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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 각각의 '진상조사'" 남산예술센터 시즌 프로그램
3월부터 12월까지 한국 사회 다양한 이슈와 현상 다룬 동시대성 작품 소개
2018년 01월 18일 (목) 12:29:46 임동현 기자 press@sctoday.co.kr

한국사회의 다양한 이슈와 현상을 담은 동시대성 작품을 소개하며 관객들과 소통했던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가 올해도 남산드라마센터에서 시즌 프로그램 8편과 공모 프로그램을 3월부터 12월까지 선보인다.

남산예술센터는 그동안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짚어보는 연극과 더불어 현대연극의 확장성을 보여주는 새로운 시도와 소설의 희곡화, 기존 극장의 매카니즘을 뒤집는 새로운 형식의 작품들을 선보이며 관객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낸 바 있다.

   
▲ 지난 17일 열린 '남산예술센터 시즌 프로그램 기자간담회' 참석자들

우연 남산예술센터 극장장은 지난 1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사회의 당면 문제에 목소리를 낸 작품들이 주를 이뤘다면 올해는 촛불 정국을 지난 후 지난 일에 대한 성찰과 되짚기가 키워드"라면서 "작가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진상조사'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이번 시즌 프로그램의 특징을 밝혔다.

지난해부터 새롭게 시행된 기획 프로그램 '서치라이트'는 올해도 3월에 열린다. '서치라이트'는 아직 무대에 오르지 않은 희곡, 미완의 텍스트, 아직 정리되지 않은 장면 등 미완성의 콘텐츠를 미리 공유하는 무대로 낭독공연, 워크숍, 쇼케이스 등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시즌의 첫 문은 2015년 제5회 벽산희곡상을 수상한 고연옥 작, 김정 연출의 <처의 감각>(4.5~15)이다. 이 작품은 지난 2016 시즌 프로그램으로 오려진 <곰의 아내>(고선웅 각색, 연출)의 원작으로 지난해 '서치라이트' 낭독 공연으로 관객들에게 선보였고 4월말 독일 하이델베르크 극장에서 독일어로 낭독공연이 진행될 예정이다.

고연옥 작가는 "한국 연극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 극작가라고 한다. 좋은 극작가가 없다는 것은 극작이 쉽지 않은 것도 있지만 연출가 중심으로 연극이 지속되면서 수정과 변형, 각색이 당연해졌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면서 "이번 공연을 계기로 무대를 잃은 동료 작가들의 작품이 복원되어 다시 공연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남산예술센터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인형극 <손 없는 색시>(4.26~5.7)는 민담을 모티브로 한 것으로 전쟁에서 남편을 잃은 슬픔 때문에 항상 손으로 자신의 아픈 가슴을 쓸어내리는 색시에게 어느날 손이 스스로 떨어져나가 도망가는 일이 일어나고 그 슬픔으로 인해 아들마저 늙은 상태로 태어나자 아들의 수의를 만들어주기 위해 손을 찾으러 가는 과정을 그린다.

조현산 연출가는 "민담은 상징이 많은 작품인데 많은 상징을 가진 작품을 표현하기엔 인형극이 매우 잘 맞고 우리가 했던 작업과 결이 같다고 생각했다"면서 "극장의 구조가 작품에 가능성과 상상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초연 당시 호평을 받아낸 <에어콘 없는 방>(5.17~6.3)도 이번에 다시 만날 수 있다. 유신 시대, 독립유공자로 추서된 아버지의 국립묘지 안장행사를 치르기 위해 30년 만에 한국을 찾게 된 주인공이 하루 동안 호텔방에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성열 연출가는 "한국사의 슬픈 면이 뒤엉키며 이끌어지는 연극이다. 현대사가 한 평범한 사람이 살기에도 얼마나 곤란하고 힘든 것이었는지를 보여줬다"면서 "지난해 미진한 부분을 강화하고 새롭게 해서 관객들을 만나려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권여선 작가의 <당신이 알지 못하나이다>를 각색해 공연한 것에 이어 올해는 장강명 작가의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9.4~16)이 연극으로 공연된다. 살인을 저지른 남자, 남자와 서로 사랑한 여자, 남자에게 자식을 잃은 어머니 세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기억과 고통, 속죄라는 본질적인 문제를 다루는 이 작품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사가 전개되지 않고 뒤죽박죽 섞이는 소설의 형식을 그대로 차용한다.

강량원 연출가는 "실제로 일이 일어났다기보다는 살인을 저지른 주인공이 자신의 가장 아름답고 좋은 결말을 상상하는 것 같다. 열린 소설이라는 점이 흥미로웠다"면서 "젊은 작가의 기발한 상상이 더해지면 장강명 작가와 정진세 작가의 결합으로 좋은 대본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2014년 혜화동1번지 봄 페스티벌에서 판소리를 재구성한 <이야기의 方式 노래의 方式-데모버전>을 선보인 윤한솔 연출가는 이번에는 공옥진 여사의 '병신춤'을 소재로 <이야기의 方式 노래의 方式-공옥진의 병신춤 편>(10.4~10.14)을 선보인다. 공옥진의 춤을 '키네틱센서'를 이용하는 게임으로 배울 수 있을까라는 발상에서 시작해 병신춤을 '현재화'하는 방식을 통해 재발견을 추구한다.

윤한솔 연출가는 "<데모버전>을 만들면서 전통 소개에 대한 청사진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 연장선상"이라면서 "전통이라는 장르 안에 간과하고 있던, 막연히 지루해했던 그 안에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을 포착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2015년 시즌 프로그램 <소뿔자르고도망가선생>의 작가로 참여한 최치언 연출가는 <어쩌나, 어쩌다, 어쩌나>(10.25~11.4)의 작가 겸 연출자로 올해 돌아온다. 작품은 '용기'에 대한 작가 나름대로의 통찰을 블랙코미디로 보여준다.

최치언 연출가는 "모든 것은 용기의 문제라는 말이 있다. 시대는 인간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은 인간을 딜레마에 빠뜨린다. 그와 더불어 시대는 용기를 발휘하는 힘을 요구한다. 거대한 시대가 던지는 질문을 인간 개개인이 어떻게 해결하냐를 이야기한다"면서 "진지하고 거창할 것 같지만 블랙코미디다. 일상에서 누구나 맞닥칠 수 있는 코미디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16년 남산예술센터 상시투고시스템 '초고를 부탁해'를 통해 발굴된 <두 번째 시간>(11.15~25)은 '의문사'를 주제로 한 작품으로 진실 규명이나 역사적 사실을 이야기하기보다는 남아있는 이들이 권력을 바라보는 모습을 통해 '감히 용서나 화해로 잊어도 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김수희 연출가는 "동시대의 사회, 정치를 기반으로 한 공연은 실험적이거나 재미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그렇지 않다. 펼쳐질 장이 없었고 노출된 적이 없기에 관객들이 많이 보지 못했고 한두편으로 규정됐다. 작품이 계속 나오고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면 선입견을 벗고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일본, 홍콩 국제공동제작 프리-프로덕션 <나와 세일러문의 지하철 여행>(가제, 12.5~7))도 이번에 남산예술센터가 처음 시도하는 것이다. 80년대생인 이경성(한국), 사토코 이치하라(일본), 웡 칭 얀 버디(홍콩)가 각 나라의 정치, 사회, 문화적 이슈를 공유하고 연극적 방법론을 모색해 12월 쇼케이스를 통해 선보이게 된다.

이경성 연출가는 "'세일러문' 같은 B급 문화에 공유하는 부분도 있었고 역사관에서는 대립되는 부분이 많았다"면서 "쇼케이스를 통해 그 동안의 과정을 다시 공유하는 기회가 마련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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