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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재일동포 여성수필가 呉文子, 팔순의 삶에서 보는 한반도의 모순과 갈등·부조리
2018년 01월 24일 (수) 14:54:44 권오정(BOA이사장, 류코쿠대 명예교수) sctoday@hanmail.net
   
▲ 권오정 교수

작년 가을 일본의 도쿄 YMCA에서는 한 권의 책을 기념하는 행사가 있었다. 동포사회에서는 널리 알려진 에세이스트 오문자 씨의 팔순의 삶과 그 가족사를 엮은 「기억의 낙조 속에서(記憶の残照のなかで)」(도쿄, 社会評論社)의 출판 축하를 위해 한일 사회의 학계・문화계 인사들 약 100여 명이 참석하여 의미를 더 했다.

재일동포 여성사 연구의 일환으로 오문자 씨를 연구한 도쿄 가쿠게이대학 이수경 교수와 창원 KC 국제 시문학상을 수상한 사가와 아키(佐川亜紀) 시인의 축사, 재일동포 오페라 가수 전월선 씨, 전통예술가 김복실 씨의 판소리 등으로 이어졌고, 멀리서는 남미에서도 참가를 했고, 한국에서는 하정웅 전 수림문화재단 이사장 등이 축하를 했다.

도쿄가쿠게이대 이수경 교수는 오문자 씨의 삶 자체가 우리 한반도 역사의 모순과 갈등을 응축시킨 구조라고 역설하며 다음과 같이 소개를 했다.

[1919년 3.1 운동의 도화선이 된 재일동포 유학생들의 2.8 독립선언 운동의 터를 제공했던 도쿄 YMCA가 그로부터 99년이 지난 2017년, 한반도와 일본 사이에서 요동치던 근대사의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 버텨온 재일동포 수필가와 그 가족의 삶을 기록한 출판회를 기억하는 의미 있는 행사를 가진 셈.

재일동포 여성 문학동인지 『봉선화』를 이끌었고, 도쿄 초휴시의 이문화 교류모임을 오랫동안 이끌어 오고 있는 오문자 씨 개인의 활동도 괄목할 만 하지만 그 가족사 즉, 1971년에 광개토왕 비문을 일본의 제국주의 합리화 때문에 일본 군부가 변조시켰다고 폭탄선언을 했던 사학자 고 이진희 교수의 아내이라는 점이다. 1959년의 귀국 운동 지지 후 지상의 낙원이 아닌 북한의 현실을 폭로했던 오귀성 씨의 맏딸이었기에 겪어야 했던 이념과 분단과 갈등과 부조리, 그리고 가족의 아픔 등을 우리 사회에 소개하는 것도 의미 있는 역사의 이해 작업이 될 것이다.]

   
▲ 오문자 씨와 발간된 책

필자는 그녀의 삶 자체가 큰 역사의 틀 속에 각인된 소중한 동포의 기억이기도 하여 우선 일본어로 The Fact Japan에 서평을 발표했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무력하여 떠나보내야 했던 디아스포라 역사의 중요한 증인이기도 한 재일동포 2세 오문자 씨의 팔순의 삶과 그 가족 이야기를 펴낸 이 책이 가진 의미를 우리 사회와 공유하기 위해 번역 가필하여 소개하는 바이다.

「기억의 낙조 속에서」(서평)

오랫동안 재일 여성 문학 동인지 『봉선화』를 주재하고, 재일동포 ‘어머니’들의 신세타령을 엮은 작품들을 기록하여 재일 여성들의 삶의 모습을 널리 알리는 일에 애써온 오문자 씨. 그녀의 “재일코리안”으로서의 80년의 자취를 모은 『기억의 낙조 속에서』가 항간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재일동포의 역사는 물론, 오문자 씨의 유연하면서도 굽힐 줄 모르는 강인함, 한반도와 일본을 잇는 깊은 애정 등이 어우러진 내용들이 읽는 이를 놓아주지 않는다.

   
▲ 판소리 공연하는 김복실

1. 거대한 기억들

오문자 씨는 이 책의 서장에서 “이제부터 써가는 나의 반생(의 기억)은… 나의 가족사이기도 하고…”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 보이는 “나”도 “나의 가족”도 너무나 커서 놀랍다.

무엇보다 “나”와 “나의 가족”을 통해서 보이는 시대가 엄청나다. 식민지 시대, 세계대전의 시대, 그리고, 한반도의 분단과 전쟁의 시대, 재일 코리안 사회의 분열과 갈등의 시대, …이런 시대들을 껴안는 동서 냉전 체제 시대 속을 “나”와 ”나의 가족”이 당당히 살아온 것이다.

식민지하의 부조리, 전쟁의 공포와 비인도성, 민족의 분열에 의한 이데올로기와 정체성과 진실의 얽힘, 동서대립이라는 해일과 같은 흉폭한 폭력에 좌우되는 “나”와 “나의 가족”이 있었다. 그러나 “나”와 “나의 가족”은 가볍게 흔들리고만 있지는 않았다. 부조리와 싸웠고, 복잡하게 얽혀가는 이데올로기와 진실의 조화를 찾았으며, 강대한 물리적 힘에 맞서는 에너지를 창출해간 것이다.

“나”와 “나의 가족”은 어떻게 그렇게도 엄청난 시대를 당당히 살아올 수 있었을까? 『기억의 낙조…』를 읽어가면 그에 대한 답이 저절로 찾아진다. “나”와 “나의 가족”은 첫째, 살아가야 할 길의 방향을 분명히 했고, 그 길이 잘못된 것이라고 깨달았을 때, 가차 없이 수정하는 유연성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와 “나의 가족”은 집단으로부터 해방되어 “개인”으로서의 자유와 무한의 가능성을 추구해 간다.

 

   
▲ 권오정 교수와 오문자 수필가. Korea 연구실(BOA)창설 행사를 마친 후 기념촬영.

2. 따뜻하고 다양한 기억의 구성

『기억의 낙조…』는, 서장 “기억의 낙조 속에서”부터, 제1장 “가족의 그 날, 그때”, 제2장 “재일동포 여성들의 마음, 바람”, 제 3장 “다리”, 제4장 “혼을 깨우는 소리, 춤” 제5장 “만남, 교류, 공명”, 제6장 “보고, 듣고, 느끼고”, 제7장 “석별의 말씀”, 제8장 “서로 의지하며”까지아홉개의 장으로 구성되어있다.

책 뒤편에는 미우라 코타로(三浦小太郎)씨의 기고문 「낙원의 꿈 깨어지고」 북한 귀국사업을 최초로 고발한 세키키세이(関貴星)가 실려 있다.

언뜻 보면 따뜻한 일상생활 내용이 중심이 되어 있는 것 같지만, “나”의 삶의 내용이 너무 다양하고, 삶의 차원과 장이 너무 두텁고 넓어 한 여성의 삶과 역사를 읽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다양하고 두텁고 넓은 “나”의 삶에서 “보편”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제1장에 “부여 백마강에서”라는 기행문이 들어있다. 부여에서 태어난 이 서평의 필자는, 오문자 씨가 부여에서 무엇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고, 무엇을 느꼈는지 무척 궁금했다. 그래서 우선 이 기행문을 읽기로 했다. 처음에는, 친구들(순추와 군자)과 한국을 여행하다 부여에도 들러보았다는 그저 그런 이야기가 쓰여있으려니 했지만 읽기 시작하여 곧 “나”로부터 “보편”으로 통하는 깊은 기억이 중량감을 갖고 실려있음을 알게 되었다. 아버지(関貴星), 남편(李進熙)과 함께, 김달수(金達壽), 서채원(徐彩源), 정소문(鄭詔文)씨 등이 등장하여, 그들의 ‘절개’와 삼천궁녀의 ‘절개’가 겹쳐져 “나”의 기억의 무게를 더하고 있는 것이다.

“… 궁녀들의 절개와 현대의 절개, 절개란 이렇게도 무겁고, 그리고 허무한 것인가…”“나”와 “나의 가족”, 그리고 그 주변 어른들을 가장 무겁게 억누르고 있었던 게 절개였었는지 모른다. 그 절개는 자신들의 지성, 자유의지, 신념, 철학과 미학에 바탕하여 스스로 만들어 길러온 것임에 틀림없다. 체제 유용성 때문에 교화되는 충성심이나 애국심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그렇기에 쉽사리 버릴 수도 굽힐 수도 없었고, 결과적으로 조국을 조국을 방문하는 일조차 마음대로 안 되는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의 기억을, 멸망하는 왕조에 대한 절개를 안고 지는 꽃처럼 백마강에 몸을 던진 삼천궁녀에 오버랩시킴으로써 “나”의 기억은 “보편”이 된다.

   
▲ 출판기념회 참석자 일부의 단체 사진

3. 삶 가운데 저항과 창조

“나”의 삶은 그대로 한일 양국의 문화 체험, 학습이었고, 동시에 양국 문화의 교류였다. 판소리, 사물놀이부터 현대 음악까지, 그리고, 최근의 한류와 같은 대중문화와 영화의 세계가 『기억의 낙조…』 속에 펼쳐지고 있다.

산다는 것, 문화는 당연히 사회 제도와 연결되고, 거기서 문제나 모순도 보일 수밖에 없다. 유교사회의 가부장제, 호주제의 모순, 젠더 문제,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이, 커다랗게 같은 시대와 공간을 살아온 “나”의 기억 속에 재현되고 있다. 또, 문화적, 사회적 문제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하여 전개된 운동 속에 있었던 “나”의 기억도 적혀있다.

‘나”와 “나의 가족”은 문화적, 사회적 혹은 정치적 문제와 모순에 맞서는 운동의 선봉에 서있었다.『계간 삼천리(季刊三千里)』, 『계간 청구(季刊青丘)』, 그리고,『봉선화(鳳仙花)』, 『땅에서 배를 젓고(地に舟をこげ)』와 관련된 사실-기억들을 더듬어 가면, 거기에서 재일코리안의 꿈, 바람, 문화적・사회적 공헌, 한국인・일본인과의 교류, 재일코리안 여성들의 삶의 모습이 보인다.

“나”는 재일코리안 여성으로서 남북한 및 일본과 연계되는 80년을 살아왔다. 갈등,

도전, 운동, 저항… 을 되풀이했던 기억들이 결국 조화와 공생의 기억 속에서 정리돼 어간다. 한국-조선 사람이면서 한국-조선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이상스러움, 같은 지역사회에 사는 일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길’을 찾는 절묘한 삶의 기억이 이 책을 읽는 이를 풍요롭게 한다. 집단의 껍질을 깨고 한 개인이 된 “나”의 인간으로서의 풍요로움이 ‘더불어 사는 삶’을 통하여, 새로이 창조되는 “나”의 세계에서 또다시 불어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여, “나”의 80년은 100년, 800년 이어가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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