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국의 국악담론]‘쇼생크탈출’과 모차르트
[김승국의 국악담론]‘쇼생크탈출’과 모차르트
  • 김승국 노원문화예술회관 관장
  • 승인 2018.04.13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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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국 노원문화예술회관 관장

며칠 전 심야시간대에 케이블 텔레비전을 통해 외화 ‘쇼생크탈출’을 보았다. ‘쇼생크탈출’은 자신의 아내와 아내의 정부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악명 높은 ‘쇼생크’ 교도소에 수감된 주인공 ‘앤디(Andy)’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끝내는 탈출하여 결국 자유를 얻게 된다는 이야기인데 감동적인 장면과 대사로 가득한 명작 중의 명작이었다.

그 중 가장 감동적인 장면은 기지와 지혜로서 교도소장의 신임을 받은 주인공 ‘앤디’가 교도소 내 도서관 소장 도서를 늘리기 위해 끈질기게 노력하여 마침내 주 의회로부터 마침내 소정의 지원금과 함께 중고도서와 음반을 받게 되는데, 음반을 정리하던 중 모차르트 작곡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음반을 우연히 발견하게 된다.

그는 사무실 문을 걸어 잠그고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중 ‘편지의 이중창(The letter of Duet)’을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오페라가 교도소 전체에 울려 퍼지게 하자 모든 죄수들은 물론 교도관들마저 온 몸이 마비가 된 듯 모두 꼼작 않고 그 음악에 빠져 들어가던 장면이었다. 그리고 그 장면에 이어진 동료 죄수 ‘레드’의 회상의 대사가 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나는 지금도 그때 두 이탈리아 여자들이 무엇을 노래했는지 모른다. 사실 알고 싶지도 않았다. 때로는 말하지 않는 것이 최선인 경우도 있는 법이다. 노래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래서 가슴이 아팠다. 이렇게 비천한 곳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높고 먼 곳으로부터 새 한 마리가 날아와 우리가 갇혀 있는 삭막한 새장의 담벼락을 무너뜨리는 것 같았다. 그 짧은 순간, 쇼생크에 있는 우리 모두는 자유를 느꼈다.”

교도소에 울려 퍼진 모차르트의 음악은 모두가 갈망하는 인간다움, 자유와 희망의 다른 이름이었다. 예술의 아름다움이 절망적인 상황과 공간 속에서도 사람으로 하여금 자유와 희망을 꿈꾸게 한다는 것을 간명(簡明)하게 설명하는 장면이었다.

▲영화 '쇼생크탈출'의 한 장면.

지난해도 그랬지만 올해는 정치·사회·외교·경제적으로 다사다난한 해이다. 그 중 가장 심각한 현안은 경제 사정이다. 정부는 올해 3만 달러 국민소득 시대를 여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호언하고 있지만, 계층 간, 기업·가계 간 소득 양극화는 더욱 벌어져 있다. 서민들이 체감하고 있는 경제사정은 매우 심각하여 IMF 사태 때를 연상하게 한다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정부가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하여 가계소득을 새로운 성장의 원천으로 활용하는 소득주도 성장과 일자리 중심 경제정책을 펴겠다고 나선 것도 이러한 배경이 깔려 있다. 정부의 역할에 기대를 갖고 지켜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민들의 주름살은 깊어가고 한숨소리는 높다.

정치지도자들은 우리 국민들로 하여금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나아지리라는 희망을 갖도록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 세대 간, 지역 간, 계층 간 갈등을 해소하고, 우리 국민을 하나 되게 하는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 절망적인 쇼생크 감옥 담장 안에 울려 퍼진 모차르트의 음악 같이 서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꿈과 희망을 갖게 하는 문화예술의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제강점기 속에서도 우리의 민요 ‘아리랑’은 우리 민족의 시름과 한을 달래 주었고, 2002월드컵 때의 5박자 박수장단과 지난 해 촛불집회 때 가수 전인권의 노래 ‘걱정 말아요 그대’가 우리를 하나 되게 하였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 문화예술은 이렇게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우리 국민을 하나 되게 하는 통합의 역할을 한다. 사회 통합의 역할을 하는 장르는 음악만이 아니다. 문학, 미술, 연극, 무용, 영화, 드라마, 만화 등도 음악 못지않은 큰 역할을 한다.

▲영화 '쇼생크탈출'의 한 장면.

문화예술은 사회적 통합의 역할 뿐만 아니라 미적 향유를 통한 삶의 질 향상과 고독함과 마음의 상처에 치유의 역할에도 큰 역할을 한다. 또한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의 예술적 감성. 창의력, 그리고 인성 함양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게다가 문화예술을 통한 한류의 확산에서 보았듯이 고부가 가치를 창출하게 ‘굴뚝 없는 공장’, 즉 산업적 기능을 갖는다.

따라서 올해는 좋은 일자리를 늘리고 가계소득을 확충해 사람중심ㆍ소득주도 성장의 패러다임 전환을 가속화하는 정부의 정책과 병행하여, 문화예술이 국민들의 일상생활 속에 녹아들어가 우리 국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우리 국민들의 통합에 기여할 수 있도록 문화예술 진흥에도 깊은 관심을 갖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은 밥으로만 해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