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계석의 비평의 窓] 공무원 조직, 이번엔 ‘현장 중심’ 구현할 수 있을까?
[탁계석의 비평의 窓] 공무원 조직, 이번엔 ‘현장 중심’ 구현할 수 있을까?
  • 탁계석 비평가
  • 승인 2018.02.07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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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도 분야별 브레인 스토밍 상설화 필요
▲ 탁계석 비평가

행정안전부(장관: 김부겸)가 낡은 관행을 혁신해 신뢰받는 정부로 거듭나기 위한 정부혁신에 칼을 뽑았다. 혁신의 주체인 공무원들이 변화하지 않고서는 ‘적폐 청산’이 완성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국민을 바라보면서 일하자’는 막연한 구호를 외치거나 보고회의나 탁상행정이 아닌 協業(협업)과 소통으로 현장중심에서 정책 대안을 뽑아내자는 것. 그래야 형식을 넘어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난 달 열린 첫 번째 장차관 워크숍(연수회)에서 ‘모든 정책은 국민관점에서 추진되어야 하며, 복지부동 등 부정적 수식어가 더 이상 따라붙지 않도록 공무원이 혁신의 주체가 되어 과감하게 정부혁신을 추진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사실 현장 사람들 입장에선 ‘현장 중심’이란 게 정권 들어설 때마다 한 번도 나오지 않은 적이 없다고 말한다. 그토록 ‘현장 중심’을 외쳤지만 스프링처럼 어느새 다시 돌아가 정권 말기가 되면 번번히 관료의 완봉승으로 끝났다.

그도그럴 것이 수십 년 아니 수백년을 반복해온 官尊民卑(관존민비)의 뿌리 깊은 체질이 하루아침에 바뀌기를 기대하긴 어렵겠지만 이번엔 ‘늑대 소년’이 되지 않으려면 몇 가지 확실한 것의 변화는 끌어내야 할 것 같다.

심보균 행정안전부 차관이 “공무원의 일하는 방법을 바꾸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정부혁신의 시작”이라며, “백만 공무원의 1분 1초가 국민을 위해 바뀌는 그런 업무혁신이 되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여기에는 추진하면서 구체적 일처리 과정이 계속 발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데이터 분석과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업무를 효율화 할 것이라고 하니 빅데이터 활용 등의 새로운 행정 문법이 창안될 것으로 믿어진다.

아울러 혁신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적극적인 점검과 지원도 해 나갈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그동안은 아무리 외치고 소통을 하려해도 泰山(태산)처럼 버티고 모르쇠로 일관한 행정의 무소불위 권한, 권력을 어떻게 내려놓고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을 것인가가 관건이다. 그동안 현장 애로를 전하는 '신문고' 도 문제를 일으킨 해당 업무부서로 되돌아가 민원인을 허탈하게 하지 않았던가.

지금의 ‘국민청원’역시 20만이란 엄청난 수에만 의존하고 있어 예술, 문화의 전문성 문제들을 여전히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가에 궁금증이 남는다. 공직의 일하는 방법 개선이 단연코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인식이나 딱딱하고 고압적인 자세 변화도 가져올 수 있도록  모색되었으면 한다.

지자체 마다 논바닥 한가운데 만들어진 지역 관광의 시설물들에 낭비되는 혈세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지 않는가. 지역민들이 반대해도 기어코 해내는 土豪(토호) 세력의 막강한 힘은 자치단체장의 권한을 훨씬 뛰어 넘는다. 따라서 열거할수 조차없는 많은 오류와 왜곡을 바로 잡고, 현장 경험들이 녹아들 수 있으려면 실적주의, 성과주의의 계량 잣대도 바꿔야 할 것 같다.

문화계도 자성하고 토론 늘려 바른 정책으로 가야

문화계 입장에선 관주도의 문화가 예술의 속성과 달라. 갈등을 일으키고 완성도에 걸림돌이 되는 현상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예술가들이 해외에서는 1등이지만 국내 환경에 오면 생존조차 힘겨운 척박함이 심화되고 있다.

각 분야마다 ‘현장 백서’를 발간해 사례별 분석으로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아울러 각종 비리채용이 만연한 공모 등의 채용 방식도 보다 투명하고 객관적인 것이 요구된다. 지자체마다 있는 예술단체 조례 역시 불합리한 것이 많고 노조의 강압, 임용권자 권한 남용으로 내홍을 겪으면서 그 기능이 점점 초라해져가고 있다.

한 예로 제주도립합창단의 경우 지휘자 임용에 공무원의 명백한 잘못에 배상 판결이 내려졌음에도 끝가지 물고 늘어지면서 시민 혈세를 써는 막가파식 행정이 상존하고 있다면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이처럼 현장에서 발견되는 수많은 문제들이 어떻게 합리적이고 원활한 소통으로 될 수 있을까에 대해 공조직이 甲(갑)이 아닌 乙(을)의 겸허한 입장이 되어 귀담아 듣고 애정 어린 해법을 찾아 나섰으면 한다. 그 좋을 결실이 본인은 물론 국가에도 보탬이 된다.

이참에 예술 내부도 혼돈을 일으키지 않도록 브레인스토밍(brain storming) 기능을 높여야 겠다.당장은 잃어버린 10년의 세월을 보내고도 국립오페라단장 선임에 현장과 소통이 안되는 문제부터 해결되었으면 한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 국정농단으로 한없이 망가진 정책 붕괴에 문화예술계가 심기일전해야 할 것 같다. 더 이상 눈가림의 면피성 정책으로 失機(실기)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 이번 공무원 혁신의 해답일 것이다.

정부가 민간 혁신기업· 학계 등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고 각 부처마다 자문 상담과 우수 시례의 확산, 실행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하니 문화계도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성폭력에 봇물 터진 #Me too~ 운동처럼 문화혁명이 이뤄졌으면 한다.

공직 사회가 규제나 강요가 아닌 자발성으로 현장과의 소통에 새 文法(문법)이 필요하다. 그 문법의 탁월함이 꽉막힌 벽을 뚫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 믿는다. 작은 변화가 쌓여서 큰 물줄기가 되도록 정책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탁상에서 협업·현장으로”....이번에는 기필코 꼭 이뤄져야 할 숙제 앞에서 정직한 마음, 바른 자세가 그래서 중요하다. 일은 결국 사람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