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양재문의 춤 사진, 기(氣)를 색(色)으로 풀다
[전시리뷰]양재문의 춤 사진, 기(氣)를 색(色)으로 풀다
  • 조문호 기자/사진가
  • 승인 2018.04.23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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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보성아트센터’초대전‘아리랑 환타지’29일까지 열려

사진가 양재문의 초대전 ‘아리랑 판타지’가 오는 29일까지 ‘금보성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양재문의 사진은 전시 제목에서 의미하듯 한국적 환상이다. 민중의 삶이 꿈틀대는 움직임과 새벽의 고요함이 어우러진 양재문의 사진은 가장 한국적 정서를 담고 있다. 색의 흘림과 감춤으로 만들어진 그 이미지가 이국적이지 않고 한국적인 것이, 어디 전통 춤꾼이 펼치는 춤사위라는 데만 있었겠는가? 그 이미지에는 우리민족의 한과 기가 서려있기 때문이다.

▲양재문, Arirang Fantasy_01

우리 춤은 고요한 가운데 서서히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하고, 움직임 속에서 고요함이 드러나는‘정(靜)중(中)동(動)의 미학이다. 은은한 감춤의 미가 그토록 매혹적인 사실을 어디 모르는 사람이 있겠는가? 느린 셔터로 잡아 낸 흔들리는 동작의 이미지가 마치 꿈결처럼 환상적으로 펼쳐져, 얼핏 한지에 살며시 번지는 물감처럼 애잔하다.

▲양재문, Arirang Fantasy_02

춤꾼이 춤사위에 자신의 기를 풀어 놓기 시작하면, 작가 양재문은 그 춤꾼의 기를 받아 자신의 색으로 다시 풀어낸다. 그 색은 요염한 여인네의 교태미가 되기도 하고 정숙한 여인네의 숭고미가 되기도 하며 한국적 색으로 정체를 드러낸 것이다. 그 춤꾼의 몸짓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가 작가에게 전이되어 작품으로 승화한 것이다.

▲양재문, Arirang Fantasy_13

추상화를 그리는 화가가 그림을 그리기 전에 표현할 이미지를 예견하듯이 사진가 역시 셔터를 누르기 전에 전체적인 밑그림을 예견한다. 뿜어내는 기가 합일점을 찾아 작품으로 탄생하기 까지는 수없이 반복하는 인내가 뒤 따를 수밖에 없다. 예술에 끝이 없듯, 양재문 작업 역시 끝이 아니라 진행형이다.

▲양재문, Heavenly Dream_32

양재문은 오래전부터 우리 춤을 통해 자신의 색깔을 만들어 낸 배태랑 작가다. 20여 년 전에 보여 준 ‘풀빛여행’의 그 몽환적 춤 여행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그리고 몇 년 전 보여 준 ‘비천몽’은 흑백에서 컬러로 바뀌어, 한 폭의 수묵채색화처럼 아름다웠다.

▲양재문, Heavenly Dream_36

긴 세월동안 한국 전통춤을 통해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 온 작가가 이번에 보여 준 ‘아리랑판타지’는 역동성이 개입된 것이 또 다른 변화라면 변화다. 1미터에서 4미터에 이르는 대형 작품 군무(群舞)를 통해 여지 것 볼 수 없었던 강한 역동성을 나타 낸 것이다. 집단적 신명성을 끌어내기도 한 그 사진은 마치 우리민족의 함성이 들리는 것 같은 환청도 일으켰다. 그 함성에는 동학의 울림도 있고 광주항쟁의 원한도 뒤섞여, 보는 이를 선동하는 것 같다.

▲양재문, Heavenly Dream_41

서문을 쓴 사진평론가 이경률씨는 이렇게도 말했다.

“작가가 보여주는 전통무용의 율동과 그 환상은 자신의 무의식과 결코 분리될 수 없다. 말하자면 환상의 향연으로 나타난 흐린 춤사위는 지나온 삶의 회한과 더 이상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형이상학적인 존재가 이미지로 전이된 것들임과 동시에 응시자 각자의 심연에 내재된 기억을 자극하는 일종의 자극-신호(stimuli-signal)가 된다. 예술의 역할은 바로 여기에 있다.

▲양재문, Heavenly Dream_44

작가가 경험한 희미한 기억의 실타래는 익명의 무용수가 추는 춤의 환상으로 다시 나타난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율동이 지시하는 삶의 침전들 즉 삶의 뒤안길에서 발견한 무의식의 시선과 반향이다.”

▲사진가 양재문씨. ⓒ조문호

이 전시는 오는 29일까지 ‘금보성아트센터’(02-396-8744)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