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을 탐구하는 놀이' 어린이의 상상으로 놀면서 보자
'사물을 탐구하는 놀이' 어린이의 상상으로 놀면서 보자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8.03.14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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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북서울박물관 '잭슨홍의 사물탐구놀이:달려라 연필, 날아라 지우개!'

'사물을 다시 바라보는 방법'.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 어린이갤러리에서 지난 13일부터 시작된 <잭슨홍의 사물탐구놀이:달려라 연필, 날아라 지우개!>(이하 <잭슨홍의 사물탐구놀이>)의 주제다.

잭슨홍 작가는 디자인에 쓰이는 기법들을 갖가지 사물에 적용하고 이를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작품으로 변신시키며 조형성에 대한 색다른 해석을 기대하게 만든다.

▲ 사과를 표현한 작품. 원근법을 느낄 수 있다.

흔히 '어린이 전시'라고 하면 '유치하다'는 선입견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의외로 문화 매체들도 어린이 전시에는 다소 소홀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또 '교육'을 강조하다보면 왠지 '정답을 알려줘야하는데', '나도 잘 모르는데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하지?' 같은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다고 하지만 '어렵다'는 반응이 나올 수도 있고 '유치하다'는 반응이 나올 수도 있다. 그래서 어린이 전시가 정말 어려운 작업임에는 분명한 것 같다.

<잭슨홍의 사물탐구놀이>는 그 어려운 질문을 '놀이'로 풀어가려한다.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도 호기심을 가지게 하는 잭슨홍의 작품은 바로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사물을 변형하며 반전을 보여준다.

연필과 지우개가 커지면서 사람이 작아지고, 무생물인 스패너에 팔과 꼬리가 달리면서 하나의 생명체로 재탄생한다. 소형 버스에 직접 타보는 행위는 내부를 상상하는 것과 더불어 잠시나마 쉼을 주는 도구이기도 하다. 

하나의 집, 비행기 등이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그 모습이 다르게 나타나고 포크레인이 꽃잎을 옮기는 모습도 보인다. 사람이 큰 조각배를 들고 다니는 모습도 보이지만 들고 있는 것이 '조각배'라고 단정지을수는 없다. 동물의 뼈로 보이기도 하고 머리빗으로 보이기도 하다. 정해진 답은 없다.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걱정마시라. 이 곳은 상상의 놀이터이기 때문이다.

'가장 단순하면서도 흠잡을 데 없이 유려한 형태미를 지녔다'는 사과를 작가는 와이어 구조, 파스텔, 색연필, 점묘, 정밀묘사, 수성펜, 동양화 붓, 볼펜 등으로 각자 다른 얼굴로 표현한다.

여기에 대형 크레인이 사과를 들어올리는 모습이 있고 멀리서 보느냐 가까이에서 보느냐에 따라 사과의 크기가 서로 다르게 보인다. '원근법', '투상법' 등 디자인과 미술 이론에 나오는 어려운 것들을 관객들은 딱딱한 이론이 아닌 실제 눈으로 접하게 된다. 

▲ 사물의 반전을 보여주는 작품들은 우리를 상상의 세계로 이끈다

생명체로 변한 스패너, 꽃과 사람, 암모나이트, 잠자리, 포크레인, 곡선으로 표현된 고양이, 연필과 지우개. 다양한 색깔의 사과, 소형 버스. 각자 따로따로인 것 같으면서 또 하나로 연결된 듯한 모습들. 다양한 모습을 접하면서 어린이들은 나름대로의 상상을 하고 머릿속으로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어쩌면 새로운 작품이 생각날 수도 있고 혹은 작품은 상관없이 넓고 재미있는 장소에서 그저 뛰어노는 게 더 좋을 수 있다. 아무튼 좋다. 이 곳은 상상이 최고인 곳이기 때문이다.

어린이갤러리2에서는 <문제1>, <문제2>, <문제3>을 풀 수 있다. 한정된 놀이터 공간에 아이들을 어떻게 배치할까? 분무기로 닭이 만들어졌는데 그렇다면 나는 다른 물건으로 어떤 것을 만들 수 있을까? 고양이가 있고 스패너를 쥔 사람 손이 보이는 집. 이 집 안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끼? 그것을 상상하며 직접 워크시트에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릴 수 있다. 하나의 작품이 어린이를 통해 새롭게 완성되는 것이다.

▲ 분무기로 만든 닭. 주변의 물건들로 무엇을 만들 수 있을까?

<잭슨홍의 사물탐구놀이>는 제목 그대로 '사뮬을 탐구하는 놀이'다. 어린이의 상상으로 생각하고 놀아야만 전시의 의미를 알 수 있는 공간이다. 미술관 측은 참여를 유도하면서도 '작품에 손을 대면 안 되는' 기본 에티켓은 지키게 만들었다. 미술관이 하나의 놀이터가 되는 전시를 통해서 아이들이 미술관을 더 많이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전시는 8월 19일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