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줄 모르는 관람객’
‘부끄러운 줄 모르는 관람객’
  • 이소영 기자
  • 승인 2008.12.12 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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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평가 이전에 관람 에티켓부터 지켜야

“아이..XX” 공연을 관람하던 ‘K’씨의 입에서 결국 욕이 새어 나오고야 말았다.
벨소리에 귀가 거슬리는 것도 한 두 번이지 단체로 돌아가면서 울려대는 휴대전화와 진동소리에 공연을 보는 내내 불쾌함이 가시지 않았다.

심지어 어떤 관객은 휴대전화를 받기 위해 소리내며 뛰쳐나갔고 공연장 분위기는 더 어수선해져만 갔다.
분명 좋은 공연이었음에도 공연이 끝난 후 남은 건 끝내 가시지 않는 망쳐버린 기분이었다.

얼마 전, 공연을 보러 갔다가 생긴 일이다.

공연장을 입장할 때, 공연이 시작되기 전, 공연 관계자가 폰을 꺼줄 것을 신신당부했고 표에도 명시 되어 있다. 공연장을 처음 찾은 사람이라고 해도 그 정도까지 부탁했으면 폰을 끄는 것쯤은 간단한 일인데도 몇 몇  사람의 부주의함으로 분위기는 산만해졌다.

배우들의 혼신의 연기에도 공연 흐름은 뚝뚝 끊어지고 관객들도 짜증이 날 대로 나 공연에 집중할 수 없게 되었다. 급기야 출연배우가 연기 도중 “폰을 끄는 시간을 좀 가지자”며 즉흥적인 대사로 부탁하기에 이르렀다.

아직도 공연 기본 에티켓조차 지키지 않는 관람객들이 꽤나 있다.
그런 관람객들에 의해 만들어진 시끄럽고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공연에만 집중할 수 있는 관람객들은 많지 않으며, 연기를 하는 배우들에게도 피해가 되는 것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관객들은 적어도 공연장에 입장하면 휴대전화는 반드시 꺼야 한다. 가장 지켜지지 않는 에티켓이며 또한 가장 많은 피해를 주는 행위이기도 하다. 사진을 찍는 것도 절대 삼가야 함에도 휴대전화를 끄지 않은 관객들 중 일부가 공연 도중 찰칵찰칵 소리를 내며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고, 문자를 주고받기까지 한다.

공연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좀 더 좋은 관람환경을 위해 참고 있는 것이다. 단지 머리와 가슴에 새기는 걸로 만족하자.

이따금씩 공연장에서 음식을 먹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런 사람들은 공연장에 음식 반입이 안 되는 것을 알고 가방에 몰래 숨겨와 불이 꺼진 뒤 야금야금 꺼내 먹는다. 이 역시 쾌적한 공연장 환경을 망치는 행위다. 소리 내지 않고 먹는 것도 아니며, 그 냄새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한편 자리가 불편해 몸을 조금씩 움직이는 것 정도는 괜찮지만 계속에서 앞좌석을 친다든지 다리를 떨고 헛기침을 하는 등 타인을 배려하지 않고 습관을 표출하는 사람도 있다. 또 졸거나 심지어 코를 골며 자는 사람도 있다.

클래식·뮤지컬·오페라 공연의 경우 7세 이하는 입장을 제한하고 있지만 아이들의 나이를 알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해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가는 관객들도 있다. 물론 들어가서 관람하는 것까지는 좋지만 제어되지 않는 아이의 산만한 행동이 분위기를 망치기도 한다.

결국 다른 관객들이 공연 중에 나와 환불을 요구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하고 아이가 갑자기 울어 부모도 공연을 제대로 관람하지 못한 채 나가는 상황도 벌어진다.

또한 뮤지컬의 경우 일부 팬들에 의해 콘서트장 같은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한다. 노래를 부를 때마다 짝짝 맞춰 박수치고 노래가 끝나면 목이 터져라 환호하고.. 심지어는 노래를 따라 부르는 사람도 있다. 물론 공연이 좋아서 즐기다보니 그럴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과격한 행동은 문제가 있다.

공연의 작품성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자신이 얼마나 에티켓을 지켜 최적의 관람 분위기를 조성했는지 부터 돌아볼 일이다. 관람객들은 문화인으로서 문화적 태도를 갖춰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공연이 되기를 기대한다.

서울문화투데이 이소영 기자 syl@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