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고 아름다운 분단 풍경, 사진가 박종우의 ‘DMZ 비부장지대’
슬프고 아름다운 분단 풍경, 사진가 박종우의 ‘DMZ 비부장지대’
  • 정영신 기자
  • 승인 2017.12.3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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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운동 사진갤러리 류가헌에서 1월 7일까지 열려

사진가 박종우가 바라보는 DMZ 사진은 슬픈 현실이지만 아름답다는 역설을 보여준다. 인류역사상 가장 역설적인 땅이자 마지막 냉전유적지인 DMZ는 언제 어디서 총탄이 날아올지 모르는 무방비상태다.

한반도의 허리를 잘라낸 비무장지대는 서해 한강 하구에서 동해안까지 248킬로나 이어지는 철책 선을 사이에 둔 경계지역이다.

▲ 철조망사진 작품앞에 선 사진가 박종우씨 Ⓒ정영신

출판을 예술의 경지로까지 승화시켰다는 평을 듣는 독일의 사진집 전문출판사‘슈타이들’에서 한국사진가로서는 최초로 만든 박종우씨의 ‘DMZ비무장지대’ 사진집은 파리, 뉴욕에 이은 국내 런칭으로, 청운동에 위치한 ‘갤러리 류가헌’ 1,2관에서 열린 첫 사진전과 함께 선보였다.

▲ 독일사진 전문출판사‘슈타이들'에서 출판된 사진집‘DMZ 비부장지대’책표지 (사진제공:류가헌갤러리)

슈타이들(Steidl)은 “인류가 공통적으로 소유해야 할 가치 있는 것들, 적어도 그런 생각이 드는 사진이 담긴 책을 만들어내고 싶었다”며 사진집을 덮고 나면 사진가 박종우의 작업이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인류가 공유해야 하는 사진기록이라는 점을 공감할 것 이라 했다.

▲ 박종우사진가의 DMZ (사진제공 : 류가헌갤러리)

사진가 박종우씨는 슈타이들 출판사 옆 건물에 일주일간 머물며 슈타이들과 함께 책을 만들었다. 슈타이들은 사진집을 편집하는 동안 세프를 초대하여 매일 점심을 대접하는 등 사진가와 수시로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나누었다고 한다. 이런 치밀함과 섬세함에 의해 슈타이들 사진집이 세계인들에게 지속적인 환대와 사랑을 받아온 것이다.

▲ 박종우사진가의 DMZ (사진제공 : 류가헌갤러리)

아직 끝나지 않는 이야기인 ‘DMZ 비무장지대’는 남북이라는 경계를 사이에 둔 한국인의 한을 묻어 둔 곳이다. 전시장 벽 한 면을 가득채운 황량한 지뢰밭 사진은 우리가 마주해야 할 냉전과 이념의 산물처럼 분단의 상처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작은 액자 속에 담겨 전시된 ‘정전 20503일’, ‘분단의 끝’, ‘살아서 이곳을 지키지 못하면 죽어서 이곳에 묻히리라’란 글이 적힌 사진은 절망과 희망이 공존하는 그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한 공간임을 말해준다.

▲ 박종우사진가의 DMZ (사진제공 : 류가헌갤러리)

특히 DMZ를 따라 길게 이어진 철책, 이를 밤낮으로 지키는 병사들, 병사의 손에 굳은 듯 잡혀 있는 총, 철책 따라 끝없이 이어지는 험난한 계단, 숨 막히는 적막과 고요 속에 납작하게 엎드린 대초원, 서로 대치한 그 아슬아슬한 경계 안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동물들, 모든 풍경 하나 하나가 긴장감을 감돌게 한다.

그러나 분단의 상처를 보듬은 대자연은 세계인이 주목하는 생태계의 보고이자 평화의 아이콘으로 거듭나고 있는 곳이다.

▲ 박종우사진가의 DMZ (사진제공 : 류가헌갤러리)

사진가 박종우씨는 작업노트에 “이 세상 어디서도 한반도 비무장지대처럼 그렇게 시간이 거꾸로 흐른 곳은 많지 않을 것이다. 전쟁의 결과로 만들어지긴 했지만, 그 슬픔과 한을 품에 안은 채 한반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연 공간으로 남게 된 것이다. 비무장지대는 인간의 발길이 닿을 수 없기 때문에 자연환경을 오롯이 간직할 수 있었다. 이 특이한 공간을 지금의 모습 그대로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 언젠가 다가올 남-북 통일의 시대가 오면, 그 오랜 세월 민족의 한이 담긴 그 모습을 후손들이 영원히 기억할 수 있도록.”이라고 적고 있다.

▲ 벽면 가득 지뢰사진으로 채워진 전시모습 Ⓒ정영신

그의 말처럼 DMZ의 역사성과 가치는 물론이고, 미래 지향적 비전을 담은 기록만큼 의미 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DMZ는 영원히 기록되어야 할 또 하나의 살아 있는 역사이며, 이것을 제대로 기록하는 것은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할 시대적 의무이기도 하다.

▲ 박종우사진가의 DMZ (사진제공 : 류가헌갤러리)

오랜 시간 동안 ‘전쟁’이란 무서운 살육전을 지켜보며 말없이 흘러가는 임진강, 새들이 노닐고 꽃들이 피어나는 원형적 자연을 간직한 비무장지대의 광활한 평야, 이를 배경으로 완강하게 버티고 서 있는 철조망은 보는 이의 가슴을 활키는 상처가 된다. 유안진 시인은 우리 역사의 가장 커다란 아픔을 잉태한 공간이 DMZ고, 세상 어디에도 없는 단 하나의 슬픈 은유가 DMZ라 했다.

▲ 박종우사진가의 DMZ (사진제공 : 류가헌갤러리)

사진가 박종우씨는 다큐멘터리 ‘차마고도 1000일의 기록’을 제작한 감독으로 더 유명하다. 11년에 걸쳐 뉴욕타임스 아시아 특파원으로 지냈으며, 지금도 다큐멘터리 감독과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다큐멘터리 PD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최초로 인터넷카페를 만들었는가 하면, 게스트하우스도 처음으로 운영했던 사람이다.

또한 한국전쟁 휴전 후 최초로 비무장지대 내부에 들어가 60년의 역사를 맞은 DMZ를 기록했으며 <NLL>, <임진강> 등 한반도 분단과 관련된 작업을 계속해오고 있다.

▲ 박종우사진가의 DMZ (사진제공 : 류가헌갤러리)

사진가 박종우의 ‘DMZ 비부장지대’는 오는 7일까지 청운동 ‘갤러리 류가헌’ 1,2관에서 열린다. (전시문의 : 02)720-2010)

유안진 시인의 ‘DMZ’ 시(詩)는 사진가 박종우씨의 사진을 말하는 그림으로 완성시키고 있다.

넘어가고 넘어오는

산그림자 바람의 그림자도

이 철조망에 걸려서 허리가 꺾어진다

 

비명 없이 지고 있던 태양도

핏물 붉게 흘리는 하늘 아래

 

나의 오랜 지병이

하필이면 왜 요통(腰痛)인지를

알아져서 더 아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