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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들여다보는 도시조명 이야기] 댄 플라빈 작품을 통해 본 조명예술, 라이트 아트
2018년 02월 10일 (토) 15:41:54 백지혜 스튜디오라인 대표/ sctoday@hanmail.net
   
▲백지혜 스튜디오라인 대표/

지난 1월28일 말 많았던 롯데타워 7층에 드디어 ‘롯데 뮤지엄 오브 아트’를 오픈했다. 개관전시로 댄 플라빈(Dan Flavin)이라는 라이트 아티스트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라이트 아트 작품 전시를 보는 일은 꽤 드문일이다. 2016년 말 리움에서 올라퍼 엘리아슨 (Olafur Eliasson)전시를 본 이후 처음이 아닌가 싶다.

댄 플래빈은 제임스터렐 James Turrell과 함께 최고의 조명예술가라고 할 수 있다. 제임스테렐은 강원도 원주 뮤지엄 산 SAN 에 별도 건물로 영구 전시관이 생겨 약간의 시간을 투자하면 쉽게 즐길 수 있는 반면 댄 플래빈의 전시는 - 특히 이번처럼 많은 작품이 온 - 앞으로도 쉽지 않을 듯하다.

내가 댄 플래빈 작가를 처음 접한 건 1999년 조명을 공부하러 뉴욕에 갔을 때 첼시의 허름한 전시공간에서였다. 지금은 하이라인파크(Highline Park)나 미트 패킹 디스트릭트(Meat Packing District) 등 성공적인 도시재생 사례로 자주 매체에 오르내리는 맨해튼 서부 첼시지역-그 때는 창고밖에 없었던 우중충한 지역이었다 - 을 돌아다니던 중 묘한 색의 빛이 새어나오는 건물을 발견하고는 들어갔다.

전시공간이라고 써져 있었고 작가의 이름은 댄 플래빈, 그런데 작품이 없다. 관계자에게 물었더니 옆문을 가리키며 문을 열고 계단실로 가라했다. 벽의 페인트가 벗겨지고 바닥타일이 깨진 계단실은 조명을 꽤 감각있게 해놓았을 뿐 어디에도 작가의 작품은 찾을 수가 없었다.

인상적이었던 것이 주차장이나 창고에 쓰는 일반 형광등에 색을 넣어 계단참 벽 구석에 수직으로 배치했을 뿐인데 수직으로는 통해있는 계단실이 층별 분절되어 있는 듯이 보였다. 지루한 계단오르기가 즐거워졌을 것은 물론이고 외부에서 보여지는 모습도 꽤 흥미로웠던 기억이 있다. 계단실 조명이라고 생각했던 그것이 작품이었던 것이다.

라이트 아티스트 댄 플래빈은 뉴욕외곽 디아 비컨(Dia Beacon) 미술관에서 그의 작품을 접하기 전까지 산업재 형광등을 통하여 예술 속에 담긴 깊이를 조롱하는 미니멀리즘 작가로만 알고 있어서 조명디자이너들이 왜 그를 그리 높게 평가하는지 의아했다. 책을 통해서 접한 형광등의 이차원적인 배열이 주는 감흥은 현대미술이 그러하듯이 작가의 숨겨진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 자기유희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라이트 아트 - 아직까지도 나는 이 단어의 의미가 모호하다- 에 대한 정의는 대단히 포괄적이어서 빛 혹은 조명을 이용한 모든 예술을 그렇게 부르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만약 나에게 그 의미를 정할 권리를 준다면 빛에 의해 공간이 재정의되는 현상을 우리가 시각적으로 경험할 때 그리고 그 경험이 하나의 경이로운 감정을 우리 내부에 만들어 낼 수 있을 때 그것을 라이트 아트라고 정의하고 싶다

나의 기준에서 올라퍼 엘리아슨은 라이트 아티스트라기 보다는 키네틱 아티스트이고 제임스 터렐은 라이트 아티스트라고 할 수 있겠다.

디아 비컨에서 내 눈으로 경험한 그의 작품은 형광등이라는 매체가 아닌 작품이 설치된 공간에 대한 재정의, 내가 본 것에 대한 의심, 댄 플래빈이 그의 작품에서 예술의 심오함을 걷어내고 현상을 통한 감각과 의식을 일깨워 그 경험을 확장시키려고 했던 의도대로 나는 이론으로만 알고 있었던 시지각에 대한 허구, 뇌에 의한 재구성에 대한 경험을 하였다.

롯데뮤지엄의 전시가 시작된 지 얼마 안되었는데 이미 여러 명이 보았나보다. ‘충격적인 전시’라는 평과 ‘1분이면 다 봅니다’ 라는 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느낌들을 적어 놓은 것을 보며 그의 작품을 계단실의 형광등으로 접했던 이전의 나와 지금의 나를 발견한다. 하지만 댄 플래빈의 전시는 너무 많은 생각을 하며 보지 않아도 좋다. 보여지는 경험을 즐기고 조금 감동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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