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를 통해 인화된 사진의 신비 '이정진:에코-바람으로부터'
한지를 통해 인화된 사진의 신비 '이정진:에코-바람으로부터'
  • 이가온 기자
  • 승인 2018.03.09 12: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지에 붓으로 유제를 바르고 그 위에 인화하는 기법 사용, 7월 1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한국 현대 사진의 예술적 가능성을 넓히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온 이정진의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이정진:에코-바람으로부터>전이 8일부터 7월 1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제1전시실에서 열린다.

유럽에서 손꼽히는 사진 전문 기관인 빈터투어 사진미술관과 공동으로 추진된 이번 전시는 이전 전시에서 볼 수 없었던 <미국의 사막 III>(1993~94), <무제>(1997~99), <바람>(2004~07)시리즈의 일부 작품들과 작가가 한지에 인화하는 암실 작업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필름이 공개되어 이정진의 작품 세계를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 미국의 사막 I 92-17, 1992 © 이정진

이정진(1961- )은 대학에서 공예를 전공했지만, 사진에 더 매력을 느껴 독학으로 사진을 공부하고, 졸업 후 <뿌리깊은 나무>의 사진기자로 약 2년 반 동안 근무했다.

이후 1988년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대학교 대학원 사진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왕성한 작품 활동을 펼쳐왔다. 

2011년에는 다큐멘터리 사진의 거장 프레데릭 브레너가 스테판 쇼어, 제프 월 등 세계적인 사진작가 12명을 초청하여 진행한 ‘이스라엘 프로젝트’에 유일한 동양인으로 참여하며 국제 사진계에서 더욱 주목받았고, 2017년 국제 사진 아트페어인 파리 포토(Paris Photo)의 ‘프리즘(Prismes)’섹션에서 주목할 만한 작가로 소개되기도 했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사진이라는 고정된 장르로 규정하는 것에 의문을 가지고, 작업 방식 및 인화 매체에 대한 다양한 실험을 시도했으며 이 과정에서 한지를 발견했다. 

그는 전통 한지에 붓으로 직접 감광 유제를 바르고 그 위에 인화하는 수공적인 아날로그 프린트 기법을 통해 매체와 이미지의 실험 및 물성과 질감을 탐구했다. 

이로 인해 그의 작업은 재현성과 기록성, 복제성과 같은 사진의 일반화된 특성에서 벗어나, 감성과 직관을 통한 시적 울림의 공간을 보여준다.

▲ 파고다 98-19, 1998 © 이정진

전시는 <미국의 사막>(1990~95), <무제>(1997~99), <파고다>(1998), <사물>(2003~07), <길 위에서>(2000~01), <바람>(2004~07) 등 작가가 1990년과 2007년 사이 20여 년 간 지속적으로 작업해 온 11개의 아날로그 프린트 연작 중 대표작 70여 점을 재조명한다. 

각 연작들은 사막의 소외된 풍경, 일렁이는 바다와 땅의 그림자, 석탑, 일상의 사물 등 작가의 감정이 투영된 대상과 이에 대한 시선을 담고 있다.

전시는 각각의 피사체가 지닌 원초적인 생명력과 추상성을 드러내며 화면 속 시적 울림의 공간을 만들어 내는 이정진의 작품 세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구성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모두 별도의 액자 없이 한지 프린트 원본 그대로를 볼 수 있게 설치되어, 아날로그 프린트 작품의 독특한 질감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자세한 정보는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http://www.mmca.go.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