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전후의 달라진 세계를 사는 이들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
전쟁 전후의 달라진 세계를 사는 이들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8.01.16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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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맨부커상 수상작, 작가 리처드 플래너건 아버지의 경험 바탕
 

2014 맨부커상 수상작인 리처드 플래너건의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됐다.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은 2차대전 당시 일본군의 타이-미얀마 감 '죽음의 철도' 라인에서 살아남아 현재 잘나가는 의사이자 전쟁영웅이 된 외과의 도리고 에번스의 이야기로 젊은 날 전쟁터로 출정 전 우연히 만난 자신의 젊은 숙모와 나눈 이룰 수 없는 사랑의 기억, 일본군 전쟁포로로서 겪는 잔혹하고 비참한 현실이 주된 이야기의 배경이다. 

굶주림과 전염병, 폭력이 난무하는 빗속의 정글에서 시시각각 생사의 기로에 서 있던 일본군 전쟁포로들의 철도건설 작업장 '라인'과 그로부터 살아난 생존자들과 전범들이 뻔뻔하게 영위해가는 일상의 풍경을 대비시킨다.

이 작품은 작가의 아버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작가의 아버지는 실제 일본군 전쟁포로로 미얀마 철도 건설현장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였다.

아버지가 겪었던 참담하고 끔찍한 전쟁의 참상의 기억은 작가와 형제들의 어린 시절을 사로잡은 역사의 트라우마가 됐고 작가는 아버지의 고통스런 체험을 바탕으로 12년간 집필에 매달리며 수정과 수정을 거듭하며 다섯 개의 다른 판본을 썼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그의 아버지는 작품을 탈고해 출판사로 보낸 날, 세상을 떠났고, 작가는 헌사에 아버지를 상징하는 '339번 포로에게'라고 썼다. 2014년 맨부커상 심사위원장이었던 A.C. 그레일링은 "이 책은 전쟁소설이기보다는 사람과 관계에 관한 이야기다. 리처드 플래너건은 이 책을 쓰려고 태어난 게 아닐까"라고 이 책을 평가했다.

전쟁 전과 후의 달라진 세계, 역사의 수레바퀴를 표현하는 현대판 <오디세우스>로 불리는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은 역사 속에서 신음하는 다양한 인간의 삶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