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손기환의 정치적 팝, 권력의 민낯을 들추다.“
[전시리뷰]‘손기환의 정치적 팝, 권력의 민낯을 들추다.“
  • 조문호 기자/사진가
  • 승인 2018.04.23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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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헌 전 예술위원장, 46년 간 보관한 손기환 작품, 전시장에서 돌려 줘

손기환의 ‘정치적 팝, 팝의 정치학’ 2부작이 오는 5월1일까지 인사동 ‘나무화랑’에서 이어지고 있다. 정치적 사회적 현상을 형상화한 작품들은 기민한 만화적 순발력을 회화에 끌어들여, 정치권력을 비판하고 조롱하는 통쾌함을 선사한다.

“타! 타타타타타” 이 얼마나 간단명료한 메시지인가?

▲손기환, 타! 타타타타타, 130.3x192cm Oil on Canvas 1985.

무장헬기의 굉음을 소리로 나타낸 이 글은, 시각적 재미와 함께 문학적 요소도 가미되었다. 위로는 군화발이 부각되고, 아래로 몇 명의 군인들이 매달려 지나가는 낯설지 않은 풍경은, 전쟁분위기를 조성하는 군사문화의 폐해를 한 마디로 정리한 걸작이다.

기울어져 있는 잠실 롯데타워 옆에 새떼와 전투기가 함께 나는 풍경도 있다. 녹색의 지평선과 주홍색의 하늘이 어긋나 불안감을 조성하는 이 장면은 성남비행장 활주로의 방향을 틀어 가며 빌딩을 세우게 한 정경유착을 꾸짖는 비판적 시선에 있다.

▲손기환, 죽음의 백조, 584x91cm Acrylic on canvas 2017. 미술평론가 김진하씨가 작품 설명을 하고 있다.

그리고 희뿌연 ‘DMZ 풍경’은 마치 안개 낀 정국을 보는 것 같다. 풍경 위로 GP(초소)와 OP(관측소) 그리고 GOP에 관련된 일렬번호와 지뢰표시만 표기하므로 추상적 현실을 구체적 현실로 바꾸어 놓았다. 남북대치정국의 실감나지 않는 비현실적 현실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결국 그 그림은 비현실적 공간이 돼버린 DMZ의 오늘에 대한 고발이며 응전이었다.

▲손기환, DMZ-풍경 240x100cm Acrylic on canvas 2012

‘DMZ-마주보기’시리즈에는 권력자들이 망원경을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김정은과 이명박도 있고, 박근혜도 있다. 이들이 보고 싶은 것이 도대체 뭘까?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빅 카드라도 찾고 싶었나? 아니면 유치한 야동이라도 보고 싶었는가? 한 마디로 보여 주기 위한 국민을 기만하는 쇼에 불과하다. 웃기는 현실을 시로 뱉은 노동자시인 김신용씨의 “조, 빠, 하~”다.

▲손기환, DMZ-마주보기 750X78cm(일렬설치) 2012-1995

손기환의 이미지 저장고는 수많은 시각적 기억들로 넘쳐난다. 오래된 사진 이미지에서부터 어린 시절의 딱지, 만화, 카툰, 민화, 책표지 등 이미 기호화된 대중적 이미지를 끌어들여 다양한 형식으로 말하고 있다. 적절한 이미지로 동시대의 정치 사회적 문제를 비판하며, 만화와 회화와 판화가 지닌 표현기법과 양식적 특성 사이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풍경을 연출해 낸 것이다.

▲손기환, 홍길동 100X100cm Acrylic on Canvas 2000

작가가 분단과 DMZ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실향민 2세라는 성장 배경과 DMZ 최전방에서 근무했던 군대 생활도 연관 있다고 한다. 전쟁 직후 태어 난 세대들이 겪을 수밖에 없었던, 반공을 세뇌시키는 획일화된 교육환경과 유신독재정권의 무자비한 폭력, 그리고 광주학살의 만행으로 이어지는 암울한 시대를 체험하며 자라난 저항의식의 발로라 할 수 있겠다. 그러다보니 전시 작품이 압수되고 구속되는 수난을 겪으며 이마에 별을 달기도 했다. 그런 몸소 겪었던 체험들이 자연스럽게 작업에 녹아 난 것이다.

 ▲손기환, DMZ-산수 98cm Acrylic on Canvas2016

손기환은 파인아트에서 터부시하는 시각물을 가감하게 끌어들여 대중적 보폭을 넓히고 있으나, 고급문화의 속성을 거부하는 측면도 있다. 그가 즐겨 사용하는 색도 노란색이나 보라색 등 약간 병적인 색깔을 의도적으로 선택한다. 그런 팝적 요소를 구축하여 성공적 결과를 도출한 것이다.

▲손기환, 불청객 803X 100cm Acrylic on Canvas 1985

손기환이 누구인가? 주재환, 신학철, 김정헌, 민정기, 박불똥 등 우리나라 민중미술을 이끌어 온 몇 안 되는 용병 중 한 사람이다. 다채로운 형식으로 정치적 모순을 비판하며 권력에 저항해 온 역전의 용사다. 지금은 국제 만화에니메이션 페스티벌 SICAF의 집행위원장과 잡지 ‘만화정신’의 발행인으로 화단보다 만화계에서 많이 활동하는데, 상명대학교 만화에니메이션과 교수이기도 하다.

▲손기환, 끌 수 없는 불-2 100x80

그런데, 2부 전시가 시작된 18일 오후5시 무렵, 화가 김정헌씨가 포장된 액자 하나를 들고 전시장에 나타났다. 사연 인즉, 김정헌씨가 옛날 손기환씨와 화실을 같이 사용한 적이 있다고 했다. 김정헌씨는 대학원생 시절이고, 손기환씨는 균명중학교 3학년이었다는 것이다.

▲김정헌씨가 제자 손기환씨의 46년전 그림을 보여주고 있다. ⓒ조문호

그 당시 손기환씨가 김정헌씨에게 사례로 드린 그림을 여지 것 보관하고 있었다는 자체가 예사롭지 않았다, 일찍부터 손기환씨의 작가적 기질을 알아보았던 모양이다. 전시를 축하하러 오며 아득한 추억 하나 챙겨 왔는데, 손기환씨는 46년 전의 감상에 젖는 또 다른 감회가 있었을 것이다. 그림으로 맺은 기나긴 세월의 정이 너무 아름다웠다.

▲화가 손기환씨가 'DMZ 마주보기 작품 앞에 서있다. ⓒ조문호

작품집 서문을 쓴 미술평론가 김진하씨는 “고착된 기존의 제도적, 조형적 미학적 틀로부터 벗어나려는 손기환의 작업은 작업내용 뿐만 아니라 생태적인 면도 정치와 유사해 보인다. 또 기존에 제도화된 작가 중심의 미적 기득권의 고착된 위계를 해체하기 위해, 미적 근거를 대중적 ‘팝’의 영역에 두고, ‘팝’적 언어를 차용해서, ‘팝’적으로 관객과의 감각과 인식의 평등한 대면과 연대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랑시에르적 ‘감각의 분배’도 일정정도 떠 올리게 한다. 자신을 포함에서 이미 사회적으로 제도화, 권력화된 미적 이데올로기나 위계에 대한 파열을 시도하며, 관객들 개별적인 감각으로의 수평적인 소통전략을 취하는 미적 태도다.“고 적었다.

전시는 인사동 ‘나무화랑’(02-722-7760)에서 5월1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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