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판소리박물관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고창판소리박물관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 성혜윤 대학생기자(숙명여대 문화관광학과)
  • 승인 2009.09.11 15:3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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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완성한 민속악이자 연극적인 표현 요소까지도 구사하는 종합적인 예술

서양 예술에서 최고의 작품으로 손 꼽히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과 같이, 인간의 삶에서 한(恨)의 요소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운명적인 부분이다. 이와 같이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해온 예술이 있다. 바로 민족의 한을 이야기하는 판소리. 긴 역사와 아픈 상처만큼이나 우리의 소리는 깊고 서정적이다.

하지만 판소리가 특별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다른 예술과 달리 아픔을 단순히 토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판소리라는 하나의 예술 형태를 빌어 풍부한 해학성을 바탕으로 한과 슬픔을 극복하려 했다. 우리 조상들은 역경과 가난 속에서, 힘든 역사 속에서도 호쾌한 언어를 통해 한을 풀고 고난을 극복해 나갔다.

‘한’이라는 정서를 뿌리로 두고 출발했지만 우리 민족이 지녀온 갖가지 음악언어와 표현방법을 총 동원해 완성한 민속악이자, 연극적인 표현 요소까지도 구사하는 종합적인 예술.

판소리의 고장인 고창에서 판소리박물관을 찾아가보았다.

고창판소리박물관은 판소리의 이론가이자 개작자이며 후원가였던 동리 신재효 및 진채선, 김소희 등 다수의 명창을 기념하고 판소리 전통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동리 신재효 선생의 고택 자리에 설립되었다.

고택은 현재 사랑채만 복원돼 남아 있으며 바로 옆에는 동리 국악당이 있다. 판소리박물관은 이와 같은 판소리의 유형, 무형의 자료를 수집·보존·조사·연구·전시·해석함으로써 일반 대중에게 수준 높은 판소리 예술의 재교육과 감상의 기회를 제공하고, 판소리 성지화를 꾀하기 위해 설립됐다. 

▲ 현재 사랑채만 복원해 놓은 고창 신재효 고택
▶멋마당
본관으로 들어서면 ‘멋마당’으로 불리는 판소리도 갤러리가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멋마당에는 기산풍속도첩 중 여러 종류의 판소리도, 모흥갑판소리도, 광대줄타기, 회환례도 등 판소리 관련 풍속화 패널이 전시돼 있어 판소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명예의 전당
명예의 전당 외형구조는 갓 모양인데, 그 내부에는 소리북이 천정에 달려 있어 ‘북과 소리와의 만남’이라는 이미지를 연출한다. 정면으로 프로젝터를 이용한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서 등록된 판소리 동영상이 전시되며, 서계무형문화유산 등록을 가능케 했던 명인명창들의 사진과 소개 패널이 전시돼 있다.

▶소리마당
소리마당은 판소리의 유래와 그 의미, 소리제의 공연학적 특징, 판소리의 발생, 전승계보, 판소리의 역사를 조명하고 판소리 광대들을 체계적으로 해설하고 있으며, 판소리 광대들이 예술을 꽃 피우고 남긴 흔적들인 소리북·합죽선 등의 소도구·사설집·음반 등의 실물을 전시하고, 그 역사적 현장을 모형으로 재현함으로써 판소리의 예술세계를 인식하고 재구성해 볼 수 있도록 했다.

판소리 사설 중요 자료로는 신재효본 판소리본으로 신씨가장본과 성두본이 있으며, 마지막 코너에는 동리 신재효 선생을 계승하기 위한 하나의 노력으로 제정한 동리대상 코너가 있다.

▶아니리마당

▲ 발림마당에서 판소리를 배우고 있는 외국인

이 전시실에는 동리 신재효 선생의 삶과 그 유품 코너에 동리정사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는 병풍과 신재효 선생의 교지, 대원군과의 친분을 증명하는 편지, 호적단자 등이 전시돼 있어 신재효 선생의 체온을 일부나마 느낄 수 있다. 또한 고창의 소리꾼들도 한눈에 볼 수 있다.

고창에서는 신재효 선생의 문하에서 김세종·이날치·박민순·김창록·정창업 등의 명창들이 활동했으며, 최초의 여류명창 진채선을 비롯, 김창목·김찬업·김토산·김소희·김이수·김여란 등 신재효 선생이 길러낸 많은 명창들이 배출되었다.

▶발림마당
발림마당은 판소리를 체험해 볼 수 있는 곳이다. 판소리 여섯 마당에 눈 대목을 들을 수 있는 음향시설이 마련돼 있으며, 안쪽에는 입으로 전하고 마음으로 익히는 판소리의 전승방식인 ‘구전심수’에서 그 이름을 딴 ‘구전심수교실’이 마련돼 있어 단가와 고법을 배울 수 있다.

또 한쪽에는 소리광대의 독공 현장이 디오라마로 재현돼 있으며, 소리광대의 독공을 실물 크기로 재현하고 있는 소리굴에서는 독공 후 폭포수 앞에 선 광대처럼 자신의 목소리를 테스트해볼 수 있다.

▶혼 마당
혼 마당에서는 디지털 영상을 통해 무형예술인 판소리의 면모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영상을 통해서 쉽게 고정시킬 수 없는 무형예술의 면면을 생생하게 관찰할 수 있으며, 공연예술의 극적인 순간과 장면을 되짚어볼 수 있다. 최근의 비디오 예술은 무형예술 전시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기증전시실
다목적실은 2005년 명창 만정 김소희 선생의 10주기를 맞이하여 예술혼을 되돌아보고 그의 삶과 소리 인생을 통해 판소리를 예술적으로 체험하고, 판소리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기 위해 만든 곳이다.

이곳에는 만정 선생의 소리 인생 역정, 소리와 전승관계, 특장, 소리의 특징 등에 대한 설명과 선생이 사용했던 유품, 출반한 음반 등 유물 150여 점이 전시돼 있으며, 선생의 장례식 및 기념행사 등을 담은 비디오를 상영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전시 이외에도 무료 판소리체험 학습마당을 운영하는 등, ‘세계무형문화유산 판소리’를 지키려는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성혜윤 대학생기자(숙명여대 문화 관광학과) press@sctoday.co.kr