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권령은 안무가 “이름보다는 작품으로 기억되고 싶다”
[인터뷰] 권령은 안무가 “이름보다는 작품으로 기억되고 싶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8.04.16 1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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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음’에 대해 항상 생각, 다양한 형식의 작업으로 아이디어 실험하려해”

대중에게 아직 많은 것이 알려지지 않은 무용계,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무용계에서 열심히 땀을 흘리며 작업을 하고 안무를 하는 젊은 무용가와 안무가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은 무용 공연은 물론 타 장르와의 협업을 통해 자신들의 작품 세계를 펼치고 있다. 무용이 우리와 거리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알고 보면 우리 옆에 슬며시 다가온 느낌이다.

올해 서울문화투데이 문화대상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한 권령은도 최근 주목받고 있는 젊은 무용가이자 안무가다. 각종 콩쿨에서 상을 받은 이력도 있지만 지난해 국립현대무용단 ‘권령은과 정세영’에서 선보인 <글로리>, 올해 이자람 연출가와 이소연 소리꾼의 만남으로 화제가 된 <소녀가>의 안무, 그리고 남산예술센터 2018 기획 공연 <처의 감각>의 안무로 젊은 예술가의 존재감을 알리고 있다. 

현재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질문과 아이디어를 다양한 형식의 작업으로 실험해보려하는, 이름보다는 작품으로 기억되고, ‘작품의 부록’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는 권령은 안무가가 전하는 ‘젊은 무용’의 이야기를 이제 들어본다.

▲ 권령은 무용가

서울문화투데이 문화대상 ‘젊은 예술가상’ 수상자로 선정된 걸 알았을 때 느낌을 듣고 싶다

경연에서 상을 받은 적은 있지만 문화예술계에서 받는 상은 이번이 처음이라 놀랐다. 다양한 분야의 좋은 예술가들이 많으신데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상 이름 때문에 기분이 좋더라. 아직 나는 젊구나(웃음).  

최근에 작업한 <소녀가> 이야기를 듣고 싶다

<소녀가>는 국립창극단 신창극시리즈의 첫번째 작품이었고 소리꾼 이자람씨가 연출과 작창을, 이소연 배우가 혼자 출연해 한 시간가량 극을 끌어가는 작품이었다. 

판소리는 소리예술이지만 온 몸을 이용하여 소리를 만드는 몸과 깊이 맞닿아있는 예술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안무는 소리를 위한 몸의 움직임과 표현의 극대화를 위한 몸의 움직임의 적절한 구성에 주안점을 두었다. 

그리고 한 배우가 여러 캐릭터를 즉각적으로 변화하여 연기해야했기에 그 변화의 지점들을 어떻게 만들지, 그리고 한 가지 오브제를 활용한 다양한 상황들을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한 리서치에 집중했다.   

지난해 국립현대무용단 ‘픽업스테이지’ 두 번째 공연인 ‘권령은과 정세영’에서 <글로리>를 선보였다. 많은 화제를 모았는데

한국현대무용역사에서 바라본 몸의 관점을 주제로 리서치를 시작했다. ‘2015 국립현대무용단 안무랩: 여전히 안무다’에서 <몸멈뭄맘>이라는 작품으로 쇼케이스를 했고 그 작품을 기반으로 발전시킨 작품이 <글로리>인데 이 작품으로 2016년 당스엘라지 파리경연에 참가해 3등과 관객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하였고 그 이듬해 국립현대무용단에 초청되어 공연했다. 

작품의 발전과정에서 남자 무용수의 실증적 경험들이 무대 위에서 이야기되어지며 그 제도안에서 우리가 추었던 춤과 몸을 다루었던 방식을 통해 춤에 대해 재질문하는 작품이다. 

어릴 때부터 안무가를 꿈꾸었는지

어릴 때는 정확히 안무가라는 직업이 있다는 걸 몰랐다. 하지만 노래에 맞춰 춤추고 춤 만들며 놀기를 좋아했다. 교회를 다니는 친구의 성탄절 공연연습을 도와주며 동작들을 봐주고 ‘어떤 느낌과 감정으로 하라, 어디를 쳐다보고 어디에서 멈춰라‘는 식의 피드백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친한 친구와 ’춤이 없는 댄스곡에 춤 만들기‘를 자주 하며 놀았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13살 무용을 시작하고 그 해 안무가를 꿈꾸기 시작했다. 

▲ 권령은 <글로리> (목진우 사진)

2004년 전국신인 무용경연대회 특상을 시작으로 2010년 젊은안무자창작공연 최우수상, 2016년 프랑스 댄스엘라지 3위 등 수상 경력이 화려한데

대학교 4학년에 지도 선생님께서 콩쿨을 나가면 어떻겠냐라고 권유를 하셨다. 그때만 해도 콩쿨에 나갈 실력은 아니라고 생각했고 자신이 없었지만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에 시작하였다. 이후 안무콩쿨에서 첫 안무작을 발표하였고 이후 기회들이 계속 연결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안무 작업을 하면서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낯설음’에 대해 항상 생각한다. 내게 불편한 감정이면서 어떤 묘한 해방감을 주는 감정이다.

남산예술센터에서 공연되는 <처의 감각> 안무에도 참여했다

그렇다. 현재 공연 중이고 4월15일까지 남산예술센터에서 공연한다. 프로젝트 내친김에의 김정연출과 고연옥작가와는 <손님들>이라는 작품을 함께 했고 이번이 두 번째 작업이다. 

이 작품은 잃어버린 근원적 감각으로의 회복을 한 여자의 이야기로 풀어나가는데 연극성이 짙은 무대로 주목받는 김정 연출이지만 이번작업에서 움직임을 주 표현매체로 사용하고자했다.

몸이 분출하는 본능적인 힘과 춤이 가진 감각을 잘 사용하고자했고 특히 언어와 움직임의 혼합적 표현을 글이 연극으로 일어나는 과정의 주요 포인트로 생각하며 안무작업을 하였다.  

무용극 같은 것을 만들 생각은?

피나 바우쉬처럼?(웃음) 무용극을 만들려면 무용과 극의 특성을 잘알아야하는데 솔직히 극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냥 춤과 안무에 대해 더 많이 공부하고싶고 현재 나의 질문과 아이디어들을 다양한 형식의 작업으로 실험해보고싶다. 

무용계가 나름대로 대중과 가까워지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거리감이 있는 게 사실이다

조기교육이 중요하다고 본다. 어릴 때부터 무용공연을 보러 공연장을 찾는 일이 많다면 어른이 되어서도 무용을 보기위해 충분히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 

우리가 쉬는 날 영화를 보러 극장을 가는 것도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를 찾아가는 것도 어릴 때 그런 경험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무용이 여전히 대중과 거리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 무용공연관람을 조기교육으로 실시한다면 그들은 잠정적 무용관객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고 그들 일상의 취미로 무용을 보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 지난 1월 공명과 함께 서울문화투데이 문화대상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한 권령은(맨 왼쪽)

권령은 안무가도 물론 젊지만(웃음) 젊은 후배 무용가들의 진로를 걱정하는 이야기가 많다

제도적으로 문화예술계는 젊은 예술가들을 많이 주목하고 그들에게 많은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작업을 발표할 수 있는 각종 등용문들이 현재까지 많이 있다. 문제는 그렇게 시작한 젊은 예술가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설 자리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젊고 신박한 작가들을 많이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이 지속적으로 작업을 이어나갈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동료, 혹은 후배인 젊은 예술가들에게 하고픈 말이 있을 것 같다

우리는 자신의 불행으로부터 작업이 시작되기도, 타인의 불행으로부터 큰 영감을 받기도 한다. 상실감, 고독, 기다림, 불안, 우울감, 불안정, 가난... 이런 감정들은 보통의 사람에게는 불행이지만 예술가들에게는 창작의 원천이 되어준다. 

모순적이지만 우리는 이러한 감정들에 대해 익숙해져야한다. 그리고 이 과정 안에서 함께 대화하고 고민하며 예술담론을 나누는 동료이자 경쟁자들은 조용히 하나둘 사라질 것이다. 

잘하기도 쉽지 않지만 오래하기가 더 힘든게 이 일이다. 그러기에 서로 존중하고 힘이 되어주어야 한다. 그리고 지금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잊지 말라고 전하고 싶다. 

앞으로 활동 계획은?

현재 5월 런던에 있을 ‘한영수교의 해’를 맞아 A Festival of Korean Dance에 초청을 받았고 런던 더플레이스극장에서 작품 <글로리>를 공연할 계획이다. 이후 6월 연극 <손님들> 재공연을 위한 준비를 할 계획이고 현재 다음 작업을 위한 리서치를 진행중 이다. 

어떤 무용가, 안무가로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싶은가?

‘그 작품(작업) 다시 보고 싶어’. 이렇게 기억되고 싶다. 그리고 안무가로 그 작품의 부록처럼 기억되어진다면 그걸로 만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