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글배움터 안철주 대표 "한글 전파는 전 인류 위한 일, 한글 세계화 목표"
[인터뷰] 한글배움터 안철주 대표 "한글 전파는 전 인류 위한 일, 한글 세계화 목표"
  • 이은영 편집국장
  • 승인 2018.03.12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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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윷판 통해 한글 자연스럽게 깨우치는데 도움되고 싶다"

한글을 전 세계에 보급하는 것이 꿈이라는 한 사람이 있다. 이는 한글을 통한 우리 문화알리기로 궁극적으로 대한민국의 우군을 늘리자는 속셈(?)이다.

그는 학자도 아니고 재력가도 아니다. 한 때 잠시 종로구 의원을 지내기도 했던 그가 하던 사업도 접어 가며 열중하는 일이 있다. 몇 년 전부터 한글을 유네스코 등재하기 위해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학자들과 주변에 관심있는 사람들을 모았다.

워낙에도 유네스코는 등재는 그리 녹록한 일이 아니지만 우선 국내에서 무형문화재 등록을 해야 한다는 생각지 못한 복병을 만났다. 그는 시간이 걸릴 그 일을 잠시 내려두고 새로운 구상을 했다. 그 결과물이 한글 윷놀이판이다.

한글 윳놀이판은 한글의 제자원리를 사용해 윷놀이를 즐기는 동시에 한글도 깨우칠 수 있다 한다. 누가 등떠민 것도 아닌데 스스로 한글과 사랑에 빠진 그는 현재 세종대왕이 태어나신 종로구 세종마을에 수십년 째 살고 있기도 하다.

한글을 세계에 알리는 일이 ‘운명이자 숙명’이라고 말하는 그 사람, 안철주 한글배움터 대표를 만났다.

▲ 안철주 한글배움터 대표

한글 윷판에 대해 설명을 부탁한다

한글 윷판은 한글을 배우고 수학과 과학까지 배울 수 있게끔 만들었다. 한글 윷판의 배열은 자음부터 시작해서 모음으로 끝나는데 24자가 담겨있다.

자음의 순서는 ‘ㄱ’부터 시작해서 ‘ㅎ’으로 끝나고 모음은 목구멍소리로 시작해서 기본 10자로 되며 이 둘을 합쳐 총 24자가 윷판에 등장한다. 정중앙에는 한글의 기본인 이응이 배치돼있다.

한글 윷판 제작 계기가 궁금하다

한글의 우수성을 알고 널리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찰나에 우리말을 배우는 사람들이 지나치게 어려운 방법으로 비싼 금액을 내고 배운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서 좀 더 쉽고 저렴하게 배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다보니 놀이를 통해 배우면 효과적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우리나라 민속놀이인 윷놀이에서 착안해 한글 윷판을 제작했다.

윷판이 알려지게 되면 한글이 보급되고 우리 문화가 알려지면서 한국화가 된다. 결국 놀이라는 방식으로 세계에 한글을 알려 한국화를 시키는 것이 계기가 됐다. 최초에는 소실된 4글자까지 포함해 기본 창제 원리를 살리는 28자로 했다가 요즘 한글세대와 외국인들에게 발음이 힘들기 때문에 24자로 만들었다.

24자는 북한이나 우리나 공통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2016년 12월에 특허출원을 했고 17년 10월에 디자인특허를 받았다. 현재 발명 특허는 심사 중에 있다.

소실된 세 글자가 오늘날 중요하다고 했는데 어떤 이유인가

없어진 글자는 닿소리 ㆁ, ㆆ, ㅿ 세 개와 홀소리 아래· 인데, 소실된 닿소리는 발음이 사실 힘들다. 그러나 외국어 발음을 할 때 사용한다면 굉장히 효과적인데 프냐 브냐 엘이냐 알이냐 등 미세한 부분까지 다 표기할 수 있다. 즉 소리를 가장 근접하게 표현할 수 있다.

평소 한글에 많은 관심이 있다고 들었다

원래는 출판업계에 종사했는데 그 당시 전자출판에 관심을 가졌다. 당시에는 경제적인 목적으로 영어를 위주로 사업을 진행했는데 영문을 하다가 다루던 중 간혹 한글 책자를 만들기도 했다.

활자를 다루다 보니 한글을 어떻게 만들어 졌는가에 대해서 관심을 가졌고 한글이 사람중심으로 만들어졌고 자연까지 포함하는 글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우리민족의 자산이자 전 인류의 자산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때부터 한글을 통해 세계에 한국 문화 전파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한글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던 도중 두 가지 비현실적인 경험을 하면서부터 한글 전파에 일생을 바치기로 했다.

첫 번째는 개천절 날이었는데 마니산 참성단에서 세종대왕에게 예를 올리기 위해 인왕산에 물을 뜨러 갔었다. 당시 비가 많이 와서 걷기도 힘든 상황에서 우여곡절을 겪으며 물을 떴고 마니산에 도착해서 예를 올리자마자 구름이 걷히며 동트는 장면을 봤다. 그 광경을 목격한 사람들도 평생 잊을 수 없는 광경이라고 했다.

두 번째는 2016년 훈민정음 창제에 기본원리에 대한 제자해를 복원하여 세종대왕릉에 봉헌하는 일이었다. 제자해 최초의 복원이었는데 세종대왕릉에 도착하니 문이 닫혀있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내려가던 도중 세종대왕 초상화를 발견했는데 주변 불빛이 환해서 초상화가 빛나고 있었다.

신기하다 싶어 그 자리에서 예를 올리니 믿기 어렵겠지만 하늘에서 오로라 같은 빛이 퍼지는 것을 목격했다. 이 두 가지 사건을 겪고 나서 한글 발전에 몸 바쳐 일하는 것이 하늘이 내려준 사명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현대에 와서 한글이 가지는 우수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예전에 한자를 쓰던 시대에는 아낙네들이나 쓰는 글이라 해서 ‘암글’이라고 불리는 등 하대를 받았지만 최근에 한글은 스마트기기 자판 쪽에서도 큰 우수성을 발휘하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이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전달할 적에 중요한 것은 입력인데 중국이나 일본보다 한국어를 입력하는 시간은 7분의 1밖에 걸리지 않는다.

한글의 특성상 자음이나 모음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쉽게 입력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고 이는 결국 IT 산업의 발전의 원동력으로 이어졌다. 자음과 모음도 이해하기 쉬운 가획이라는 원리로 창제됐다는 점도 한 몫 했다.

윷은 놀이라는 기능이 중심인데 기존의 윷놀이와 놀이면에서 어떤 우위가 있을까

기존 윷판은 그냥 동그라미와 단순한 말로 정해져있는 반면 이 놀이판은 윷놀이보다는 한글을 좀 더 쉽게 배우기 위해 고안됐다.  ‘그’, ‘기’, ‘가’, ‘구’ 등 말과 위치를 조합하면서 배우는 시스템인데 놀이하면서 한글을 학습하라는 목적으로 만들었다. 한글을 모르는 아이에게 가르쳐 봤는데 자기 이름을 쓰고 만들어보라 했더니 3번 만에 40초 안으로 자기 이름을 금방 만들었다.

또한 한글 윷판의 윷은 4개가 아닌 총 5개이다. 이는 원래 궁궐에서 쓰는 5쪽 윷에서 착안했으며 실제 사람의 손가락에서 모티브를 얻기도 했다. 윷이 하나 더 늘다보니 그에 따른 경우의 수도 더 늘어나고 흥미진진하게 게임이 진행된다.

▲ 안철주 대표의 한글 윷판

한글 학습이 목적이라면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에게 1차적으로 효과적일 것 같다

실제 다빛누리라는 다문화 가정 전국 조직과 지속적으로 접촉을 하고 있다. 올해가 훈민정음 창제 575주년이 된 시기인 만큼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사람들에게 알릴 예정이다. 그 첫 시작으로 문재인 대통령 취임 때 가장 먼저 선물로 보내기도 했다.

한글은 수학과 과학의 원리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다들 알고 있지만 그 원리는 모르는 실정이기에 이 놀이를 통해 수직과 수평, 목구멍에서 나올 때 모양, 사람 몸놀림 등의 모양으로 창제된 한글을 배웠으면 좋겠다. 우선적으로는 우리가 접촉이 많은 곳들, 베트남 네팔 등에 전파하고 싶다.

재외 한민족들 중에 한글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현 정세균 국회의장이 반기문 총장을 통해서 그들에게 제공을 해주려고 했었다. 그런 시도를 하다가도 글이 갈 때 문화가 같이 안가는 벽에 자주 부딪혔다. 외국에서 부유한 한인들에게 협조를 요청해도 큰 반응이 없었다. 시애틀에서 한 지역 유지와 한글 관련된 사업으로 만나기로 했는데 큰 관심이 없더라.

결국 이는 외국 유지나 공공기관에 맡길 일이 아니라 우리가 직접 혜택이 돌아가도록 노력해야 할 일이다. 국가 기관보다는 커뮤니티를 통해 전달하는 편이 더욱 파급력이 강하다. 실제 배울 사람들에 대해 배려를 하기 위해서도 이 방법이 더 낫다. 특히 지금 현재 해외에서 사는 동포가 700만 명가량 되는데 마땅한 교재가 없는 실정이기 때문에 이 윷놀이 판이 도움이 됐으면 한다. 한글은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다 .

북미에는 아직 윷이라는 용어를 쓴다. 배링해가 얼어있을 때 우리 민족이 건너가서 인디언으로 전파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국에서도 윷놀이를 하는 곳이 있다. 올해 미국 아들 집에 가서 윷놀이를 진행시켜 봤는데 반응이 좋았다. 손자가 다른 건 안 해도 이 윷놀이는 하더라.(웃음)

한글학회에서는 어떤 반응인가

아직 시작 단계이다 보니 학회에는 알리지 못했다. 다만 이견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학계는 문법적으로 접근하는 반면 우리는 창제 원리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특히 ‘기윽’이 그렇다. 학회에서는 훈몽자회를 참고해서 ‘기역’이라고 발음하지만 훈몽자회를 참고해보면 ‘마땅한 한자가 없어서 역(기역)이라 했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이게 통용돼서 지금까지 이뤄지고 있는데 잘못된 인식이다. 창제 원리대로 접근한다면 글과 숫자는 1에서 시작됐고 문헌상에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는 않지만 우리 한글은 수직과 수평으로 이뤄져있다.

그 원리대로라면 아침 朝(조)자가 한글의 뿌리이고 상형에 따라 창제했다. 아침 조 혹은 임금 조는 궁궐 용어인 조회(朝會)에서 나왔고 하늘에 십자가 수직과 수평의 개념은 하늘과 땅 사이에 천지인이라는 용어로 통한다.

즉 하늘과 땅이 수평하고 날일(日)자에서 파생된 글자들이 바로 한글이다. 그리고 쓰는 방향이야 좌에서 우로 쓰지만 글자를 만들 적에는 우에서 좌로 만들었다. 여러 부분에서 이견이 있을 수는 있지만 앞으로 학자들에게도 공개해서 조언을 구할 예정이다 

현재 시중에는 어떻게 보급하고 있는지

아직까지 보급하는 단계는 아니다. 만약 유통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면 국내와 외국에 맞춤화한 제품을 다르게 할 예정이다. 외국은 언어를 한창 배울 아이들이 있는 유치원이나 다문화가정 쪽, 그리고 커뮤니티가 형성돼 있는 쪽을 공략할 것이다. 또한 윷판 메커니즘을 배운 사람이 다른 사람을 가르칠 수 있도록 장려할 방침이다.

스마트폰 시대에 맞춰 앱도 개발 예정이고 유튜브나 접근성이 좋은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후 단체 판매를 이끌기 위해서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이려고 한다. 그러면 우리나라 관공서 쪽에서도 수요가 있으리라 기대한다. 아직은 초기 단계이니 한꺼번에 모든 가능성을 고려하기보다는 차근차근 실행할 계획이다.

▲ 한글윷판을 통해 한글을 자연스럽게 깨우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는 안철주 대표

우리 국민 모두가 그렇겠지만 특히 한글의 우수성에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한 예로 한글 유네스코 등재를 추진하신 걸로 안다. 현재 어디까지 진행된 상태인가

구글에 사이트를 만들었는데 창제일로부터 570년 될 적에 중단했다. 이유는 등재를 하는데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유네스코에 등재하려면 국내에서 무형문화재로 지정한 다음 올려야 하는데 무형문화재에는 언어라는 부분이 빠져있다.

구체적으로는 법 조항에 명시가 돼있지 않았다. 흔히들 등재가 돼 있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한글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이 아니라 훈민정음 해례본만 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것이다.

심지어 훈민정음 해례본도 해설서로 전부 한자로 표기돼있다. 결국 등재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한글을 사용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가능성이 높아진다. 국민만 5000만인데 왜 불가능한가라는 답변이 나올 수 있지만 통계상으로는 1억 미만이다 보니까 외국 동포 숫자를 다 합해도 좀 떨어져서 힘들다.

추가적으로 여러 부차적인 설명서 한글화 등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일단 먼저 국가 차원에서 한글을 무형문화재로 등재해야 한다. 이를 추진하는 길이 곧 한글의 발전이고 나중에 언어의 90%는 소멸된다고 해도 한글은 소멸하지 않고 장수하는 길일 것이다,

사업 비용이 꽤 나갈 것 같다. 비용충당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연구가 끝났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크게 나갈 비용은 없다고 본다. 다만 윷을 만들 재료를 구하는 게 관건인데 이는 삼림청과 협조를 얻어서 폐목을 얻어 만들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점이, 영리 목적이 아닌 교육 목적이기 때문에 산림청에서도 협조해줄 것으로 예상된다.

출판사를 했었고, 종로구 의회 의원을 지내기도 했다. 현재 한글 윷판 제작 외에 하고 있는 사업이 있는가

한글 윷판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다른 사업을 다 차례로 정리했다. 앞으로 이 일에만 매진할 것이다. 예전에는 종로구의회에서도 일했는데 앞으로는 정치도 안할 것이다. 정치는 소수를 위한 일인 반면 한글 전파는 전 인류를 위한 일이기 때문이다. 한글의 세계화를 목표로 하고 제작한 한글 윷판을 매개로 이를 이룰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으면 한다.

물론 다른 문화권에 강제로 보급하지는 않을 것이다. 예전에 찌아찌아족에 한글 사업을 하다 문화 차이 때문에 철수한 일이 있었는데 이를 반면교사 삼아 천천히 해당 문화를 이해하고 조율하면서 접근할 계획이다.

앞으로 계획은

완성본이 만들어졌고 시기도 됐으니 일단은 배포할 것이다. 그 동안에 사비를 들여 하느라 힘들었는데 이제는 원가를 줄이는 방안을 모색하고 반응을 토대로 후원을 모집해 전 세계에 보급하는 것이다. 목표가 이루어지기까지 도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