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상처 입은 세상, 김동진의 ‘또 다른 도시’
[전시리뷰]상처 입은 세상, 김동진의 ‘또 다른 도시’
  • 조문호 기자/사진가
  • 승인 2018.04.09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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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4일까지 ‘갤러리 브레송’에서 열려

김동진의 ‘또 다른 도시’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김동진의 사진은 현대인들의 편견을 말하고 있다. 다소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면면을 찾아 기록한 사진 자체도 일반적인 시각에서 볼 때는 비정상적으로 보인다. 험상 굳게 생긴 사람이나 삐뚤어진 화면, 목이 잘린 여인 등 하나같이 낮 선 풍경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정상과 비정상으로 규정된 고정관념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김동진 作, 2016 부산, 구포동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어느 날 갑자기 보호자에게 떠밀려 정신병원으로 이송되었다고 치자. 보호자는 현재 그의 정신상태가 ‘비정상’이기 때문에 정신병원에 입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끌려 온 환자는 스스로가 정상이라고 주장한다. 사실 의사라도 서로가 주장하는 바가 다를 때 ‘비정상’과 ‘정상’을 명확하게 구분 짖기는 어려울 것이다.

▲김동진 作, 2017 서울, 금곡동

규정해놓은 정치나 법이나 사회의 모든 이해관계도 마찬가지다. 거리에 나와 태극기를 휘날리며 시위를 벌이는 극렬 보수단체를 대개가 비정상으로 보지만, 그들은 지극히 정상으로 생각한다. 정상과 비정상으로 구분하는 자체가 다수의 판단으로 규정지어놓은 것으로 자유롭게 살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구속하는 하나의 장치일 뿐이다.

▲김동진 作, 2016 서울, 광화문 광장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이 모든 가치기준을 뛰어넘는 가장 중요하고도 추상적인 개념은 '유토피아'다. 한 사람이 갖고 있는 다양한 정신적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고 통합되어 최적의 기능을 발휘하는 상태가 정상이라는 것이다. 즉 '나다움'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을 가리킨다. 이것이 우리가 바라는 정상적인 인간일 것이다.

▲김동진 作, 2016 서울, 영등포동

정상이 비정상을 지배하는 구조로 인한 소외, 외면, 박탈, 욕망, 갈등 등 사회의 비정상적인 모습을 비추려 한 김동진의 사진들은 뿌리내리지 못하고 부유하는 현대인의 불안과 광기와 욕망을 그만의 어법으로 담아내고 있다. 급박한 현대화로 인간성이 상실되고 급기야는 개인주의로 치닫는 오늘의 슬픈 현실을 고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 것이 다큐멘터리사진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 아니겠는가.

▲김동진 作, 2016 부산, 남포동

부산 경성대에서 사진학 석사학위를 받아 ‘버스 희망공간’ 등 몇 차례의 개인전을 가진바 있는 사진가 김동진씨의 전시 변을 들어보자.

“나는 버스와 지하철, 열차 등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며, 도시와 시장, 해변을 걷는 것을 좋아한다. 그 이유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화려한 앞모습에 가려진 피에로처럼 포장되어 살아가는 사회의 감추어진 얼굴을 드러내고 싶었다. 가려지고 소외되고 상처 입은 세상을 비추는 작업으로 사회에 전염병처럼 만연해 있는 비정상의 모습에 관심을 두면서 정상이라고 말하는 세상의 이면을 생각하게 하고 싶었다.”

▲전시작 앞에 선 사진가 김동진 ⓒ조문호

전시는 14일까지 ‘갤러리 브레송’(02-2269-2613)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