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창간 10주년’으로 가는 길을 알려준 제9회 서울문화투데이 문화대상
[현장에서] ‘창간 10주년’으로 가는 길을 알려준 제9회 서울문화투데이 문화대상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8.01.23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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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은 늘 즐겁다. 상을 받는 이도 즐거워하고 상을 주는 이도 즐거워한다. 사회를 보는 이도 즐거워하고 축하를 하러 온 이들도 박수를 치며 기뻐한다. 하지만 그 기쁨 뒤에는 반드시 숙제가 남는다. 내년 시상식이 더 즐거워지려면 앞으로 1년을 어떻게 만들어야할지를 생각하고 그렇게 만들어야한다.

지난 19일 열린 제9회 서울문화투데이 문화대상 시상식은 각계각층의 문화인사들이 한 자리에 모인 축제였다. 하지만 역시 이 축제가 마무리되면서 숙제는 시작됐다. 창간 10주년, 서울문화투데이가 어떤 역할을 해야하고 어떤 문화매체로 독자들에게 인정받게 될 것인가? 앞으로 문화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 시점에서 서울문화투데이가 가야할 길은 무엇인가라는 숙제를 시상식은 던졌다.

▲ 특별대상을 수상한 후 포즈를 취하는 김병기 화백

가장 시상식에서 주목됐던 것은 '영원한 현역' 김병기 화백의 특별대상 수상이었다. 102세라는 연세가 무색하게 김병기 화백은 정정한 모습으로 무대에 올랐고 많은 참석자들이 그에게 존경의 표시를 했다.

'이제는 그림으로 보여주고 싶다'면서 작품 활동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었던 김 화백은 '황홀함의 약함'을 이야기했다. '약한 것이 좋은 것이고 큰 것이다. 사람도 약할 때 더 강하다' 그의 짧은 가르침이었다.

수상자들은 '격려'와 '책임'을 이야기했다. 판소리계를 위해 책임감을 갖고 노력하겠다는 유수정 명창, 한국창작발레를 꾸준히 만들라는 격려로 받아들이겠다는 문병남 대표,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로 피곤한 순간에 기를 불어넣었다"는 최광일 대표, 결성 20주년을 지나 '젊은 20년'을 살라는 의미를 부여한 공명, 힘들고 지칠 때마다 '젊은 예술가상' 상패를 보며 마음을 다잡겠다는 권령은 무용가 모두 이 상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또 힘을 얻고 있었다.

▲ 수상 소감을 말하는 조문호 사진가 

상받는 것을 오히려 싫어했다는 조문호 사진가. 상을 타면 자만에 빠지고, 자신이 하고 있는 쪽방촌 사진 작업도 '상 받으려고 하는 것'이라는 질시를 받아야하고, 본지에 글을 실은 필진이기에 '짜고치는 상'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는 그의 한 마디는 묵직했다.

상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상을 받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펼치기 위해 활동을 하겠다는 예술가의 신념이 함축되어 담겨진 수상 소감이 시상식을 빛냈다.

어느덧 창간 10주년을 맞는다. 4차 산업 혁명이 다가오고 문화가 중추적 역할을 하게 된다고 한다. 그렇기에 참석자들은 그 중심에 서울문화투데이가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했고 많은 이들이 성원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일랑 이종상 선생의 이 표현은 이번 시상식의 모든 것을 함축했다는 생각이 든다.

"어리석다는 생각이 어른스런 모습으로, 무모하다는 생각이 무한대의 가능성으로 발전했다. 서울문화투데이에 힘을 모아줘야 숨어있는 인재들을 더 발굴할 수 있을 것이다".

▲ 이애주 교수(왼쪽)가 문병남 대표에게 문화대상을 시상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시상식을 마친 뒤 큰 행사를 마쳤다는 뿌듯함보다 뭔가 큰 숙제를 떠안은 듯한 느낌이 더 들었던 것이. 지나간 시간, 문화전문매체를 만드는 것을 ‘어리석은 짓’, ‘무모한 짓’으로 여기던 시간을 묵묵히 견뎌내며 10년의 시간을 버텨온 서울문화투데이가 이제 새롭게 달라진 모습으로 문화의 중심이 되어야한다는 일종의 ‘의무감’을 이날 시상식에 참석한 모든 이들이 줬다는 생각이 든다.

102세의 예술가부터 이제 막 예술에 발을 들여놓은 신예 예술가, 혹은 예술가 지망생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 실력은 있지만 인정을 받지 못하는 예술가들이 부담없이 자신의 작품을 이야기하고 예술 세계를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 젊은 예술가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꿈을 전할 수 있는 자리, 세대를 초월해, 순수와 대중을 포괄하는, 많은 대중들이 보고 느끼며 문화를 향유하고 문화를 멀리 있는 것이 아닌 ‘내 곁에’ 있는 존재로 느끼게 만드는 자리, 그 자리가 되어야할 곳이 바로 본지 서울문화투데이다.

▲ 시상식을 축하하러 온 인사들

이제 창간 10주년이 된다. 9회 시상식의 영광을 뒤로 하고 이제 신발끈 고쳐매고 다시 시작할 때다. 제9회 시상식은 본지가 가야할 길을 일깨운 소중한 행사였다.

지금 이 순간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 예술인, 꿈을 키우고 있는 젊은 예술인, 그리고 문화의 향기를 느끼고 싶어하는 대중을 위해 서울문화투데이가 달려가야한다는 것을 9회 시상식을 마치며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