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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미투 피해자, 이제는 정부가 나서서 보듬어야
청와대 청원, 권력형 성폭력 방지 기구 설립, 변호비용 지원 등
2018년 02월 21일 (수) 10:16:03 남정숙 문화기획자 press@sctoday.co.kr
   
▲ 남정숙 문화기획자

-범정부 차원에서 미투운동을 지원하고 ‘권력형 성폭력 방지 및 지원기구’ 긴급 설치

-미투사건 해결을 위한 별도의 공식적인 통합기관 설립

-현재의 미투들이 트라우마를 치유 받고 서로 상처를 보듬을 수 있는 기회 제공

-정부차원에서 피해보상을 위한 변호비용을 지원

 

[본 글은 청와대 신문고에 게재된 글입니다.]

청원바로가기 (http://www1.president.go.kr/petitions/143354)

 

안녕하세요

저는 두 번째 미투 남정숙 전 성균관대학교 대우전임교수입니다.

저는 사실 2015년에도 성균관대학교에서 벌어진 권력형 성폭력사건과 기형적이고 조직적인 가해상황을 고발한 바 있습니다. 당시에는 관심을 끌지 못하고 곧 묻혀버렸지만 서지현검사님의 용기 있는 고발 덕분에 저도 다시 용기를 내어 미투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이후로 방송계, 문단, 문화예술계 미투들의 폭로가 이어지면서 그동안 어둠 속에서 가해지던 폭군들의 폭력과 권력지향적이고 기회주의적인 방임자들과 조직적이고 폭력구조가 하나씩 밝혀지고 있습니다.

특히 문화예술분야는 더 처참하고 변태적이라 제가 겪은 일은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던 것처럼 느껴질 만큼 안타까워서 몇 날 며칠 째 괴로운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덜 변태적이라고 가해자들의 죄가 덜한 것은 아닙니다.

서지현검사, 강민주PD, 최영미시인, 김보리배우, 김지현배우 그리고 저를 비롯한 여러 피해자들은 권력자에 의한 성폭력을 고발하기까지 일반인들이 상상하기 힘든 고통과 회유, 협박, 사회적 시선을 마주 대하며 힘든 시간을 오래 견뎌왔습니다.

사회적 관계가 있는데 어느 누군들 얼굴을 내놓고 실명을 밝히고 싶었겠습니까?

우리는 폭력에 희생당하더라도 우리의 아이들과 대한민국의 미래는 그렇게 되지 말아야 하기 때문에 용기를 낸 것입니다.

그러나 미투는 단지 고발하는 용기에 대해서 칭찬받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미투들은 권력형, 조직적 성폭력은 폭행당시 - 폭행과정 - 폭행수습과정 전반에 일정한 패턴이 있다는 것을 일반인들에게 경고해 드리는 것이며, 사회로 진출하는 우리아이들이 더 이상 권력자들의 폭력에 시달려서 자신의 꿈과 인생을 포기하지 않도록 온몸으로 알려드리는 것입니다.

미투를 겪으면서 그동안 구호와 정치만 외연적으로 확장되었을 뿐이지, 일반국민들의 생활 속에서의 안전은 방치되었거나 오히려 더 교묘하게 위협받고 있었다는 것을 국민들이 체감하실 수 있으셨을 것입니다.

특히 제가 속한 대학과 대학원에서의 성폭력은 한 분야의 일이 아니라 국민들이 대학과 대학원에 진학할 경우 겪을 수도 있는 통과의례형, 생활형 범죄라 더 공감하시고 응원하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더군다나 서지현검사 등 미투들 모두 각 분야에서 20~30년 간 종사한 전문직 여성들입니다. 이들을 키우기 위한 개인적 사회적 비용들이 만만치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권력자들은 단지 성폭력의 피해자이자 개별적 여성에게만 책임을 돌리고 조직에서 불이익을 주거나 배재하는 것으로 간단하게 처리해 버리고 맙니다.

저는 이렇게 전국민적으로 공분을 일으키고, 일상적이며, 범죄 패턴이 일정하고, 가해자와 피해자가 분명한 범죄가 만천하에 드러났는데도 불구하고 정부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다는 것이 놀랍고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왜 피해자들이 목숨걸고 피해사실을 밝혀야만 하는 것입니까? 왜 가해자들을 소환해서 죄를 확인해 보지도 않으십니까?

저는 정당인도 아니고 사회운동가도 아니며, 여성운동가도 아닙니다. 단지 열심히 살고자 했던 평범한 시민이며 자기분야에서 일가를 이루고 싶어 치열하게 일했던 전문직 여성일뿐이었습니다.

사건을 폭로하면 조롱당하고 오해받을 것이 예측되어 저는 사전에 민사, 형사상 소송을 했고 두 소송 모두 1심에 승소한 후에 고발에 참여했습니다. 그렇게 분명한 결과에도 불구하고 저 역시 현재도 2차, 3차 피해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왜 가해자들과 동조자들은 보호받고 피해자들이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조롱의 대상이 되어야 합니까? 왜 가해자는 조직의 비호를 받으면서 승승장구하고 있으며 피해자인 나는 30여년 동안 천직이었던 일을 그만둬야 하고 직장에서 쫒겨나야 합니까?

피해자들은 목숨걸고 피해사실을 밝혔는데 왜 정부는 방임하고 있습니까?

이러려고 추운 겨울날 촛불을 든 건 아닙니다. 이전 정부와 다른 점을 보여 주십시오.

매일 수많은 미투들의 고통에 찬 울분과 상처를 마주대하면서 피해자는 물론 피해자를 돕지 못한 사람들도 죄의식과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미투는 권위주의적인 우리사회를 변화시키겠지만 그 과정에서 사회적이고 문화역사적인 트라우마를 남길 것입니다.

저는 당사자이자 한 피해자로서 새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미투가 국민통합과 치유의 성공사례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에 촛불로 세워진 정부 관계자들에게 부탁드립니다.

 

1. 권위주의 사회에서 수평적 네트워크 사회로의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미투는 불가피한 사회현상임을 받아들이시고 범정부 차원에서 해결방안을 마련해 주시기 바랍니다.

원래 여가부에서 총괄 지휘해야 할 사건들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재 문제가 된 여가부, 문체부, 교육부 장관님들이 할 수 없다면 총리실에서 전체 진상조사와 피해자 구제를 위한 범정부차원의 '권력형 성폭력 방지 및 지원기구'를 긴급 설치해 주실 것을 건의 드립니다.

2. 지금까지만도 수많은 미투들이 방치된 채 홀로 울고 있습니다.

경험상 권력에 의한 성폭력은 절대 혼자 해결할 수 없습니다. 또한 단계별로 수많은 가해들이 조직적이고 다양하게 닥치므로 피해자들은 정신없이 당하고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저는 3년 동안 수많은 기관들을 찾아 다녔지만 마땅히 고발하거나 단계별로 치유해주고, 사후 보상해주는 통합기관은 본 적이 없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미투사건의 해결을 위해서는 시대정신에 맞는 별도의 공식적인 통합기관의 설립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는 미래의 미투들이 두려움없이 사회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중요한 시스템으로 작동될 것입니다.

3. 현재 미투들의 트라우마와 고통이 극한에 처해있으며 사후 보장받지 못한 미래에 대해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우리 미투들이 본의 아니게 투사가 된 것은 사회정의가 바로서고, 피해자가 보상받는 시스템을 갖춰주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단 기간에 이룰 수 없는 목표라면 당장은 현재의 미투들이 트라우마를 치유받고 서로 상처를 보듬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를 바랍니다.

4. 미투에 대한 개인과 조직의 복수나 처벌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개인적으로는 역부족입니다.정부 차원에서 피해보상을 위한 변호 비용을 지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땅의 수많은 미투들을 대신해서 청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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