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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강의 뮤지컬레터] <불의 왕수복> 김혜진 배우에게.
2018년 04월 13일 (금) 21:44:31 윤중강 평론가/ 연출가 sctoday@hanmail.net
   
▲윤중강 평론가/ 연출가

김혜진 낭독극 <불의 왕수복>이 잘 끝났습니다. 김혜진 배우는 노래와 연기로. 나는 대본과 연출로 실존인물 왕수복 (1917~2003)의 일대기를 여러 사람에 알리게 되어서 참 기뻤습니다.

왕수복은 한반도가 분단이 되었을 때, 북을 선택했고 북한 최고의 가수가 됩니다. 이런 왕수복에 대해서, 일반인들은 거의 알지 못합니다. 왕수복에 관해서는 자료와 책자가 있긴 하지만, 무대에서 ‘왕수복’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은 처음입니다.

그러니까 사람들은 김혜진을 통해서 왕수복을 만난 셈이죠. 무대예술에서 있어서는 배우가 늘 최고라 생각합니다. 관객은 배우를 통해서 하나의 인물을 만나게 되니까요. 김혜진이란 사람이 왕수복을 가능하게 했던 것은, 그간 동 세대의 그 누구보다도 다양한 음악(노래)에 관심을 두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요.

왕수복은 권번기생으로 출발해서 최고의 레코드가수가 되었고, 일본으로 유학을 하게 되죠. 그리고 귀국해서 활동을 하게 되지만, 남북이 분단되면서 북을 선택하게 됩니다. 김일성이 총애하는 가수이자, 북한의 경제학자 김광진의 아내가 되어서, 북한의 ‘민족성악’의 토대를 구축했습니다.

김혜진 낭독극 <불의 왕수복>은 서울문화예술재단의 ‘최초예술지원 선정작’이었습니다. 그간 여러 무대를 경험했지만, 이렇게 김혜진이란 이름을 건 최초의 무대였습니다. <불의 왕수복>의 왕수복을 제대로 만들어내기 위해서 신민요와 가요는 물론이요, 클래식 성악에서 북한의 혁명가곡에 이르기가지 다양한 노래를 소화해야 합니다.

이런 것이 모두 가능한 적역이 바로 김혜진이었지요. 특정한 장르 마다 노래를 출중하게 잘 하는 사람은 많지만, ‘보컬의 스펙트럼’으로 보면 김혜진 배우는 단연 돋보입니다. 이번 무대에서 김혜진 배우는 평양기성권번에서 수학한 기생이라면 누구나 배웠을 기초가 되는 평시조 <청산리 벽계수야>를 비롯해서, 오페라 라트라비아타 중에서 <축배의 노래>는 물론이요, 북한의 대표적인 혁명가극 <꽃 파는 처녀>의 주제곡까지를 모두 무난하게 소화해냈습니다. 이런 김혜진 배우에게 객석에선 큰 박수를 보내주었지요.

돌이켜보면, 당신과 나와의 인연도 짧진 않습니다. 당신은 1930년대의 코믹송인 만요(漫謠)를 중심으로 해서 이 시대의 노래를 재연하는 ‘만요컴퍼니’에 자연스럽게 합류를 하게 되었지요 몇몇의 국내공연을 거쳐서, 유럽의 벨라루스공화국의 ‘국악 & 만요’콘서트에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당신은 여기서 대학시절의 전공인 판소리와 함께, 만요를 들려줘서 벨라루스공화국의 시민과 벨라루스 주재 외교사절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이렇게 국내와 해외를 오가면서, 우리들의 관심은 1930년대를 대표하는 세 명의 여가수에 짐중되었지요. 당시 ‘삼천리’라는 잡지의 여가수 인기투표에서 1등부터 3등을 차지한 왕수복, 선우일선, 이난영의 삶과 노래를 더욱 주목하게 됐습니다.

이 세 여인의 노래와 삶을 깊게 들여다보면서, 이난영은 물[水], 왕수복은 불[火], 선우일선은 나무[木]와 연관 지을 수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난영은 목포에서 태어나 자랐고, 그녀의 삶에 있어서 주요한 장소는 모두 ‘항구’와 연관이 있습니다. 왕수복은 화전민의 딸로 태어났다는 점과, 그녀의 인생행로를 비춰볼 때, ‘불’은 그녀와 연관되는 가장 강력한 키워드입니다.

이난영 탠생 100주년을 맞아서 <이난영 : 워터 트라우마>를 인천의 재즈클럽 ‘버텀라인’에서 공연(2016년)을 한 바 있습니다. 이 때 우리는 ‘대본’과 ‘배우’로 본격적인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난영’하면 ‘목포의 눈물’을 부른 트로트가수로만 생각하지만, 이난영은 당시 남편 김해송과 함께 재즈와 블루스에 관심을 둔 인물이죠. 신민요, 만요, 가요, 재즈의 네 장르를 넘나들면서 맹활약한 1930년대의 최고의 가숩니다. 프랑스에 에디트 피아프(1915~1963)가 한국에는 이난영(1916~1965)이 있죠. 두 가수의 삶은 매우 닮아있습니다. <불의 왕수복>은 2인공연으로, 멀티맨의 권성훈 배우(벨트라멜리 요시코, 이효석, 김일성, 김광진 등)가 말 그래도 ‘멀티’한 연기력을 발휘해서 작품을 크게 살려줬습니다.  

이제 우리에게는 세 번째 작품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2019년은 선우일선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한데, 선우일선을 잘 그려내야 합니다. 또한 모노극 형식의 ‘이난영 : 워터 트라우마’도 이제 권성훈 배우와 함께 2인극 형태로 개작을 해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이 김혜진 배우가 있기에 가능한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고, 앞으로 이런 작품들이 알려지기 위해서는 김혜진 배우가 지금보다는 더욱더 노래와 연기를 레벨업시킬 때라고 생각합니다. 이난영을 다시 무대에 올리기 위해선 재즈와 블루스와 더불어서 댄스까지 섭렵해야 하고, 선우일선을 노래하기 위해서는 정가(正歌)를 더욱더 능란하게 불러야 한다는 걸 김혜진배우가 더 잘 알 겁니다.

우리는 이런 작업을 통해서 1930년대의 대중문화를 이 세상에  사람들에게 바르고 재미있게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될 겁니다. 이난영 왕수복 선우일선을 잘 알리는 일은, 한국의 대중음악사를 보다 생생하게 세상사람에게 알리면서, 한국가요의 스펙트럼을 제대로 비춰주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공연을 끝내고 당신은 많은 칭찬을 들었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죠. 당신에게는 영원한 ‘든든한 후원자’가 있습니다. 1930년대의 세 명의 여가수 이난영, 왕수복, 선우일선입니다. 이 시대의 많은 사람들에게 그 시대에 그런 가수가 있었다는 걸, 우리 시대에 멋지게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당신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합니다.

* 김혜진낭독극 <불의 왕수복>, 4월 1일, 돈화문국악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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