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픈 이야기가 참 많은' 아시아 작가들에게 다가가볼까?
'하고픈 이야기가 참 많은' 아시아 작가들에게 다가가볼까?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8.04.0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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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당신이 몰랐던 이야기' 전

하고픈 이야기가 참 많다. 이 모두가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다. 이야기가 많아진 이유, 바로 우리의 주변인 '아시아' 인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아시아의 작가들이 다양한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려는 아시아의 현실, 자국의 현실. 그 이야기를 짧은 시간에 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하다. 그들은 정말 하고픈 이야기가 많다. 그들의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볼까?

국립현대미술관이 지난 7일부터 시작한 2018 아시아 기획전 <당신은 몰랐던 이야기>전은 아시아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젊고 도전적인 작가 15명(팀)의 작품 21점(신작 10점)이 선보인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이번 전시가 '아시아 집중' 프로젝트의 일환이라면서 아시아 현대미술의 국제적 허브로 발돋움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 티모테우스 A. 쿠스노, 호랑이의 죽음과 다른 빈 자리, 2018, 복합매체, 가변 크기, 작가소장

'우리는 아시아를 무엇으로,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 이 전시는 이 의문에서 출발한다. 전시는 국가, 국경, 민족, 인종, 정체성 등 전통적 개념들을 소환하면서 과거로부터 지속 반복되는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하여' 생각하고 작품을 만들어낸 작가들의 세계를 보여준다.

마닐라의 수많은 대문들이 끊임없이 열리고 닫히는 마크 살바투스의 <대문>, 세계 각국의 국기를 해체하면 결국 색은 다르지만 똑같이 털실들로 뭉쳐졌던 것임을 보여주는 요게쉬 바브의 <설명은 때로 상상을 제한한다>, '타나 룬축'이라는 네덜란드령 동인도의 (상실된) 영토에 대한 허구의 역사를 미술 작품과 퍼포먼스로 보여주는 티모테우스 A. 쿠스노, 미래를 향한 위기의식, 조급함 등이 과거에도 반복됐음을 보여주는 염지혜의 <미래열병>, 제국주의 시대의 일본인을 21세기의 '일본인'이 연기하는 모습을 그린 후지이 히카루의 <일본인 연기하기>를 만난다. 

그리고 다양한 생각과 관점이 만나는 '교차적 공간'을 지난다. 조선족의 기록을 통해 국가와 민족의 의미를 묻는 안유리의 <불온한 별들>, 대만의 전통 장례문화를 종이인형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하는 장 쉬잔의 <시소미>, '세상을 떠난 한국 아이돌'을 통해 대중매체에 대한 우리의 환상과 잘못된 해답을 통해 진실과 허구의 관계를 캐는 타오 후이의 <더블토크> 등이 우리를 기다린다.

▲ 타오 후이, 더블토크, 2018, 2 채널 프로젝션, 작가소장

다음에는 '관계'를 찾아간다. 어머니가 오랫동안 종사한 봉제공장에 대한 이야기를 프로젝트로 만들어낸 황 포치의 <생산라인>과 필리핀 비사야 제도의 장례 행렬을 수중에서 보여주면서 필리핀 사회의 현 주소를 풍자하는 마르타 아티엔자의 <우리의 섬, 북위11° 16' 58.4", 동경123° 45' 07.0">를 만난 후에는 가상의 전통요리를 만들어보는 엘리아 누비스타의 <비정통 요리연구>와 가옥에 대한 조사 연구를 하나의 프로젝트로 제시하는 카마타 유스케의 <더 하우스>를 만난다.

모든 작품은 서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한다. 이들의 이야기를 모두 다 들어주기에는 시간이 촉박할 수도 있고 많은 수고를 해야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바로 '당신이 몰랐던 이야기'다. 

▲ 마르타 아티엔자, 우리의 섬, 북위11° 16' 58.4, 동경123° 45' 07.0, 2017, 비디오, 작가소장

작품을 보는 것이 조금 딱딱하다면 아카이브, 도서관으로 구성된 '연구 플랫폼'과 다양한 프로그램이 열리는 '놀이 플랫폼'을 이용해도 좋다. 전시를 보고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눈으로 보고 끝나는 전시가 아니라 결국 아시아 작가들의 이야기를 듣고 보며 '내 이야기'를 만드는 작업이 펼쳐지는 것이다. <당신이 몰랐던 이야기> 전은 오는 7월 8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