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국의 국악담론]작은 거인 김수철이 국악계에 던지는 감동의 메시지
[김승국의 국악담론]작은 거인 김수철이 국악계에 던지는 감동의 메시지
  • 김승국 노원문화예술회관 관장
  • 승인 2018.04.01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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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국 노원문화예술회관 관장

얼마 전 모 일간신문의 박정호 문화전문기자가 ‘작은 거인’이라 일컬어지는 가수 김수철을 인터뷰한 기사가 눈에 확 들어 왔다.

내 또래의 사람들은 김수철이 부른 ‘못다 핀 꽃 한 송이’, ‘내일’, ‘젊은 그대’, ‘나도야 간다’ 등을 부르며 젊은 시절을 보냈다. 나 역시 김수철의 노래를 무척 좋아해 그의 노래가 담긴 음악 테이프가 다 닳아 없어지도록 즐겨 들었다.

국악계에 종사하고 있는 나로서는 김수철이 어느 날 국악에 심취하여 인기가수 일을 제쳐놓고 국악 창작에 미쳐 지낸다는 소식을 들은 이후에는 그는 늘 궁금한 사람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신문에 올려진  그의 인터뷰 기사는 나에게는 특별한 것이어서 꼼꼼히 읽어 내려갔다. 국민배우 안성기와 공동 출연한 영화 ‘고래사냥’ 속의 앳된 그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그의 나이가 벌써 환갑이 된 60세란다.

그는 국악창작을 위해 국가나 타인으로부터 단돈 1원의 도움 없이 지금까지 37년간 150억 원이나 되는 거금을 쏟아 부었다고 한다. 지금까지 그 외로운 작업을 위해 여름휴가나 여행 한 번 가 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는 전용공연장 하나 없이 제자리걸음하고 있는 국악계의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하며, 베토벤이나 비틀스가 남긴 음악처럼 시대·지역을 초월하여 세계인을 감동시키는 곡을 남기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그런 그가 요즘 『작은 거인 김수철의 음악 이야기』라는 책을 내었다. 김수철이 지난 시간을 돌아다보며 후배들을 위하여 그간의 성공과 좌절, 가요와 국악, 전통과 현대라는 두 요소를 함께 품어 온 그만의 외로운 이야기를 빼곡히 담았다고 한다.

그는 데뷔 40년이 되는 올해 100인 규모로 구성된 오케스트라 공연을 기획했는데 후원자를 찾지 못해 미루기로 했다고 한다. 10억 원 남짓 들여 세계에 없는 우리의 소리를, 우리만의 재미와 감동을 보여주고 싶었고, 이후 세계로 나가려 했다고 한다. 일본은 일본 가부키와 같은 전통 콘텐트를 끌어올려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고, 자메이카 작곡가 ‘밥 말리’도 자기네 고전을 ‘레게음악’으로 만들어 히트시켰듯이 우리 음악도 새로운 장르를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 하였다. 그런 국악 창작곡을 만들기 위해 지난 37년간 국악을 공부했으며 음반 37장 중 25장이 현대화한 국악곡이라고 하였다.

▲가수 김수철

그가 국악을 시작한데는 우리 것을 너무 몰랐다는 부끄러움에서 출발했다고 하였다. 그는 국악기를 개량하고, 국악 녹음 방식도 개발했으며 쉽고 재미있는 소리, 대중성 풍부한 소리를 빚으려 했으며 옛 음악과 요즘 청소년을 잇는 다리가 되고자 했다고 하였다. 그는 다른 음악으로 번 돈을 모두 국악 창작에 쏟아 넣었으며, 서양음악은 독학으로 가능했지만 국악은 어려워 중학교 교과서부터 뒤졌고 전문가를 찾아다녔다고 하였다. 연주보다 작곡을 위해서 장단을 익히고 아쟁, 거문고, 대금, 피리, 태평소를 익혔다.

그는 젊은 시절에 말술에 하루에 담배 세 갑은 기본이었으나 국악창작에 집중하기 위해서 방만했던 생활을 반성하고 술과 담배도 끊었다고 한다. 그는 세계에 내놓을 공연문화 콘텐트의 중심에 국악의 현대화가 있으며 정부나 기업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하였다. 지금은 가요가 한류를 이끄는 시대라고 생각하겠지만 대중음악은 유행이고 바람을 타기 때문에 한계는 있어 오래가는 건 순수예술이며 그게 문화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중국·일본에 비해 아직도 세계는 한국 문화를 모르기 때문에 그러한 위기가 곧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말을 하였다.

김수철의 이야기는 한 마디 한 마디가 모두 백번 지당한 이야기이고 고맙기까지 하다. 그의 이야기는 문화예술 정책 및 기획자들, 그리고 국악 전문예술가들이 귀담아 들어야할 이야기이다. 예술가로서의 자기 수신, 부단한 학습을 통한 작곡가로서의 역량 제고, 전통의 현대화와 세계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와 치열한 그의 열정과 노력에 경외감마저 든다.

김수철 같은 천재적인 대중음악 작곡가가 우리 국악에 심취하여 열정적인 창작 작업을 해주고 있는 것은 국악계의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행운이며 고마운 일이다. 욕심이겠지만 김수철 같은 천재적인 서양음악 및 대중음악 작곡가가 10명만 더 국악에 심취해주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