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는 문화재] 문화재 보존에 있어서 뺄 수 없는 ‘원형’ … 그리고, 보존과학의 미래
[다시 보는 문화재] 문화재 보존에 있어서 뺄 수 없는 ‘원형’ … 그리고, 보존과학의 미래
  • 박희진 객원기자 /한서대 전통문화연구소 선임 연구원
  • 승인 2018.02.10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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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진 객원기자 /한서대 전통문화연구소 선임 연구원

전통문화 정책은 두 가지 흐름으로 본다. 오랜 시간을 대변해 우리사회의 기성질서를 유지해온 문화들을 기록하고 보존하는 것이 한 가지의 흐름이고, 또 다른 흐름은 다소 개방적이고 소통이 원활한 문화들을 신문화 속에 재구성해 동시대와 소통하려는 흐름이다.

두 줄기의 흐름이지만 이것이 하나를 이루지 못한다면 전통은 지켜내기 어려운 한계를 드러낸다. 두 줄기의 핵심인 보존성과 대중성, 두 축의 줄기는 매우 포괄적이고 역동적인 우리의 전통문화를 지켜내는 기본이 된다.

우리나라 문화정책은 1980년대부터 기존 전통문화와 문화재의 보존 관리에서 문화예술분야로 확대되면서 ‘문화예술 창작 활성화’가 중요한 이념으로 부각되었다. 여기서 우리는 ‘창작’이란 말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시대를 막론하고 예술은 언제나 새로워진 환경 속에서 ‘원형’은 그 가치를 잃어가고 ‘전형’은 즉흥적으로 변형될 소지를 가지고 있다. 변형이 창작의 수법으로 쓰이는데, 원형을 고수한다는 것은 억지가 될 수 있다.

‘원형’에 소홀함은 여기서도 드러난다. 그 대표적인 예가 무형문화재 제도가 아닌가. 우리가 법제도를 통해 무형문화재를 지정함에 있어 가장 큰 이유는 문화재의 원형을 지켜내기 위함에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무형문화재의 정책은 전통 예술을 왜곡 시킬 소지가 충분한데도 무형문화재법은 새로이 발의되었다. 새로운 법 제도에서는 오히려 전수해야 할 문화재 대상을 예술 활동의 결과물이 아닌 활동의 동인과 창작법이라 하고 있다.

문화재 보존 원칙을 ‘원형유지’에서 ‘전형유지’로 바뀌었다는 점은 아주 중요해 보인다. 특히 문화재 원형에 수리 복원을 명목으로 문화재 범죄가 이뤄진 바 있는 보존과학은 어떠한가. 문화재 원형을 복원하고 보존하려면 그 비용도 만만치 않지만 그 전에 보존 철학, 복원 윤리, 과학과 기술의 확보, 이해 당사자들 간의 이익충돌 등을 고려해야 할 과제가 많다. 보존과학에서 문화재 윤리는 반드시 되짚어야 할 점이지 싶다.

문화재청은 올해 안에 덕수궁 함녕전 앞에 서 있던 광명문을 원래 자리로 옮기는 복원 공사를 진행한다. 덕수궁 안에 돈덕전도 복원 공사가 곧 시작되며 이 외에도 국보급 동종과 보물급 자격루도 구체적인 보존처리 절차에 들어간다. 10년 전 화재 이후 부실 복원 논란을 빚었던 숭례문 단청도 다시 복원될 계획을 밝혔고 덕수궁 중화전에 걸려 있는 대한제국 마지막 ‘일월오악도(日月五嶽圖)’도 보존처리에 들어간다. 

복원 사업은 단순히 전통문화나 문화재를 복원한다는 의미를 넘어 우리 역사에 암흑을 걷어내고 새 시대로 향하려는 동기부여의 기회로 삼는 데서 나아가 문화재 보존에 대한 철학과 원칙을 수립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그것은 문화재의 ‘원형’을 다루기 때문이다.

최근 광화문 현판 복원에 대하여 문제점을 제기한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한 언론사에 보도된 바 있다. 시민단체는 2014년 복원된 광화문 현판 색이 잘못 복원 되었다고 문화재청에 지적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해 여러 건의 근거 자료까지 문화재청에 제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문화재청 측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리고 지난 1월 30일 시민단체가 그 간 문제를 제기해왔던 광화문 현판에 대해서 문화재청은 “현판 색을 검은 바탕에 금박 글자로 되돌리겠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한 문화재청의 보도자료와 기자간담회에서는 ‘문화재청이 검은색 바탕에 금박 글자를 밝혀냈다’고 성과를 밝혔다.  

그간 수면 위에 오른 문화재 보존과 복원 과정의 문화재 범죄는 졸속으로 추진되는 문화재 복원에 있어서 훼손으로 이어진 것만이 다가 아니다. 성과 중심의 문화재 보존도 문제가 된다. 포장할 것을 포장하고 홍보할 것을 홍보해야하지 않은가.

문화재청이 문화재 보존에 있어서도 잘못된 태도로 임하고 있다는 점에 촉을 세워본다. 그 간 고증을 근거하는 시민단체의 목소리를 묵살하고 새로이 제시된 고증을 검토하지도 않고서 고증되지 않은 문화재를 보존과 복원이란 명목아래 수술대에 올린 상황이다.

‘전형’도 좋고 ‘창작’도 좋다. 문화재 침탈과 훼손의 미망에 사로잡혀 무조건적인 복원이나 보존만을 외칠 것이 아니다. 문화재 보존에 대한 철학과 원칙을 수립하고 세밀한 수리복원의 매뉴얼을 마련하며 문화재정책에 가장 기본이 되는 두 줄기의 흐름, 진정성 있게 그 흐름 한 줄기부터 깊이 내려다보자. 고증 없는 보존과학은 문화재 훼손의 지름길이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