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픈 이야기가 참 많다. 이 모두가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다. 이야기가 많아진 이유, 바로 우리의 주변인 '아시아' 인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아시아의 작가들이 다양한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려는 아시아의 현실, 자국의 현실. 그 이야기를 짧은 시간에 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하다. 그들은 정말 하고픈 이야기가 많다. 그들의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볼까?
국립현대미술관이 지난 7일부터 시작한 2018 아시아 기획전 <당신은 몰랐던 이야기>전은 아시아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젊고 도전적인 작가 15명(팀)의 작품 21점(신작 10점)이 선보인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이번 전시가 '아시아 집중' 프로젝트의 일환이라면서 아시아 현대미술의 국제적 허브로 발돋움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우리는 아시아를 무엇으로,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 이 전시는 이 의문에서 출발한다. 전시는 국가, 국경, 민족, 인종, 정체성 등 전통적 개념들을 소환하면서 과거로부터 지속 반복되는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하여' 생각하고 작품을 만들어낸 작가들의 세계를 보여준다.
마닐라의 수많은 대문들이 끊임없이 열리고 닫히는 마크 살바투스의 <대문>, 세계 각국의 국기를 해체하면 결국 색은 다르지만 똑같이 털실들로 뭉쳐졌던 것임을 보여주는 요게쉬 바브의 <설명은 때로 상상을 제한한다>, '타나 룬축'이라는 네덜란드령 동인도의 (상실된) 영토에 대한 허구의 역사를 미술 작품과 퍼포먼스로 보여주는 티모테우스 A. 쿠스노, 미래를 향한 위기의식, 조급함 등이 과거에도 반복됐음을 보여주는 염지혜의 <미래열병>, 제국주의 시대의 일본인을 21세기의 '일본인'이 연기하는 모습을 그린 후지이 히카루의 <일본인 연기하기>를 만난다.
그리고 다양한 생각과 관점이 만나는 '교차적 공간'을 지난다. 조선족의 기록을 통해 국가와 민족의 의미를 묻는 안유리의 <불온한 별들>, 대만의 전통 장례문화를 종이인형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하는 장 쉬잔의 <시소미>, '세상을 떠난 한국 아이돌'을 통해 대중매체에 대한 우리의 환상과 잘못된 해답을 통해 진실과 허구의 관계를 캐는 타오 후이의 <더블토크> 등이 우리를 기다린다.
다음에는 '관계'를 찾아간다. 어머니가 오랫동안 종사한 봉제공장에 대한 이야기를 프로젝트로 만들어낸 황 포치의 <생산라인>과 필리핀 비사야 제도의 장례 행렬을 수중에서 보여주면서 필리핀 사회의 현 주소를 풍자하는 마르타 아티엔자의 <우리의 섬, 북위11° 16' 58.4", 동경123° 45' 07.0">를 만난 후에는 가상의 전통요리를 만들어보는 엘리아 누비스타의 <비정통 요리연구>와 가옥에 대한 조사 연구를 하나의 프로젝트로 제시하는 카마타 유스케의 <더 하우스>를 만난다.
모든 작품은 서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한다. 이들의 이야기를 모두 다 들어주기에는 시간이 촉박할 수도 있고 많은 수고를 해야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바로 '당신이 몰랐던 이야기'다.
작품을 보는 것이 조금 딱딱하다면 아카이브, 도서관으로 구성된 '연구 플랫폼'과 다양한 프로그램이 열리는 '놀이 플랫폼'을 이용해도 좋다. 전시를 보고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눈으로 보고 끝나는 전시가 아니라 결국 아시아 작가들의 이야기를 듣고 보며 '내 이야기'를 만드는 작업이 펼쳐지는 것이다. <당신이 몰랐던 이야기> 전은 오는 7월 8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