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 들여다보는 도시조명 이야기] 미디어파사드와 예술성
[문화로 들여다보는 도시조명 이야기] 미디어파사드와 예술성
  • 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 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 승인 2018.01.25 14:5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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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 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KTX 서울역에 내리면 처음 마주치는 것이 서울스퀘어의 거대한 미디어파사드이다. 누런색 거대한 직사각 건물에 대우마크가 붙었을 때부터 ‘참 볼품없는 무성의한 건축이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내부를 사용할 때는 효율적일지 몰라도 도시 경관적으로 특히 지방에서 서울로 들어오는 관문을 마주하기엔 아무런 감동을 주지 못하는 건물임에는 틀림이 없다. 

2009년경으로 기억하는데 그 건물 전면 전체에 미디어파사드를 설치한다며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다. 당시에는 미디어파사드가 그렇게 거대하게 설치되는 것은 거의 처음이어서 상상이 가질 않았다. 외국에서도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그 크기가 어마어마했을 뿐 아니라 위에서 언급했듯이 그 건물이 그곳에 있는 한 서울로 들어와 처음 맞는 인상이 될텐데 신중하게 의사결정이 이루어져야할 것 같다는 비겁한 의견을 주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여러 자문의원, 시민들이 찬성과 반대의 이유있는 의견을 주었을텐데 결국 설치가 되었던 가장 큰 이유는 서울야경의 볼거리를 창출하자는 것이었으리라 생각한다.
 
당시 ‘고품격 디자인 도시 서울’을 외치며 디자인서울총괄본부를 두고 디자인분야 교수가 부시장급 본부장의 책임을 맡았던 시기였으니 서울의 시각적 이미지 변신을 위한 대대적인 공공디자인 사업들이 실현될 때이기도 하다. 

서울역을 나서며 마주대한 줄리언 오피의 ‘걷는 사람들’은 감동이었다. 우선 크기에서 압도당하고 그 움직임이나 색, 주제 표출되는 모든 것이 서울의 명소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었다. (개인적으로) 흉물이라 여겨왔던 그 커다란 면이 이렇게 훌륭한 미디어 캔버스가 될 줄이야.

 그 때 당시에는 가끔 보여주는 미디어 쇼를 보기 위해 시간 맞추어 기차를 타고 내리기 계획까지 했었다. 지금 보면 led 기술이나 컨트롤 방식 그리고 취부방식이 세련되지 못하고 투박한 감이 없지 않지만 그 때는 최선을 다한 것이리라 믿는다. 

밋밋한 서울스퀘어 건물이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며 한동안 미디어 파사드에 대한 관심이 대단했었다. 서울시에서 마구잡이로 생겨나는 크고 작은 미디어파사드를 지침과 심의로 거르지 않았더라면 지금 서울이 어떤 모습이 되었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서울에서 미디어 파사드를 설치하기 위하여는 우선적으로 설치허용구역인지를 살펴야 한다. 북촌이나 서촌, 인사동등 역사특성보전지구 및 문화재 보호구역은 절대금지지역이나 이미 상권이 형성되어 경관조명이 활성화된 지역은 예외적으로 허용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설치가 가능한 지역은 조명환경관리구역 상 4종에 속하며 25m 이상의 도로에 면하여야하는데 명동이나 북창동,동대문 패션타운,잠실등 관광특구는 대로가 면하지 않더라도 설치가 가능하다.

미디어파사드 설치에 있어서 흔히 간과하는 부분은 어떤 컨텐츠를 송출할 것인가에 대한 계획이다. 미디어 파사드만 설치하면 어떤 내용이던 송출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미디어파사드 심의를 해보면 조명설비나 휘도, 색상, 속도, 점멸등의 문제는 거의 없다. 반려되는 가장 큰 이유는 운영계획 부분이다. 

어떤 컨텐츠를 몇분동안, 몇분 간격으로 송출할 것인지, 관리주체는 누구인지, 운영에 대한 예산은 어떻게 편성되어 있는지에 대한 계획 없이 설치된 미디어 파사드가 도시 경관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판단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컨텐츠에 있어서 자사광고, 공익광고를 꿈꾸는 사례도 많다. 안타깝지만 절대 불가하다. 광고를 송출하게 되면 디지털 광고판이라 불리며 다른법을 적용받는다. 당연히 관리, 심의 주체가 달라진다. 미디어파사드는 예술성이 있어야하고 그 주제가 공공성에 부합하여야한다.

저명한 예술가의 작품이라도 혐오스러운 내용이나 표현을 담은 작품은 송출하가 어렵다. 미디어 파사드 면의 크기 해상도에 따라 별도의 컨텐츠 제작이 필요하기 때문에 하나의 컨텐츠를 여기저기에 사용하기 어렵다. 따라서 콘텐츠 제작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어갈 수 있다. 

서울스퀘어가 다시 가동되면서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다. 서울의 명소, 미디어캔버스에 최근 표출되는 미디어 아트는 학생 작품수준이다. 워낙 여러 개의 작품들이 송출되고 있어 다 본 것은 아니지만 - 다보고 싶지 않을 만큼의 수준인 탓도 있다- 줄리언 오피의 ‘걷는 사람들’ 정도는 아닐지라도 활발히 활동하는 국내 미디어 아티스트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게 되기를 조명전문가가 아닌 서울시민의 한사람으로서의 바라본다. 

지난 1월18일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이 개장됐다. 세계적인 공항으로 도약하기 위해 제2여객터미널에서 내세운 전략은 Art-port. 예술작품을 통한 다양한 시각적 경험이 인천공항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데에 도움을 줄 것이다.

도시에서 미디어파사드가 해야 할 역할이 바로 이런 것이다. 감동을 주는 강력한 메시지, 그러기 위하여 예술성과 지속 가능성이 필수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