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사람과 시스템 개선없이 적폐청산은 없다(2)
[특별기획] 사람과 시스템 개선없이 적폐청산은 없다(2)
  • 남정숙 문화기획자
  • 승인 2018.01.02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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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 도덕적 해이에 분노하지 않는 자는 누구인가?

<지난호에 이어>

▲ 남정숙 문화기획자

예술의전당의 편의시설은 공유재산법을 기준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예술의 전당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되었기 때문에 독립법인이자 독립 경영체로서 편의시설 운영에 대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가 있다. 

예술의전당은 2013년 8월 28일 ‘음악당 지하1층 식음료매장 임대차 감정평가’를 의뢰하고 그 결과에 따라 글로벌 브랜드 수준으로 식음료가격을 책정하였다. 자율적으로 운영하라고 했더라도 공공기관이자 국가문화예술센터로서의 목적과 기능을 망각하고 사기업처럼 경영하라는 뜻은 아니다. 

2013년 예술의전당은 감정법인의 감정평가를 따랐지만 보통 공공기관들은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약칭: 공유재산법)’을 기준으로 삼는다. 

‘공유재산법’의 목적은 ‘공유재산 및 물품을 보호하고 그 취득, 유지, 보존 및 운용과 처분의 적정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 

‘공유재산법’ 제3조 2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 처분의 기본원칙)에 의하면 4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1) 해당 지방자치단체 전체의 이익에 맞도록 할 것
2) 취득과 처분이 균형을 이룰 것 
3) 공공가치와 활용가치를 고려할 것
4) 투명하고 효율적인 절차를 따를 것이다. 

예술의전당은 국가문화예술센터이므로 공유재산이다. 

공유재산이므로 국민 전체의 이익에 맞도록 운영되어야 하고 공공가치와 활용가치가 모두 고려되어야 한다. 아니 오히려 예술의전당은 활용가치보다는 공공공가치가 우선되어야 할 공간이다. 

예술의전당, 손실 메꾸느라 임대보증금 75억 다 썼다 

애초 예술의전당이 타 국립문화예술센터들과 달리 잘 운영되던 직영매장을 임대로 돌리고 테라로사에 23억, 모차르트에 25억, 벨리니에 30억, 바우하우스에 23억, 푸치니에 8억 원 등의 보증금을 받은 것은 경영개선과 대국민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대충 계산한 총액만 해도 109억 원이나 된다. 109억 원은 적은 돈이 아니다. 웬만한 공연장을 지을 수도 있는 돈이고, 전당 내 노후 된 극장들을 리모델링 할 수도 있는 돈이며, 수백 명의 예술가들에게 공연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금액이기도 하며, 수천 명의 사회소외계층에게 예술교육과 예술향유를 제공할 수 있는 금액이다. 

그런데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분노할 수밖에 없는 소식들이 연이어 들려오고 있다. 

▲ 2017년 11월 13일 기사

2017년 11월 13일 국회예산정책처에서는 예술의전당이 매년 20억~40억의 적자를 내고 있으면 2016년 한 해에만 54억 4900만원의 손실을 냈고, 더 심한 건 2016년 말 기준으로 예술의전당이 보유하고 있었던 임대보증금 74억 8539만원을 모두 지출경비로 소진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임대보증금은 운전자금으로 사용하면 안되는 고정비용이다. 그건 경영하는 사람이라면 상식이다. 

만약 국가에서 임대사업을 모두 직영으로 돌리라는 정책이 갑자기 발표된다던가 모차르트, 벨리니, 테라로사가 장사가 안되서 나간다고 하면 즉시 보증금을 반환해야 한다. 집주인도 아니고 국가기관에서 75억 원을 지출경비로 소진해 버리면 그 돈을 어떻게 메꾸려고 하시는 건가? 참 대책 없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또 하나 국회예산정책처는 예술의전당이 매년 20억~40억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예술의전당은 수지개선이나 구조조정 등의 자구적인 노력을 하지 않고 자꾸 국고보조금을 추가로 신청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맞는 말이다. 109억 원이나 되는 목돈을 받아서 다 써버리고 적자는 계속 국가보고 메꿔달라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짜증 섞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선의와 자비로 움직이는 문재인 정부에서는 지적질 한번 하고는 2018년 예산도 증가시켜서 책정해 주었다. 예술의전당과 예산처에 묻고 싶다. 그 돈은 누구 돈인가? 

▲ (표1) 예술의전당 2018년 지원예산안

이쯤되면 국민 누구라도 묻고 싶어질 것이다. 

예술의전당이 식음료사업을 임대로 전환하고 보통사람들은 엄두도 내지 못할 만큼의 어마무시한 보증금으로 임대업체들에게는 부담감을, 국민들은 높은 식음료 값을 지불하게 하면서 그 돈을 다 어디다 썼는지 묻고 싶다.

그 돈을 학생과 저소득층을 위한 예술공헌이나 예술교육에 사용했는가? 아니면 설립목적에 맞는 오페라, 발레 등 순수예술과 순수예술가들의 진흥을 위해서 소진하셨는가? 터무니없는 높은 보증금을 받은 이유가 있었다면 그에 상응하는 서비스나 공연의 질이 확 눈에 띠게 높아졌거나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 

심각한 경영적자에 성과급 잔치라니  

아래 표 2. 는 2012년~2016년 예술의전당 Annual Report를 분석한 표이다. 

▲ (표2) 2012-2016년 예술의전당 Annual Report 분석 (출처:예술의전당 홈페이지 Annual Report 일부)

2012년~ 2016년 경영보고서를 보면 예술의전당 사장님이 취임하신 후 최근 5년 간 해마다 20억~40억 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으며, 과다한 임대수익으로 임대업체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고, 이에 대한 결과로 대국민 편의서비스가 하락하고 있는 등 경영의 질이 저하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장님은 2012년에는 66,845,000원, 2014년에는 43,421,000원, 2015년에는 32,566,000원, 2016년에는 12,676,000원 등 4년 동안에도 나몰라라 성과급을 받으셨다. 높은 성과급 덕분에 연봉은 평균 약 1억 5천만 원에 육박하고 있다. 

만일 나라면 공공기관 사장이 아니라 일반기업의 사장이라고 하더라도 회사가 경영악화가 심화되고 있는 상태라면 성과급은 사양했을 것이다. 아니 책임 있는 국가문화예술센터 수장으로서 책임감과 양심에 따라 4년 간 받은 성과급을 반환하는 퍼포먼스라도 할 필요성이 있으셨다. 

도대체 성과금은 누가 준 건가? 예술의전당에 대한 경영평가와 예산지원을 하는 국가기관이 다른 결과이다. 따라서 예술의전당의 심각한 경영적자는 관리기관인 문체부에도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다. 

기관장 업무추진비는 전국 1등!   

▲고학찬 예술의전당사장

더 기막힌 사실은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의 발표다. 

예술의전당은 109억이나 되는 임대사업에도 불구하고 만성적자에, 경영악화에 시달리면서 국가지원금을 신청했던 그 시기에 예술의전당은 우리나라에서 기관장 업무추진비를 가장 많이 사용한 기관으로 선정되었다.

2017년 12월 20일 일제히 발표된 기사에 의하면 2016년 대한민국 공공기관들 중에서 기관장의 업무추진비를 가장 많이 사용한 곳은 예술의전당으로 4천743만6천원을 사용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물론 사장님이시니까 ‘경조금 명목으로 170만 원, 경조화환으로 104차례 1천57만9천 원(연합뉴스)’ 등 쓰실 곳이 많으시겠지만 눈치껏 하셨어야 한다. 경영적자 운운하면서 업무추진비 사용 전국 1등, 4년 내리 성과급은 국민들이나 문화예술인들의 공분을 사기 딱 알맞은 일이다.

▲ 2017년 12월 20일 기사. 지난해 화예술기관장업무추진비는 예술의 전당이 가장 많았다.

혹시 예술의전당 사장님께서 오해를 하실까봐 노파심에서 말씀드린다. 

나는 예술의전당 사장님께 어떠한 억하심정(抑何心情)도 없으며 단지 국가문화예술센터의 문화경영 성과와 정책의 발전을 위한 제언을 한 것이다. 더불어 누가 뭐라고 하던 사장님이 보장된 임기를 다 채우실 것을 심정적으로 확신하는 사람이니 제가 쓴 글들이 혹시 사장님을 끌어 내리기 위한 음모라고 생각하지 마시길 바란다. 

왜냐하면 첫째, 나는 사장님이 어떤 실책을 벌이셨더라도 그 자리에서 끌어 내릴만한 포지션에 있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둘째, 도종환 장관께서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장들은 정해진 임기를 인위적으로 교체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셨기 때문에 임기를 보장받으실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셋째. 조금이라도 양심이 있거나 분별력이 있으신 분이었다면 정권이 바뀌자마자 사퇴하셨을 것이다. 그리고 위와 같은 결과를 초래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안심하시고 국민들이 다 지켜보고 있으니 임기 동안 잘 좀 해달라고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