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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수의 무용평론] ‘처용’- 참신하고 획기적인 창작발레
2018년 02월 08일 (목) 17:37:41 이근수 경희대 명예교수/무용평론가 sctoday@hanmail.net
   
▲이근수 경희대 명예교수/무용평론가

한국무용협회와 한국현대무용협회, 유네스코국제무용협회 등은 서울무용제와 모다페(MODAFE), SIDance 등 굵직한 무용페스티벌을 매년 개최한다. 이들 단체들이 자체 제작한 창작품을 공연무대에 올리는 것을 본 적은 없다.

한국발레협회(도정임)가 창작발레 ‘처용’을 제작하여 서울과 강릉 무대에 올린 것은 그래서 더욱 획기적이다. 서울 초연(2017,11.24~25, 해오름극장)을 놓친 나는 강릉 재공연(2018,1,12,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을 보았다.

무대 뒤 벽면에 커다란 보름달이 떠있다. 구름에 가려 어슴푸레 푸른빛을 띠다가 흰 색의 밝은 달로 지상의 축제를 비추거나 분홍빛을 띠면서 로맨틱한 정경을 자아낸다. 역신들이 준동할 때 달은 핏빛으로 변하기도 한다. 무대 중앙에서 갈라져 좌우로 비스듬한 경사를 만들며 위태롭게 세워진 언덕의 벽면엔 다양한 무늬들이 그려진다.

의상은 역할에 따라 색깔이 달라진다. 역신은 붉은 색, 처용은 유황색, 무녀들은 옅은 먹색이고 순결을 상징하는 신랑 신부의 듀엣은 흰색이다. 이유숙은 무대장치와 의상디자인을 통해 고전적인 처용의 의미를 현대와 연결시키는데 성공하고 있다. 나실인은 처용을 위해 직접 작곡한 음악을 연주할 프라임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면서 장면이 전환되는 고비마다 음악적 효과를 잘 살려냈다.

춤이 많은 것은 이 작품의 백미다. 가인(김영경)의 솔로에 이은 처용(김현웅)과 가인의 2인무, 역신(윤전일)과 가인의 2인무에 이은 처용•가인•역신의 3인무와 이들 춤의 연결고리마다 역동적인 군무가 빛을 발한다. 박혜선을 앞세운 무녀들의 춤과 윤전일이 이끄는 역신들의 춤, 달빛아래 추어지는 마을축제의 춤, 역신들과 대결하는 벽사 춤 등이 숨 가쁘게 무대를 장식한다.

국립발레단 상임안무가였던 문병남이 안무와 연출을 맡았다.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30명이 넘는 출연자들을 조련하고 공연요소들을 종합하며 80분의 대작을 완성했다. 김현웅과 윤전일, 박상철(헌강왕)은 국립발레단 전직 주역들이고 박혜선은 유니버설발레단원이다.

가인 역을 맡은 김영경과 군무진은 국민대와 성신여대, 한성대 재학생들이다. 특히 2학년생인 김영경은 처용의 연인과 신부로서의 로맨틱한 춤과 윤전일과의 베드신에서 보여준 에로틱함, 그리고 정절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한 회한의 춤 등 복합적인 역할을 능숙하게 소화해냄으로써 신예 발레리나로서의 깊은 인상을 남겨주었다.

김현웅은 가인을 머리 위로 서너 차례 들어 올리는 출중한 힘과 함께 남자주역으로서의 카리스마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동아무용콩쿠르출신으로 바가노바 국제무용콩쿠르 최우수 2인무 상을 받은 윤전일 역시 정영두의 ‘푸가’(2015)에서 보여준 이름값을 톡톡히 한 무대였다.

처용설화는 지극히 단순하다. 밤늦게 돌아와 역신과 아내가 함께 누워있는 것을 발견한 처용이 노래를 부르며 발길을 돌리고 그들을 용서했다는 것이다. 그 때 부른 노래인 처용가가 스토리의 전부다. 문병남은 이러한 단순함에 정절을 지키지 못한 가책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가인의 스토리를 추가하고 역신을 용서하는 대신 정면대결을 통해 그를 굴복시키는 내용으로 원전을 대체했다.

기승전결이 명확한 드라마틱한 대본은 풍부한 춤과의 만남을 통해 시종일관 긴장감 넘치는 무대를 보여주었다. 공연의 전편을 통해 풍부한 춤의 조합, 음악과 의상 미술 등 공연요소의 완벽한 궁합, 김현웅, 윤전일 등 베테랑 발레리노와 신예 발레리나 김영경과의  절묘한 파트너링은 1985년 고 임성남 선생이 국립발레단에서 처음 시도했던 무용극 처용을 현대적 드라마발레로서 탄생시킨 요인들일 것이다.

시대적 배경으로 볼 때 처용은 김선미가 ‘천’(千, 2014)에서 그려낸 ‘쿠쉬나메’의 설화와도 맥이 닿을 수 있다. 춘향과 심청 이후 창작발레기근에 허덕이는 국내 발레 계에 참신한 소재발굴로서도 의미를 갖는다.

한국발레협회가 임성남 선생 서거 15주기 추모 작으로 제작하고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성공을 기원하면서 4주 전에 개관한 강릉아트센터의 새 무대에 올린 처용은 우리나라 발레가 달성한 최근의 가장 뛰어난 창작발레라고 평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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