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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리뷰]사진과 회화가 충돌하며 결합하는 박은태의 “늙은 기계 두 개의 시선”
오는 17일까지 '광화랑'에서 열려
2018년 04월 15일 (일) 20:09:04 조문호 기자/사진가 sctoday@hanmail.net

세상에서 밀려 난 초라한 사람들만 그려 온 화가 박은태의 ‘늙은 기계 두 개의 시선’전이 지하철 광화문역의 ‘광화랑’에서 오는 17일까지 열린다.

   
▲박은태, 김포에서 2016 잉크젯 출력 , 아빠의 그림자 2018 장지에 아크릴 117x91cm.

작품에 등장하는 노숙자는 작가 박은태가 세상을 바라보는 출발점이기도 하지만, 자주 등장하는 주제다. 지난 번 전시한 새마을운동을 소재로 한 ‘가라뫼 사람들’도 인상 깊었다. 새마을 운동의 깃발에 가려진 어두운 면을 읽어낸 작품으로, 농촌근대화란 이름아래 진행된 농촌의 파괴와 농어민의 도시유출로 인한 도시빈민화를 꼬집는 작가의 비판적 시선이 날카로웠다. 특히 수몰민의 기념사진을 그린 ‘수물-깃발’에 등장하는 농민들의 표정은 압권이었다. 하나같이 입은 웃고 있었으나 눈은 우는 것 같은 이질적 표정 묘사가 긴 여운을 남긴다.

   
▲박은태, 대곡들에서 2016 잉크젯 출력 102x154cm/ 시민청에서 2016 장지에 아크릴 138,5x102cm.

작가는 고향인 강진군 성전면에서 중학교까지 다녔다. 목포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성남 어느 공장의 프레스 판금 노동자로 일하며 7년의 세월을 보냈다고 한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하고 싶었던 그림에 대한 관심으로 틈틈이 그림공부에 매달리다 결국은 홍익대학교 미대에 입학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미대를 들어 간 시기도 민주화의 열기가 뜨거웠던 87년도였다고 한다.

   
▲박은태, 원흥리에서, 2016, 잉크젯출력/과천 대공원에서, 2015, 장지에 아크릴 91x 117cm.

우리 근현대사의 주역이면서도 소외되어 온 인간상에 초점을 맞추어 온 그의 작업은 어쩌면, 우연이 아니라 필연일 것이다. 노동자적 의식이 깔린 무게로 도시 변두리 빈민들의 삶을 바라 본 그의 작업은 사회적 변혁을 위한 운동으로서의 의미도 컸다. 고향을 떠나 집안의 생계를 잇기 위한 노동자로 생활하며 체득한 사회의 문제의식이 비판과 저항으로 발전하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박은태, 홍성시장에서, 2017, 장지에 아크릴, 138,5x 102cm.

전시된 작품들은 근대화로 치닫는 한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어두운 회억의 표정과 모든 걸 체념한 듯 웅크린 노숙자의 모습이 주를 이루었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밀려난 초라한 사람들의 삶의 흔적에서 애잔한 비애가 느껴졌다. 다소 생뚱맞은 전개이기는 하지만, 쇠잔해진 노인이나 노숙자 옆에 고물이 되어버린 기계 사진이 버티고 있었다.

   
▲박은태, 아빠 2016 장지에 아크릴, 사진.

그러나 늙은 기계와 대비된 소외된 사람들은 더욱 절망적일 수밖에 없다. 그것은 기계처럼 살아 온 인간의 퇴화된 모습과 동격으로 본다는 것만은 결코 아닐 것으로 생각된다. 사람과 사물 사이의 의미나 시간의 유대를 찾아 연결하는 은유가 깔린 것으로, 그만의 또 한 가지 표현 방법이다.

   
▲박은태, 상사천 다리 위에서 2016, 장지에 아크릴 138

그리고 그림 배경이 사라지거나 억제된 채, 주인공인 사람만 떠 있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삶의 터전이나 고향을 잃어버린 사람은, 즉 배경을 빼앗긴 사람이란 말이다. 더 적극적인 방법으로는 사진과 회화가 한 화면에서 어우러지는 ‘아빠’라는 작품도 있었고, 노인의 모습과 함께 도형화된 그림자를 그려 넣은 ‘아빠의 그림자’도 눈길을 끌었다. 그 그림자가 기계와 사람, 사진과 회화의 벽을 허무는 단초가 되고 있었다.

   
▲박은태, 광화문에서 2017 장지에 아크릴 138.5x102cm.

고물기계처럼 방치된 노인을 그린 그림과 기계를 찍은 사진은 상호 충돌하면서도 결합하였다. 그는 화가이지만 늘 카메라를 작업도구로 활용한다. 암담한 현실을 리얼하게 드러내야 하는 작가의 입장에서는 회화가 사진의 리얼리티를 따를 수 없다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순간적인 출현이나 우연한 배치를 결코 놓치지 않는 사진가로서의 안목도 만만치 않다.

   
▲박은태, 홍성시장에서 2017 장지에 아크릴 138.

사람의 모습도 유추하여 그리는 것이 아니라, 직접 만난 대상을 찍어 그림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늙은 기계 두 개의 시선”전은 회화와 사진을 대비시킨 다소 낯선 접근이기는 하지만, 헐벗은 존재와 방치된 사물을 만나게 함으로서 생겨나는 또 다른 울림도 있다.

작품집 서문에 쓴 미술평론가 성완경씨의 글이 작가를 잘 말해주고 있다.

“박은태가 오늘의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 속에는 이 시대를 위기와 불안의 시대로 파악하는 시각이 일관되게 관철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은 한 마디로 부조리한 풍경, 불안한 풍경, 재앙과 위기, 희망 없음의 풍경이다. 생각하기 나름으로는 지옥도가 따로 없을 그런 풍경이다.

   
▲'미적분' 작품 앞에 앉은 작가 박은태씨 ⓒ조문호 사진가

박은태의 작업은, 단지 설자리를 잃은 사람들, 용도 폐기된 사람들, 초라한 사람들을 그렸다는 소재적 차원보다도 훨씬 더 깊은 의미에서 한국사회의 먼지가루 같은 불안과 위기의 징후들을 겉보기보다 훨씬 더 깊이 드러내는 작업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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