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평창동계올림픽과 북한예술단 방한 공연
[특별기고]평창동계올림픽과 북한예술단 방한 공연
  • 박양우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전 문화관광부 차관
  • 승인 2018.02.08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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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우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전 문화관광부 차관

세계인의 스포츠 제전인 평창동계올림픽이 드디어 9일 개막된다. 그동안 겨울 스포츠 불모지나 다름없던 우리나라에서 세 번의 시도 끝에 동계올림픽을 개최하다니 경사 중의 경사다.

올림픽은 단순히 스포츠 행사가 아니다. 그것은 주최국의 문화수준을 세계만방에 선보이는 문화행사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의 목표 중에 문화올림픽을 설정한 것은 지당하면서도 잘한 일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은 유치 과정부터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다른 나라 같으면 두 번 쯤 떨어지면 일찌감치 포기했을 텐데 우리는 세 번이나 도전하는 근성을 보인 끝에 정말 가까스로 행사 유치에 성공했다.

행사 유치 후에도 경기장 설치 등 크고 작은 일들로 인해 공사가 지연되는 등 과연 개막 일정에 맞춰 대회가 열릴 수 있을지 온 국민이 가슴을 졸여야 했다. 더구나 박근혜정부의 국정농단 사태에 체육계마저 연루되면서 한 때 추진동력을 잃은 채 풍전등화의 위기를 겪기도 했다. 그나마 새 정부가 들어서서 비교적 짧은 준비기간에도 불구하고 예정대로 개막하게 된 것은 다행스럽고 자랑스러운 일이다.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지난 10년 동안 단절되었던 남북대화의 물꼬가 트인 것은 남북관계 및 국제외교 측면에서 획기적인 사건이다. 더구나 북한의 핵문제로 인해 반쪽행사로 전락할 뻔한 이번 대회가 북한선수단의 참여로 평화올림픽으로 변모하게 된 것은 참으로 잘된 일이다. 정치권이야 이해관계에 따라 이러쿵저러쿵 말들 많지만 이번 올림픽이 평화롭게 열리게 된 것을 부정하거나 폄하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평창동계올림픽이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열리게 된 것은 국제올림픽위원회와 국제 체육계에도 기쁜 소식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북한과의 단일팀 구성과 관련하여 일부 오해로 인한 잡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번 평화올림픽을 통해 세계 속에 우리의 국력을 자랑스럽게 보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무엇보다도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북한예술단이 방한하여 공연하게 된 것은 매우 뜻 깊은 일이다. 앞에서 올림픽은 스포츠행사일 뿐만 아니라 문화행사이기도 하다고 했다. 문화가 정치와 완전히 별개로 작동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와 관계성이 적은 문화행사를 통해 서로의 연결통로를 마련하는 것은 평화통일을 위한 가장 기초적인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외교국방 문제는 워낙 첨예한 입장 차이로 인해 쉽게 진전되기 어려운 점이 있다. 그러나 지난 70여 년 동안 변색되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동일한 역사와 언어, 곧 문화를 공유한 동족끼리의 문화교류는 상대적으로 진행이 수월한 편이다. 그래서 남북관계가 어려울 때일수록 체육을 포함한 문화교류는 지속되어야 한다.

이번에 북한은 140여명으로 구성된 삼지연관현악단을 파견하여 강릉아트센터와 서울 국립극장에서 두 차례의 공연을 선보인다. 본격적인 문화교류라기 보다는 상징적인 맛보기 수준의 교류라고 할 수 있다. 남북 양국은 정치성이 없는 공연작품을 선정하느라 애썼다고 한다.

문화예술 분야까지 이런저런 고민들을 하는 것이 안타깝지만 모처럼 재개된 문화교류인지라 서로를 배려하는 노력을 한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이 끝나면 잠시 잠복했던 북핵문제가 다시 부상하면서 한반도는 다시 긴장 분위기로 돌아갈지 모른다.

남북대화와 문화교류는 한 쪽만의 노력으로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그러기에 어려운 정치상황 속에서도 남북대화와 교류를 추진하는 한국 정부의 진심어린 선의에 이제 북한이 조건 없이 호응할 때라고 생각한다. 북한당국이 특별히 남북 문화교류에 더욱 열린 마음으로 적극성을 보여주면 좋겠다.

이번 북한예술단 방한 공연이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인 행사로 발전하며, 향후 남북문화교류와 궁극적으로는 남북통일의 초석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