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과 미술관, 전문 인력 강화와 소통의 필요성 알아야”
“박물관과 미술관, 전문 인력 강화와 소통의 필요성 알아야”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8.03.09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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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미술관 정책 세미나 '발전적 미래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박물관 미술관 정책 세미나 '발전적 미래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가 지난달 23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멀티프로젝트 홀에서 열렸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박물관과 미술관의 역할과 과제를 논하면서 박물관, 미술관의 종합발전 수립의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로 진행됐다.

먼저 김찬동 파라다이스문화재단 이사는 "운영비 부담으로 인한 소장품 구입예산 삭감, 계약직 및 임시직 인원을 늘리는 방식도 문제지만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뮤지엄 리더십을 갖춘 전문가로서의 관장의 역할"이라고 지목했다.

▲ 박물관 미술관 정책세미나에서 종합토론이 진행됐다

그는 "공공 뮤지엄의 관장은 대개 전문가보다 지자체장의 선거 캠프에서 함께 일한 참모진들 중 혹은 가까운 지인 예술인들 중 정치적 맥락 속에서 임명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특히 기초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뮤지엄의 관장은 전문 관장이 임명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 임기도 2~3년이기 때문에 중장기 계획을 세우기에 어려움이 많다"고 밝혔다.

또 "관장은 대부분 지자체 과장 수준의 직급을 가지고 있어 관료 행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으로 비전문적인 관리자들이 뮤지엄의 전문적 영역을 이해하지 못함에서 오는 한계에 직면한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한 뒤 "박물관과 미술관 양자, 영역간의 이기주의가 작동하는 문제가 있으며 지역 이기주의의 핵심은 소장품의 구입이나 전시에 따른 지역작가들의 과도한 참여문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이사는 "전문 인력의 숫자나 필수직능, 소장품의 수준 등에 관한 기준을 높이고, 공립미술관의 학예직 정원기준을 높이거나 직제 직급을 재편하는 방안을 현실적으로 검토해야한다. 공공 뮤지엄의 네트위킹 사업도 실질적으로 개편하고 '뮤지엄위원회'(가칭)나 '뮤지엄협의회의' 신설을 통해 중장기적인 국가적 차원의 뮤지엄 정책의 마스터플랜을 구축하는 것도 검토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암종 근현대디자인박물관장은 "2017년 문화시설 총괄에 따르면 문화기반시설 중 국립도서관, 공공도서관, 문예회관, 지방문화원, 문화의집 등 모두가 국립과 공립으로 구성되어 있으면 사립은 박물관과 미술관에만 속해 있으며 그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사립 박물관"이라고 밝혔다.

그는 '학예사 및 교육사 지원제도'를 놓고 박물관 및 미술관 관계자들이 전한 의견을 전하면서 "학예사, 교육사 등의 전문인력 2년 교체는 전문성이 필요로 하는 박물관과는 현실이 맞지 않다", "학예사 지원은 일자리 창출이 아닌 연구직이므로 전문성이 요구되기에 개인지원 2년 제한을 폐지해야한다", "학예인력 및 교육인력의 꾸준한 지원이 필요하다", "인력지원사업시 행정 간소화 필요", "학예사, 교육사의 임금체계 상향 조정 요구" 등의 요구 사항이 나왔다고 밝혔다.

또 "'길위의 인문학' 운영시 버스가 대절되고 현장교육으로 호응을 받고 있지만 1,300명의 수행 인원이 박물관의 상황에는 너무 많아 박물관이 황폐화된다"면서 "인원 수를 줄이고 보조교사비를 올려준다면 더 많은 박물관에서 지원할 것이며 운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관장은 해설사 및 평생교육사 채용을 허용해야한다면서 "'평생교육사 자격 소지자 중 교육경력 2년 이상'이면 교육인력 자격자로 인정해줄 것을 요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간접비 책정 허용', '교육인원수의 하향조정', '박물관 수익 보장', '경력인증기관제 폐지 및 완화', '독립적인 평가인증기구 설치', '박물관 미술관 정책연구소 설치', '양도세 재산세 감면 연장', '법인의 지정기부금 세제지원 확대', '박물관 관장 학예사 자격 부여 제도', '지자체 문화예산 지원 패널티 제도', '박물관 및 문화기관 네트워크 강화 사업'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고 특히 "국립박물관을 유료 관람으로 전환해 그 돈을 관련 기관 고용촉진이나 박물관 문화 발전기금으로 사용한다면 국민들도 수긍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제들의 공간에서 생동하는 공간으로”

이명옥 한국사립미술관협회 명예회장은 "90%에 해당하는 순수미술 전공자가 졸업 이후 창작활동을 지속하지 못하고 중도에서 포기하는 실정"이라면서 "전문 인력(작가, 독립큐레이터 등)들이 사립미술관 학예인력지원사업에 응모할 수 있도록 미술계 현실에 맞게 자격제도 규정을 완화해야한다"고 말했다.

또한 박물관과 미술관의 '공유전시'를 통해 지역민들의 향유 기회를 확대할 것을 제안하는 한편, "등록 이후 운영 평가를 받지 않기에 사립미술관의 무분별한 설립과 부실 운영, 등록 이후 관리소홀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사전평가를 받고, 등록 이후에도 운영과 관련된 상시적인 평가를 받도록 법령을 강화해야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미술관은 이윤을 추구하지 않고 공공성을 지향하는 의무를 지녔으며 미술관이 상업성과 결탁해 내부자거래와 시장질서 교란 등 불법행위를 못하게 해야한다"면서 '사립미술관 설립 및 운영과 관련된 윤리규정'이 마련되어야한다고 밝혔다.

김권구 한국대학박물관협회장은 "50년대 중반 대학이 종합대학이 되려면 박물관이 반드시 있어야한다는 조항이 대학설치기준령에 있었으나 그 관련조항이 규제개혁의 차원에서 80년대 초 관련 조항이 없어지면서 대학박물관을 설치 및 운영하도록 해주던 법적 보호막이 없어졌고 유적발굴기능의 약화, 관람객 수준 향상, 인터넷과 컴퓨터게임의 발달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대학박물관의 현재의 문제점으로 '다양한 성격과 기능개발부족', '대학 내부와 외부와의 소통 부진', '부족한 박물관 시설', '열악한 대학박물관의 인력과 예산', '대학박물관 존재 이유와 존재 방식에 대한 성찰 부족', '변화된 환경에 대한 이해부족', '대학박물관을 도와줄 네트워크의 부재'를 꼽았다.

김 회장은 그 대안으로 계명대학교 행소박물관의 특성화 모색 사례를 들었다. 행소박물관은 교양대학프로그램과 박물관을 연계해 학교 내부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언론사 주최 전시 유치, 대영박물관 및 중국국가박물관과의 교류, 국립민속박물관 등 각종 박물관들과의 협력, 경상북도와 대구시, 교육청, 지역은행과의 협력, 한국민화협회와 민화연구소와의 협력 등을 통해 특성화된 박물관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김 회장은 전했다.

이어 "문제에 대한 보다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소장품의 특성과 지역여건을 고려한 목표 합의 설정, 전략수립, 추진이 필요하며 대내외 소통의 활성화, 체계화, 지속화, 후원네트워크 개발 및 유지 등과 더불어 지역주민과 학생에게 다양한 문화적 기회, 문화적 정보, 서비스를 주려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 참석자가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박광무 KMN대표는 "박제들의 공간에서 생동하는 창조공간화로 박물관의 정체성을 재정립해야한다"면서 "명칭은 대외적 통일성을 유지하면서 기능과 구도는 분화와 협력관계를 형성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표는 "고객지향, 경쟁자지향, 제품지향 등 전략지향의 박물관 경영을 도입하고 공급자 중심 정책에서 수요자 중심 정책으로 박물관 정책기조를 전환해야한다"고 밝히면서 박물관 정책의 범정부 협의체인 (가칭) '대통령소속 국가박물관위원회'를 가동해 정책조정과 협력사항 협의, 인적교류, 전시 및 행사 연대와 교류를 할 것을 주장했다.

이와 함께 국립중앙박물관 부설로 '박물관지원센터'를 설립해 공립 사립 대학박물관에 대한 종합지원체계를 마련하고 현 학예사의 경력별 등급제를 정례 '역량강화교육이수방식'으로 전환하며 박물관법의 현재화를 위한 전면개편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정체성이 죽어가니 가장 중요한 사람이 죽어가”

이어 진행된 종합토론에서 장인경 철박물관장은 "독립기관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공립박물관만 잘해도 되는데 공립은 목소리를 내지 않고 사립만 내고 있다. 프로페셔널한 학예사가 모일 수 있는 공간도 없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하고 "바뀌어가는 현실 속에서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는 자구책을 마련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영 전북도립미술관장은 "평가인증제가 가이드라인이다. 어떻게 운영되어야하는지를 조목조목 이야기해야하는데 너무 단선적으로 접근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단순한 오해에서 시작된 부분도 있는 것 같다"면서 소장품 관리만으로 평가를 하는 영국의 예를 들며 "컬렉션의 개발 및 기술, 국제 기준 등이 반영된 평가인증제가 나와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인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정책 주체의 혼란이 있다. 명확한 정체성이 있어야한다"고 지적하고 "공공성, 전문성 등을 주장하지만 어떻게 풀고 맞춰야하는지를 모르니 더 어려운 면이 있다. 모든 박물관에 필요로 한 것인지, 긍정 및 부정적인 영향도 생각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태석 한국박물관협회 기획지원실장은 "자료, 건물, 사람이 박물관의 기본 조건이고 그 중 사람이 가장 중요한데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 자기 정체성이 미약하니 관장도 미약하고 학예사도 미약하다. 언제까지 연명치료를 해야하는지 생각해야한다"면서 "자원이 진화하게 해야하고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이 구분이 되어야한다. 학예사와 이용객들이 중심이 되는 쪽으로 전환해야한다"고 말했다.

플로어 토론에서 광주에서 미술관은 운영하는 한 인사는 세제와 상속세가 면제가 되어야 유지가 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상속세와 재산세가 없어야 다음 세대까지 이어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전시연출 업체 관계자는 "전시산업이 산업으로 취급되지 못하고 있고 전시연출이 열악한 현실이지만 아무도 전시연출에 대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전시연출의 발전 방향도 같이 모색되었으면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