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 나라는 왜 이리 나를 못살게 구는가? 내 나라가 싫어졌다'는 김구림 작가의 슬픔이 본지 기사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영국 한국문화원은 '역시나'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고 기자회견 당시 김 작가를 취재한 언론들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본지는 이 문제를 단순한 '한 거장의 수모'가 아닌 '대한민국 미술 역사를 망치는 행위'로 보고 관심을 보였다.

다행히 김구림 작가는 올해 문화예술발전유공자로 인정받아 문체부 장관으로부터 은관 문화훈장을 수여받았다. 그리고 본지는 김 작가를 만나 그간의 소회를 들을 수 있었다. 김구림 작가에게 올해는 영욕이 교차된 한 해였다.

6. 꺼지지 않는 '미인도 논란', 책으로 나온 '천경자 코드'

▲ 천경자 화백의 둘째딸 김정희 교수

본지는 올해도 '미인도 논란'을 취재해왔다. 특히 지난 7월에는 천경자 화백의 딸인 김정희 교수를 만나 논란의 전모를 들었고 '미인도'가 위작임을 증명하는 <천경자 코드>를 내놓을 것을 시사한 바 있다. 그리고 바로 '위작의 결정적 증거' 5가지를 제시한 <천경자 코드>가 책으로 출간됐다.

천 화백 측의 변호를 맡고 있는 배금자 변호사는 이번 논란을 "작가에 대한 인권 침해이자 검찰의 직권남용과 증거조작으로 인권이 짓밟힌 사건"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천 화백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남겨진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에게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고 이에 검찰은 즉각 항소에 나섰다.  '미인도 논란'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7. 문화재청 국정감사, 암울한 우리 문화재의 민낯

▲ 문화재청 국정감사

지난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 본지는 문화재청 국정감사에 집중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것은 너무나 허술한 우리 문화재 관리였다.

문화재청과 자문위원, 업자들의 결탁이 빚어낸 '미황사 천불도 훼손', 수리와 보수가 이뤄지지 않는 문화재, 특정인 문화재위원 알박기, 도난문화재 환수에 대한 무관심, 현충사에 일왕의 상징인 '금송'이 심어진 문제, 경복궁의 균열과 문화재 안전 문제 등이 집중 거론됐고 이 문제만큼은 여야가 모두 한목소리로 문화재청의 관리 소홀을 질타했다.

특히 풀칠만으로 문화재를 보수하는 사진은 우리 문화재를 관리한다는 문화재청이 사실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라는 실망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지금부터라도 문화재청이 제대로 문화재를 지켜 줄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8. '성희롱'으로 얼룩진 한예종 '남자 상견례', 학생들이 바꾸다

 

지난 4월 '한국예술종합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 계정에 전통예술원의 '전통'이라는 남자 상견례장에서 성희롱이 이어지고 신입생들에게 억지로 술을 먹였다는 학생들의 글이 올라왔다.

또한 전통원 관계자들이 글 쓴 사람을 '색출'하겠다는 내용의 대화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드러나면서 전통예술원의 성희롱과 '숨기기' 문제가 일파만파로 퍼져갔다. 본지는 이 사실을 주목하며 '한예종의 명예를 실추시킨 일'이라는 누리꾼들의 의견을 반영했다.

결국 전통예술원 학생회는 "성희롱 및 음주강요는 사실"이라며 사과와 함께 문제의 남자 상견례와 신입생환영회를 폐지했다. 잘못된 전통을 학생들이 바꾼 것이다. 문화계를 여전히 뒤덮으면서 'Me Too' 운동으로 이어진 문화계 성희롱은 여전히 우리가 감시해야할 부분이다.

9. 'Hope와 함께하는-취중진담(就中眞談) 새정부 문화정책 Hope' 

▲ 'Hope와 함께하는-취중진담(就中眞談) 새정부 문화정책 Hope'

새 정부 수립 후 '더불어 함께 가야할 우리 문화의 장래'를 이야기하자는 취지로 본지는 지난 8월 'Hope와 함께하는-취중진담(就中眞談) 새정부 문화정책 Hope'를 대학로의 한 맥주집에서 가졌다. 많은 문화인들이 호프 한 잔과 함께 담론을 나눴고 '예술가가 주인되는 예술 주권시대로 가자'는 의견에 한목소리를 냈다.

김구림 작가, 탁계석 평론가. 장수동 서울오페라앙상블 예술감독, 최창주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김매자 창무예술원 이사장, 최현수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이제훈 한국미술정책연구원 회장, 모지선 화백, 이돈웅 서울대 교수, 문영철 한양대 교수, 이은주 갤러리 와트 대표 등이 참석한 이 행사는 참석자들이 격의 없이 문화의 장래를 이야기하며 새로운 희망을 가져보자는, 예술 주권시대의 첫 발을 내딛는 행사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겠다.

10. 제8회 서울문화투데이 문화대상 성료

▲ 제8회 서울문화투데이 문화대상 수상자들

1월 12일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제8회 서울문화투데이 문화대상 시상식이 열렸다. 김영기 국악인, 제정자 화가, 최금녀 시인, 육근병 설치미술가, 김승국 수원문화재단 대표(현 노원문화재단 대표), 윤중강 평론가가 문화대상을, 이구하 서양화가와 최용석 판소리 바닥공장 대표가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했다.

시상식은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했던 국악인 박애리와 사회를 맡은 소리꾼 김용우의 소리가 어우러지며 겨울밤 즐거운 축제로 치러졌다. 올해도 수상 후보자를 추천받아 수상자를 결정했다. 내년 1월에도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열정을 바친 이들에게 문화대상이 수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