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치히 도서전 한국관, '한국의 춤' 주제로 전시
라이프치히 도서전 한국관, '한국의 춤' 주제로 전시
  • 이가온 기자
  • 승인 2018.03.19 16: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춤 관련 주요 영인본 40여 종과 영상, 최승희 관련 희귀자료 등 선보여

매년 3월 열리는 라이프치히 도서전 한국관 전시가 지난 15일부터 18일까지 독일 라이프치히 도서전시장에서 진행했다.

한국관 전시는 지난 2013년부터 국제문화도시교류협회와 주독일한국문화원의 공동 주최로 열리는 것으로 그동안 한글(2013), 한식(2014), 한복(2015), 한국전통건축(2016), 한국음악(2017)에 이어 올해는 '한국의 춤'을 주제로 열렸다.

▲ 한국관 테이프커팅. 왼쪽부터 유재덕 목사(고양시걷기연맹회장, 라이프치히 도서전 참관단 대표), 이기웅 이사장, 정범구 대사, 권세훈 주독일한국문화원장

이번 한국관 도서전에서는 한국춤과 관계된 주요 영인본 40여 종이 전시된다. 대표적인 무용 관계 책으로는 궁중무용의 실체를 기록한 <정재무도홀기>와 실제로 춤이 행해진 모습을 그림으로 엿볼 수 있는 <화성원행도>, <평안감사향연도>, <기사경회첩> 등을 꼽을 수 있다. 

<정재무도홀기>는 조선 고종 때 궁중 정재의 절차를 기록한 무보(舞譜)로, 각 정재별로 배열도와 춤 진행 절차, 반주음악과 창사(唱詞) 등이 수록되어 있어, 한국궁중무용의 실체와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문헌 중 하나다. 

<화성원행도>는 1795년 2월 정조가 8일간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모시고 부친 사도세자의 원소 현릉원(顯隆園)에 행차한 뒤 성대한 연회를 베풀었던 일을 그린  8첩 병풍이다. 이 진찬례에 당시 행해지던 춤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김홍도의 솜씨로 알려진 <평안감사향연도>는 평안도 관찰사 부임을 축하하는 화려한 향연 장면을 담은 그림으로 <월야선유도> <부벽루연회도> <연광정연회도>의 세 폭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부벽루연회도>에는 조선 후기 궁중정재의 하나인 검무(劍舞) 공연이 그려져 있어 눈길을 끈다.

<기사경회첩>은 조선 영조가 51세 되는 1744년 9월 기로소(耆老所)에 들어가게 된 경사를 기념해 제작된 화첩으로 그림과 함께 행례(行禮)와 의절(儀節)을 기록하였는데, 다섯번째 장면에 처용무 공연이 악대의 편성과 함께 표현되어 있다.

조선시대 각종 의례에서 추어졌던 춤은 음악과 가사를 동반하고 있는데, 이러한 의례의 제반 제도와 절차 등을 기록한 <국조오례의>, <국조속오례의>, <대악후보>, <속악원보>, <악학궤범 홀기> 등의 영인본도 이번 도서전에서 선보이며, 실제 행해진 의례나 행사를 기록한 <진연의궤>(1902), <진작의궤>(1828), <진찬의궤>(1877) 등도 전시됐다.

또 한국춤과 관계된 이론서, 작품집, 무보, 전시도록, 자료집, 그리고 영문 발행도서 등 한국춤 관계 책 150여 종이 전시됐으며 특히 작년 가을 지령 500호를 넘긴 한국의 월간 무용잡지 <춤>을 창간호, 300호, 400호, 500호 등과 함께 전시해 한국 춤문화 저변 및 담론 확대에 큰 역할을 한 <춤>의 존재를 세계인들에게 알렸다.

한국관 주제도서로는 18세기 후반 무렵 발간된 것으로 추정되는 <시용무보>(국립국악원 소장)를, 해제를 곁들여 한국어, 독일어, 영어 3개국어판으로 출간해 선보였다. 

이 책은 조선의 종묘제례 일무(佾舞)인 ‘보태평지무’와 ‘정대업지무’의 순서와 동작, 술어를 그림과 문자로 기록한 무보로, 한국무용사상 유일하게 무용의 실체를 도보(圖譜)로 설명한, 그 의의나 가치가 비할 데 없이 큰 문헌이다. 

책 머리에 중요무형문화재 제1호 종묘제례악 지휘 보유자였던 성경린의 <시용무보 해제>, 전 국립국악원장 한명희의 <신명의 춤, 우미의 춤: 종묘제례 일무와 한국 전통춤의 개관>, 이렇게 두 편의 글을 수록해 <시용무보>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한국춤 전반에 관한 이해를 돕고 있다.

이번 전시부터는 그동안 16-28쪽의 타블로이드판 신문 형태로 발간했던‘라이프치히 도서전 한국관 저널’을, 그동안의 성과를 묶어 발간했다. 

맨 앞에 서문을 포함하여 올해의 한국관 전시 특집인 ‘한국의 춤’에 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글 7편을 싣고, 후반부에 2013-2017년 전시 특집 관련 글을 묶고, 말미에 ‘한국춤’ 관계 문헌을 포함하여 그동안의 문헌목록을 총정리하여 실었다.

특기할 것은 세계의 무희로 알려진 최승희 관계 자료 두 건이다. 「무용통신」은 1939년 네덜란드 헤이그에 머물던 최승희가 일본 아사히신문사에 보낸 편지로, 일본어로 씌어 있던 편지 전문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무용비평가인 장광열 숙명여대 교수는 “이 편지는 지금까지 그 내용이 상세하게 알려지지 않았던, 1939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국제음악무용제에 최승희가 참가하여 공연한 사실에 관해 기록되어 있다는 점, 최승희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브뤼셀 국제무용콩쿠르에 대한 이모저모, 파리 샤요국립극장에서 공연된 최승희의 작품 중 절반 이상이 신작이었다는 사실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자료로서의 가치가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 하나의 자료는 1940년대 중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최승희 홍보 리플렛으로, 앞서의 편지 내용의 연장선상에서 당시 최승희의 세계적 위상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다. 

4면짜리 이 리플렛에는 무용평론가 우시야마 미츠루의 평론 <최승희의 무용예술>과 세계 유수의 언론에 실린 최승희에 관한 기사가 발췌되어 있다. 프랑스의 '르 피가로'는 “최승희는 열반(涅槃)과 미소와 감루(感淚)와 황홀을 불러일으킨다”고 했고, 독일의 '라인 운트 루어차이퉁'은 “최승희는 심미적 환희와 풍미(風味)에 넘쳐, 그러면서도 가장 강하고 가장 깊은 인상으로 채워져, 우리에게 하나의 잊히지 않는 밤의 선물을 선사한다”고 했다. 

도서 전시 외에 다양한 한국춤 관계 영상물도 전시됐다.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제작한 <한국무용의 다양성>은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며 유명한 춤의 거장에서부터 신진 무용가에 이르기까지 최근에 활발하게 활동하는 다양한 한국의 무용 안무가를 소개했다. 
 
이 밖에 한국춤 명품 공연 영상도 소개됐는데, 웅장한 북소리와 선율미를 보여 주는‘무고(舞鼓)’, 모란의 아름다움과 우아한 여성미를 표현한 ‘가인전목단(佳人剪牧丹)’, 천도복숭아를 바치며 불로장생을 기원하는 ‘헌선도(獻仙桃)’를 하나의 작품으로 재구성한 <태평성대>를 비롯해, 국립국악원에서 최근에 진행된 <한량무(이매방류)>, <처용무>, <살풀이춤(한영숙류)>, <경기 검무>, <승무(이매방류)>, <산조춤>, <향발무>, <진도 북춤> 등이 한국관을 찾은 관람객들에게 상영됐다.

이기웅 국제문화도시교류협회 이사장은“외적으로는 한국의 문화를 세계인들에게 널리 알리는 가시적 성과로 축적될 것이며, 내적으로는 우리 전통문화의 문헌적 얼개가 큰 그림으로 드러남으로써 우리 문화 연구의 자양분이 될 것”이라 밝혔다. 

이 이사장은“앞으로는 라이프치히 도서전 한국관 운영사업의 누적된 성과를 바탕으로, 전시 후의 효과를 평상시에도 독일 내에 지속시키기 위해 독일 내에 가칭 ‘한국의 도서관+책방’ 설립을 모색해 보려 한다”면서 “이는 한국문화가 여러 문헌과 자료를 통해 독일인들과 한국 교민들에게 널리 지속적으로 소개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이며, 한편으로는 그렇게 하믕로써 한국의 책이 독일로 진출하는 작은 창구를 마련하기 위함이기도 하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