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문예기금 지원' 예술위는 바뀌지 않았다
[특별기획]'문예기금 지원' 예술위는 바뀌지 않았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8.03.09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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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언론지원 의심 규정 신설, 삭감 및 탈락 '나몰라라'

지난 2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가 2018년 문화예술진흥기금 정시공모 지원심의 결과를 발표했다. 예술위는 "보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지원심의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예술계의 여러 의견을 듣고 반영하고자 했다. 심의제도 개선을 위한 현장토론회를 개최하고, 심의위원 후보단 예술현장 공개추천 제도를 도입해 2018년도 심의위원 후보단을 전면 재정비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본지는 예술위가 문예진흥기금 지원 부적격자로 규정된 언론사인 무용잡지 '댄스포럼'이 주최 주관하는 '크리틱스 초이스'에 2년에 걸쳐 기금을 지원하고 지난해에도 기금을 지원한 것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고 그 과정에서 예술위가 편법으로 크리틱스 초이스 지원을 해왔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하지만 본지의 보도에도 불구하고 예술위는 의혹에 대한 어떠한 부분도 시원하게 답하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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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예술과 관련한 지원금 자격 기준을 보면 언론사와 관련 단체는 지원대상에서 부적격자로 규정됐다. 이는 '지원부분 공통사항'이었다. 즉 기금 지원 자체를 원천적으로 배제시켰던 것이다.

또한 부적격자 및 부적격 사업 응모시 처리 규정에는 “지원심의 및 위원회 의결 이후 지원 제외 및 제한 대상으로 판명될 경우, 지원결정 취소 및 지원금 회수 조치”라고 밝혀놓았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조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용잡지 댄스포럼이 주최 주관한 '크리틱스 초이스'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6천만원의 지원금을 받았다는 것이다. 또한 댄스포럼은 공연예술창작산실 비평지원 기금도 받고 있어 이중으로 문예진흥기금을 가져갔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혹, 환수 지적에도 ‘침묵’

출판물 발간과 관련된 공연예술창작산실 비평지원 기금 지원 대상에는 '공연예술 관련 리뷰, 비평, 국내외 관련 정보 등을 포함한 전문지, 비평집 등 출판물을 발간하는 사업'으로 규정되어 있다. 즉 이 부분은 언론사도 특별히 배제되지 않기에 댄스포럼이 이 사업에 지원을 받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 2018년도 무용분야 지역대표공연예술제 지원사업 지원심의결정 세부내역

그러나 이 부분에서 지원을 받고 있는 댄스포럼은 크리틱스 초이스 지원기금까지 받으면서 이중으로 기금을 받는 셈이 됐는데 예술위 기금 지원규정에는 중복지원을 받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이 규정을 어겨가면서까지 이 지원이 가능한 배경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특혜 의혹'이 제기됐고 본지는 이를 집중 취재한 바 있다.

이 문제가 발생하고 보도가 된 뒤 예술위는 "지원 배제 사태로 상처받으신 예술가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국민과 예술가를 위한 기관으로서 부당한 간섭을 막아냈어야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많은 임직원들이 지원 배제를 거부하고 배제가 최소화되도록 다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외부 개입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라는 내용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예술위는 사과문 이후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댄스포럼에 대한 '이중 지원' 문제를 건드리지도 않았고 사과문에서 나온 '부당한 간섭', '외부 개입'의 주체가 누구인지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다만 예술위는 "지원신청자격에 '기타 해당 사업별 특성에 적합한 단체 및 예술인(사업별규정)'으로 보아 적격자라고 본 것이다. 문화예술전문잡지 중 기초예술 활성화에 부합하는 사업취지와 특성에 따라 지원대상에 포함했다. 공연예술창작산실이나 문예지 발간도 마찬가지"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지원 세부규정 어디에도 기금지원 공통조건에 부적격자로 적시되어 있는 언론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지난해 5월 정권이 교체된 후 감사원의 예술위 감사가 이루어졌고 문화관광체육부는 "언론사 적용범위에 대한 명확한 규정 없이 신문사, 방송사 등은 지원을 제외하고, 언론중재법에 의하면 언론사로 분류될 수 있는 비평지, 문예지 등은 지원하여 옴에 따라 자의적 해석 논란 소지가 있으므로 '언론사' 적용 범위에 대한 추가 세부규정이 필요하다"는 주문을 내놓았다. 즉, '언론사'의 적용 범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2018년 크리틱스 초이스 지원이 ‘합법화’ 된 이유?

2018년 문예진흥기금 지원신청 부적격자에도 역시 '언론사 및 언론사 소속의 단체'가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와 달라진 것이 있었다. '장르 및 부문별 예술활동 진흥을 위해 간행물 발간을 병행하는 예술단체의 사업의 경우 해당지원사업의 심의기준을 고려해서 심의위원회를 통해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댄스포럼은 어떨까? 댄스포럼과 크리틱스 초이스는 올해도 문예진흥기금 지원을 받는다. 올해도 크리틱스 초이스는 6천만원의 지원이 확정됐다. 또다시 댄스포럼은 공연예술창작산실 비평지원과 지역대표공연예술제 문예진흥기금을 동시에 받게 된 것이다.

▲ 지난해 규정(위)와 올해 규정. 언론사에 대한 조건부 지원 가능이 댄스포럼을 위한 계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원심의를 맡은 심의위원들은 총평에서 "언론사에서 지원신청한 사업이 한 건 있었는데, 서류 심사에서 심의회의에 결정을 넘겼고 심의위원들의 토론이 있었다. 무용계에 월간지가 여러 편이고 독자들도 분리되어 있지만, (동호인 잡지가 아닌 이상) 월간지도 언론사임은 분명하기에 무용계 내의 영역이나 소통구조의 질서를 흔들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원 사업으로 유의미하다는 의견이 상충하였고, 다수결에 의해 지원이 결정되었다. 결국 언론사에서 지원신청한 사업에 대한 지원 여부는 앞으로 지원에 대한 다른 명분을 찾아야 할 과제를 남겼다고 하겠다"고 밝혔다.

이 말대로라면 심의 과정에서 언론사 주최의 행사를 지원하는 것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됐다는 것이다. 언론사 주최 행사를 인정할 경우 '무용계 내 영역이나 소통구조의 질서를 흔들지 말아야한다'는 우려가 분명 상존하기에 그동안 언론사 및 언론사 관련 단체는 배제되어왔다.

그런데 유독 크리틱스 초이스만 보란듯이 언론사 주최 행사임에도 몇년째 지원을 계속받았고 올해는 지원자격 개정으로 합법적으로(?) 지원을 받게 됐다.

문제는 지난해 예술위가 사과문까지 내놓았을 정도로 크리틱스 초이스 지원이 문제가 있었다면 그간의 지원금을 환수해야한다는 것이다.

실제 본지도 이 사건을 다루며 환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내용을 보도했지만 여전히 예술위는 침묵하고 있다. 지난 기간 지원 문제에 대한 질문을 예술위에 던졌지만 예술위는 현재 "알아보겠다"는 입장만 밝힌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이번 개정이 결국 댄스포럼과 크리틱스 초이스를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댄스포럼은 절대권력인가? 부적격, 기금환수 커녕, 규정바꿔 올해도 지원

한 관계자는 “문화예술위원회가 애초 공연예술 지원에 있어 언론사를 배제한 타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고민도 없이 정권교체기인 지난해 5월에 납득할만한 이유와 고민도 없이 규정을 바꿔서 결국엔 댄스포럼만을 위한 규정을 바꾼 셈이 됐다”고 밝혔다.

무용계에서는 “지난해 부적격 지원자라는 비판이 엄연히 있었는데도 이를 묵살하고 또 다시 댄스포럼을 지원한 것은 무용인들은 물론 문화예술계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문화예술위원회의 언론사 별도 심사 규정은 무용잡지인 ‘댄스포럼’을 위한 맞춤형 규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다른 한 관계자는 “지면을 통해 무용인들의 작품을 평가하는 잡지가 무용인들과 함께 기금지원 심사를 받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밝혔다. 문예기금 지원에 경쟁하는 무용단체들의 작품 평가에 잡지의 이해관계가 충분히 주입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왜 삭감됐는지, 탈락했는지 명확하게 말하지 못하는가?”

한편 최근 발표된 기금 지원을 두고 형평성 문제가 또다시 제기되고 있다. 무용분야 지역대표공연예술제 지원심의에서 지원이 결정된 11개 사업 중 전통무용 사업은 2개에 불과했으며 대부분 현대무용에 치우친 결과가 나왔다. 이 중 하나가 바로 앞에서 말한 '크리틱스 초이스'다. 또한 심의위원의 경우도 다양한 장르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례로 (사)한국춤협회가 주최하는 제32회 한국무용제전의 경우 지난해보다 2천만원이 삭감된 7천만원의 지원금이 결정됐다. 한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대한민국전통무용제전이 탈락하고 전통무용 사업이 단 하나만 선정됐는데 장르의 불균형이 올해도 바뀌어지지 않았다"면서 "장르를 골고루 분배해야하는데 전통무용을 이처럼 외면하는 것은 불공정한 일"이라고 밝혔다.

예술위는 "동호인들의 무용경연대회나 무용적 특성이 약한 사업은 지원 희망 분야가 적합하지 않기에 우선 제외하고 무용계 내에서 공공성 있는 사업과 지역에서 연륜을 갖고 지속한 사업을 선정했다. 지역에서 무용인구와 관객을 확산하는 데 실제로 기여한 사업을 높게 평가하고, 단체의 연례적인 내부단합적 성격이 있는 사업은 낮게 평가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어 "국제 행사라는 타이틀을 붙인 사업들이 여럿 지원했는데, 국내외적으로 무용역량강화의 성과를 도출하지 못한 경우 지원에서 제외했으며, 해당 지역에서 연계성을 강화하도록 지원액수를 전반적으로 축소했다. 해당 사업의 전체예산에서 70%  이상을 지원금으로 신청한 사업들이 있었는데, 이 경우 지원신청액에 비해 삭감비율을 높였다. 개인 공연이 아닌 협회 등의 단체 사업에서 단체의 자기부담금이나 기업 후원보다 정부 지원에 과도하게 기대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히면서 신규 지원사업 중에는 확산가능성이 있는 사업에 관심을 뒀다는 평도 함께 밝혔다.

문예위는 "전체적으로 지역대표성을 갖는 무용축제도 있지만, 대표성이 충분치 않은 사업도 있었다. 사업 주체들은 지역과의 연계성을 어떻게 키워낼지에 대한 전망을 분명하게 세워야 하며, 그렇지 않은 경우 이 분야로 지원신청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을 것이다. 지역대표 무용축제는 무용 자체의 발전 뿐만이 아니라 지역의 대표적 축제로 지역민들의 예술 향유와 자긍심, 경제 효과 창출로 이어지는 사업이어야 한다"라는 입장도 밝혔다.

문제는 예술위가 이 ‘총평’ 이외에는 아무 것도 공개하지 않으려하고 또한 삭감이나 지원 탈락 사업에 대한 피드백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춤협회는 삭감 결정 이후 예술위에 삭감에 대한 합당한 이유를 들으려했지만 제대로 된 답이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 올해 2천만원이 삭감된 한국무용제전(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 없음)

한국춤협회 관계자는 “점수를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보면 애초에 위원들이 점수로 심사를 하지 않은 것 같다. 총평만으로는 왜 삭감됐는지, 탈락했는지를 납득하기가 어렵다. 옴부즈만 제도가 있다고 해서 협회에서 그 제도를 이용했는데 역시 답이 없다. 한정된 예산으로 결국 ‘나눠주기’ 식으로 결정했다고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한국춤협회에 따르면 예술위는 지난해 한국무용제전을 심사한 내용을 올 3월에야 준다고 협회에 알렸다고 한다. 올해 심사 결과를 제시하면서 부족한 점, 보완해야할 점을 이야기해야하는 예술위가 올해가 아닌 지난해 결과를 지금에야 준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건 아무 것도 대비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죠. 이번에 무엇을 보완해야하는지를 알아야 저희도 대비를 하고 다음 지원 신청을 할 수 있는데 그게 아니라 지난해 것만 지금에야 보여준다면 뭘 고쳐야할 지를 어떻게 알 수 있나요? 그냥 문제들을 놔둔 상태에서 지원을 또 해야하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어요”.

상생, 예술위가 살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예술위는 “지원심의위원 후보군 구성, 심의위원회 구성방식 등을 포함한 문예진흥기금 지원심의제도를 예술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종합하여 전면 개편한다”고 했으며 지원심의 옴부즈만 제도를 예술위가 추진하는 국고 수탁사업 및 타 기금사업에도 전면 확대했으며 운영과정에서 강요나 청탁이 있을 시 신고를 의무화하고 이를 위반했을 시 징계하는 ‘외압신고제를 신설하며 변화를 꾀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그 변화의 바램을 무색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변화를 준다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혁신을 하겠다는 의지가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과거의 잘못된 부분을 ‘꼬리 자르기’ 식으로 덮는 것은 올바른 혁신이라고 보기 어렵다. 아니, 문장만 개정하고 약속만 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끝나지 않는다. 지금의 상황은 결코 혁신적인 모습이 아니라 구태의 반복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어느 사업이나 탈락한 쪽은 당연히 억울함을 호소하기 마련이고 예술위도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기에 지원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과거의 잘못된 결정을 지원사항 개정만으로 ‘합리화’시키고, 왜 탈락됐는지, 왜 삭감됐는지를 명확하게 이야기하지 않는 것은 예술위의 진의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결국 예술위는 아무 것도 바뀌지 않았다.

자신들의 잘못이 있으면 명확히 인정하면서 고쳐나가고, 탈락자들을 무조건 배제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문제점을 짚어주면서 다음 해를 위한 새로운 희망을 줘야하는 것이 지금 예술위의 일일 것이다. 특정 몇몇 단체만이 아닌 모든 예술 단체와 상생해야 예술위도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이제 깨달아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